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집 제2권-마음을 옮기는 법〔移心法〕에 대한 설
“마음을 옮길 수 있는가?”
“가능하다.”
“무엇으로 옮길 수 있는가?”
“경(敬)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은 과연 어떤 물건이며, 경은 과연 어떠한 일인가?”
“마음이란 몸에 주가 되고, 사물에 명령하는 것이다. 속에 쌓여 있을 때에는 성(性)이 되고 발하면 정(情)이 된다. 겉모양이 둥글고 속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마음의 체(體)요, 신명(神明)하여 측량할 수 없는 것은 마음의 용(用)이다. 나가고 들어올 때에 기기(氣機)를 타고 동(動)하여 혹은 하늘로 날기도 하고 혹은 깊은 연못으로 빠지기도 하며, 불보다 뜨겁기도 하고 얼음보다 차갑기도 하여, 그 변화가 똑같지 않다. 경이란 일(一)을 주장하는 것이니, 일이란 무엇인가? 마음이 딴 데로 가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딴 데로 가지 않으면 마음이 정(定)해지고, 정해지면 고요하고, 고요해지면 차분해지고, 차분해지면 생각한다. 생각을 하면 마음의 움직임이 외물에 갇히지 않아 성(性)을 따르게 되며, 성을 따라 행동하면 변함을 주재(主宰)할 수 있고, 변함을 주재할 수 있으면 전일하지 않은 것이 저절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음은 배와 같고 경은 키와 같으니, 배가 파도에 있을 때에는 키질을 하여 움직이며, 마음이 물욕에 있을 때에는 경을 하여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시경》에 ‘내 마음은 돌이 아니니 움직일 수 없으며, 내 마음은 자리가 아니니 똘똘 말아 거둘 수도 없다.’ 하였는데, 지금 마음을 옮긴다 하면 실제와 모순되어 잘못된 말이 아니겠는가? 마음이 어찌 하나의 물건처럼 옮길 수 있는 것이겠는가?”
“마음은 진실로 한 물건과 같이 형체가 있는 것은 아니니, 옮길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마음은 활물(活物)이어서 광명(光明)하고 통철(洞徹)하여 온갖 진리가 다 구비되어 있으니, 마음을 전환하고 옮기는 기틀이 나에게 달려 있다. 어찌 불가하겠는가.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성인(聖人)도 생각하지 않으면 광인(狂人)이 되고, 광인도 능히 생각하면 성인이 된다.’ 하였으니, 이것이 성인과 광인의 분별이다. 이는 마음을 옮길 수 있다는 말이니, 어찌 끝내 옮길 수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대의 말은 장공 영(張公詠)이 이전(李畋)을 가르친 법과 어떠한가?”
“장공이 말한 것은 선학(禪學)과 가까운 부분이 있어서 그 말이 너무 소략하고, 그 이치가 미진함이 있다. 나는 내 뜻을 펴서 마음을 옮기는 법에 대한 설을 지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성백효 (역)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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