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두 개 선 중에 어느 선이 더 짧을까? 물론 두 개 선의 길이는 같은데, 화살표 방향에 따라 우리 뇌가 같은 길이를 다르게 인식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뮐러라이어 착시현상〉이다.
이것은 1880년대에 독일의 정신과 의사 프란 츠 칼 뮐러라이어 Franz Carl Muller-Lyer가 만들었다/발견하였다. 그는 학계에 큰 족적을 남 기고 싶은 열망으로 당시 심리학계의 핫이슈였 던 착시현상에 주목하여고, 두 선이 길이가 동일 해도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시각 자료는 대성공이었다.
뮐러라이어의 발표 이후 과학자들은 우리의 눈, 혹은 뇌가 우리를 속이는 이유를 밝혀내려 애썼 다. 도대체 왜 우리는 동일한 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착시현상은 인간의 인식 과 관련해 뭔가 심오한 '보편적' 진리를 드러내 는 것 같았다.
서구문화가 창조한 착시
그런데 1950~60년대에 과학자들이 나이지리 아의 사냥꾼, 칼라하리 사막의 약탈자, 호주의 수렵채집인 등 최소 14개의 세계 다른 문화권 주 민들을 대상으로 뮐러라이어 착시를 실험해 봤 다. 남아프리카 출신 유럽인,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의 성인과 어린이도 비교 그룹으로 포 함하였다.
결과는 너무 놀라워 지금까지도 그 이유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20%의 일리노 이 주민이 A가 B보다 더 길다고 답한 것은 예상 대로였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수렵채집인이나 코트디부아르 농부 같은 토착민들은 착시를 전 혀 일으키지 않았다! 미국인이 이 착시 현상이 가장 심했다. 그 이유는 미국인이나 서구인들이 직각으로 제단 된 환경 속에 살기 때문이라고 해 석된다.
상자와 직각으로 된 환경
직각 상자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우리 뇌는 왜곡 된 방식으로 뮐러라리어 화살표를 인식하게 된 다. 즉 2차원 평면의 선을 3차원 모서리로 무심 코 전환시켜 보는 것이다. 그 결과 화살표가 바깥 을 향하면 우리와 멀리 떨어져 보이고 따라서 길 이가 더 길다고 인식하게 된다.
상자와 직각에 둘러싸여 살지 않고 부드러운 곡 선에 더 노출되어 사는 토착 원주민이나 농부들 은 뮐러라이어 그림의 두 개 선의 화살표에 현혹 되지 않았다. 자연은 직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주민들의 뇌는 두 개의 선이 3차원 상자 모서 리를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들 은 종이 위에 그려진 두 선을 있는 그대로 '같게' 보았다! 문화와 환경에 따라 시각 인식 같은 뇌의 기본 기능이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는 놀라 운 발견이었다.
여태까지 이런 착시현상은 호모 사피엔스 인간 의 <보편적> 성질이라고 알고 있지 않았던가.
이 착시 그림이 만들어진 지 100년도 더 지나서 야 이 "과학적" 연구 결과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사실 과학은 정확한 설명을 하려 노력을 할 뿐 그 설명은 언제나 언젠 가 새로운 발견이나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잊고 과학을 만능 으로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땅콩 알레르 기 이야기를 하나 더 들어보자.
땅콩 알레르기 소란
2000년에 미국 소아과협회는 어려서 땅콩버터 를 집할수록 땅콩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크 다고 아기에게 주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그러 나 20년 후 진행된 후속 연구에서 완전히 반대되 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4~6개월 아기에게 일 찌감치 땅콩버터를 먹여보고 익숙하게 해주면 후에 땅콩 알레르기가 덜 하다는 것이다. 20여 년간 정확하지 않은 과학 연구 결과로, 미국 NIH 보고에 따르면 1999-2010년 사이 땅콩 알레르기 어린이 비율이 0.4%에서 2%로 증가 했다. 이제는 오히려 돌 전 아기에게 꼭 땅콩을 먹여볼 것이 권장되고 있다.
과학 연구는 물론 당시에 가능한 기술과 지식을 이용해 최선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당 시의 최선은 후에 잘못되었음이 밝혀지는 일이 역사에서 계속되고 있다.현재 우리가 일반적으 로 알고 있는 많은 과학 상식들 중에도 언젠가 틀렸음이 밝혀질 것들이 많다고 보고 '참고'만 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금물
과학 혹은 과학 기사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기 어 려운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전문 과학 연구 잡 지에 실리는 최신 연구 논문들이 주장하는 획기 적인 사실들은 전문가 서클에서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 얼마간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도 신문이 나 TV, SNS의 과학 기사들은 새로운 지식을 빠 르게 일반에게 전달하려는 열망으로 그것을 곧 장 소개한다. 더구나 쉽게 풀어쓰고, 흥미를 위 해 조금씩 과장하기 마련이며 그 과정에서 실제 연구 결과는 단편적으로 왜곡되어 소비되기 쉽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