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감기가 유행인 모양이다. 나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독감 예방주사까지
맞았는데도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아 먹으면 7일
병원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버티면 일주일이란 말이 있다. 나도 그 말만 믿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다 돼 간다. 특별한 증상 보다도 기침이 조금 심해졌고 코가
좀 막히는 편이다. 우측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씩 기운이 없기도 하다.
집사람도 기침이 심한 편이다. 오늘 처가 듀티오프라 둘이 평소에 자주 다니는 물만골
김용태내과의원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오전 11시반에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했는데
많은 환자들 때문에 오후2시40분경에 겨우 진료를 보았다. 의사가 증상을 묻길래 감기가
안떨어지고 한 달 가까이 간다고 했더니 청진기를 가슴과 등어리에 대보더니 숨소리가
쇄 하는 소리가 난다며 X-ray부터 찍어 보자고 했다.X-ray상으로 별로 나쁜 곳이 없다며
약을 1주일분을 처방해 주었다. 증세는 나나 처나 비슷하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다가 점심시간도 늦었다며 우리동네 시장통에 있는 감나무집
추어탕을 먹고 가자고 해서 그리로 찾아 들어갔다. 가을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음산한
분위기인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홀 안에는 손님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마자 추어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예전 같았으면 "맥주부터 먼저 주세요!"
했을텐데 감기로 입맛도 떨어지고 나니 술맛도 당기지 않았다.
잠시후 툭바리에 펄펄 끓는 추어탕이 담겨 나왔다. 밑반찬과 양념통은 따로 나왔다.
양념반에는 마늘 으깬 것, 붉은 고춧가루, 청양고추 잘게 썰인 것, 소금, 산초가루가 올려져
있었다. 추어탕은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향이 강한 산초가루
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숟갈에 떠서 냄새를 맡아보니 산초냄새가 전연 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는 들깨가루인줄로 알았었다. 주인을 불러 중국산 말고 진짜 산초가루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한그릇에 만원 받는 추어탕에 비싼 국산 산초가루를 쓸 수가 없다고 실토를 했다.
산초란 한방에서 식물인 초피나무,산초나무 또는 화초의 잘 익은 열매껍질을 모두 한약명
으로 산초라 부른다.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잎모양은 비슷하나 가시가 서로 어긋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초피는 가시가 마주나지만 산초는 서로 어긋난다. 산초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 많이 나는데 잎 모양은 아카시아 이파리 모양인데 줄기에 작은 이파리가 양쪽으로
붙었다. 실은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카시인데 우리가 잘못 배웠던 것이다. 초등학교때 정부에서
민둥산 녹화사업한다고 학생들한테 아카시 씨앗을 공출내게 할당을 하여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아카시 열매를 채취하여 껍질을 벗겨서 씨앗을 성냥값에 넣어 제출하였다
산초는 향 뿐만 아니라 약간 매운 맛도 있어 중국음식에도 많이 들어가고 우리나라 김치에도 넣는
사람도 있다. 이파리 자체를 김치로 담궈 팔기도 하며 열매는 기름을 짜서 한약재로 팔기도 한다.
동의보감상의 효능을 보면, 산초의 성질은 열하며 맛은 맵고 독성이 조금 있다. 속을 따뜻하게
하며 피부의 죽은 살, 한습비로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또한 육부에 있는 한랭기운을 없애며,
귀주, 고독을 낫게 하고 벌레 독이나 생선 독을 없애며 치통을 멈추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낭에서
땀이 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 허리와 무릎을 덥게 하며 오줌 횟수를 줄이고 기를 내려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