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음력 1월 1일로, 조상님을 기억하면서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입니다. 어떤 분은 “또 한 살 더 먹는구나.”라면서 슬퍼할지 모르겠지만, 그 모두를 뛰어넘어서 또 새해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더불어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해주신 조상님들께 감사드릴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인 오늘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덕담을 나누는데, 과연 주님께서는 어떤 덕담을 우리에게 전해주실까요? 책을 읽다가 미국에서 15년 동안 인류학을 가르친 어느 대학교수의 인상 깊은 체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대학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요즘의 대학생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발표도 거의 하지 않고, 책도 미리 읽어오지 않고, 교수를 만나러 오지도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학창 시절과 다른 학생들의 이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수 생활을 한 지 7년 만에 맞이하는 안식년에 할 획기적인 결심을 세웁니다. 다시 대학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새내기 대학생이 된 교수님’은 1년 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강의를 듣고 과외활동하는 등 여느 대학생들과 똑같이 지냈습니다. 어떠했을까요? 교수 때는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 해 온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입장이 되어 보니 여러 과목에서 동시에 내주는 자료를 다 읽을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학생들은 시간 관리를 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진짜 알게 되면 더는 그를 증오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는 진짜 알지 못하면서 퍼붓는 혐오의 말과 행동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혐오와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닐까요?
앞선 교수처럼 역할을 바꿔서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상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될 것이고, 이런 헤아림에서부터 사랑이 울려 퍼지는 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작은 바로 ‘나’부터였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복음을 통해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라는 덕담을 전해주십니다. 어떤 준비이겠습니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입니다. 그 준비는 바로 사랑의 실천에만 있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함께 살 수 있는 사랑을 해야지만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세상에 펼칠 수 있어야만 했습니다. 올해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명언: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데릭 시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