모든 어린이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언제나 만나보고 싶어했던 산타클로스가 있었다.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면 혹여 그를 만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몇날 몇일 동안 마음이 들떠 있기도 했다.
또한 착한 어린이에게만 준다는 산타의 선물이 받고 싶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년간 착한 일 많이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했다. 어린시절 나는 단 한 번도 산타클로스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면 어김없이 푸짐한 선물을 나의 방에 두고 가셨다. 꼭 한번만이라도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싶어 밤이 깊도록 뜬 눈으로 버티다가도 깜박 잠이 들어 버린 사이에 선물을 두고 가시는 산타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렇게 그를 만나보고 싶어하던 어느해 겨울,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올 때까지 무작정 산타클로스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즉 산타클로스를 찾아 나서려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다음날부터 나의 주위에 있는 박식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수소문하고 다녔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그 어느 분도 산타클로스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야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을지 아무도 알려주지 못했다. 그날 이 후로 나는 북극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산타클로스의 주소와 가는 방법을 알기 위해 서점의 책들을 뒤지면서 스스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 나는 드디어 산타클로스의 주소를 알아 냈다. 주소를 알아낸 어느 봄날 나는 지구의 반을 서쪽으로 서쪽으로 비행하여 핀란드의 헬싱키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헬싱키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로바니에미(Rovaniemi)에 도착했다.
랩랜드의 산타 마을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700km 정도 떨어진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로바니에미 공항에서 내려 끝없는 자작나무 숲을 7Km 미터정도 차로 달려 가니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와 나의 꿈이였던 '산타 테마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위도 68°30'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극까지는 겨우 5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에는 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도가 높은 랩랜드(Lapland)는 태양이 지지 않고 지평선을 따라 하루 종일 360도 회전만 하면서 6~7월 여름 두달 동안 최고 70일 동안 낮만 지속되는, 즉 자연의 순리를 거부한 '백야 현상(White night)'이 나타나는 신비한 곳이기도 하다.
그와 반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인 요즈음 12월은 깜깜한 밤이 지속되는, 즉 1년의 6~7개월을 차지하는 긴 겨울의 한 중심이다. 온 주위가 온통 밤인데, 주위에 가득한 눈을 가지가 찢어지도록 듬뿍 얹고 있는 자작나무들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운 크리스마스트리이고, 풍광 자체가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이다.
산타 마을의 또 하나의 명소는 산타우체국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우체국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와 카드 등 우편물이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 예쁜 편지지로 답장을 보내 준다고 한다. 물론 영문으로 된 주소가 있어야 답장이 보내지게 된다.
내가 그렇게 멀고 먼 길을 날아가서 산타 마을에 도착하니 오랫동안 나를 기다렸다는듯 반갑게 포옹해주던 산타클로스. 코끝에 걸친 안경과 수북한 흰 수염, 빨간 산타 복장으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이 만남은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던 일일 것이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어릴적 소원이 이루어질 때의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 있을까. 그때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동심은 모든 어른들의 고향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건가.
이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가 언제 어디서 몇시에 나타날까 궁금해 할 필요도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그를 찾아 가는지 묻지 않아도 된다. 산타클로스가 북극을 떠나는 12월 24일 새벽 산타의 현재 위치를 매 분 단위로 추적하여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인터넷 사이트(www.noradsanta.org)가 있기 때문이고 그의 주소는 인터넷 검색엔진에 나타나 있을뿐 아니라 산타클로스는 21세기의 현실에 맞춰 홈페이지와 이메일 주소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싱겁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