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책상이 없어서
방바닥이나 마루에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글자를 쓰거나 했다.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책상 앞에 걸상에 앉았다. 당시에는 여럿이 둘러 앉는 직사각형 목재로 만든 책상들이었다.
방과후 교실 청소를 할 때는 청소당번들이 걸상을 책상 위에 엎어 걸쳐두고 바닥을 비로
쓸고 걸레로 물에 빨아 닦았다.
나는 집안이 가난하고 형제가 많아 단칸 방에 여러 식구가 공동생활을 했으므로 책상을 둘
형편도 못되었지만 놓을 공간도 없었다. 그러다가 고3때는 아무래도 책상이 필요하여 알바를
하여 모은 돈으로 작은 책상을 하나 구입하였다. 새 가구로 내 책상을 마련했을 당시의
기분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책상 앞에 앉으면 공부가 절로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기숙사 생활을 하니 침실에 침대와 책상이 놓여 있었다. 새벽 6시부터
오후10시까지 일과표 대로 생활해야 하였으므로 낮에 침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과실점을 먹었다.
책상에 앉아 강제로 공부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고 청소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순검시에는 상급생
간부들이 허리에 칼을 차고 다니면서 하얀 예식용 장갑을 끼고 다니면서 창틀 등에 문질러 검은
먼지가 나오면 청소불량을 괴실보고를 하고 빳다와 기합은 보너스로 주어졌다.
대학 졸업후 해군을 거쳐 송출선원으로 일본 산꼬라인으로 나갔다. 메싸롱 사관침실에는 침대와
책상이 들어 있고 싸롱사관실에는 침실과 업무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잠자는 시간외에는
당직시간에는 기관실에 내려가 엔진콘트롤룸(Engine Contro Room:기관제어실)에서 기관의
운전상태를 감시하고 수시로 로컬에 나가 정상운전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업무실이나 제어실에서는
로거북(Engine Log Book)이라는 법정 기록물이 비치되어 있어 기록만 하면 되지만 개인 침실에는
다이어리 같은 것을 개인이 장만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탁상일지를 사서 비치하기 시작한 것은 확실치는 않으나 배를 내리고 나서부터 아닌가 싶다.
1982년경 하선하여 육상 감독직으로 2년정도 근무하다가 모교인 학교로 적을 옮기게 된 것이다.
주로 책상에 앉아서 일을 보다가 보니까 자연스레 탁상일지가 필요했고 문구점에 가서 구입하였다.
몇년전에는 조금 늦게 갔더니 다 팔려 버려 시내 곳곳을 돌아다녀 겨우 구하기도 하였다.
올해는 미리 구한다고 10월 중순에 롯데백화점7층 교보문고 갔더니 2025년 다이어리 큰 것과 호주머니
용 수첩 다이어리는 나와 있어 구입했는데 탁상일지가 보이지 않아 엊그제 두번째로 찾아가도 헛탕이었다.
오늘 오전에 구대동병원 건물 3층에 있는 미드림 피부과에 들렀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눈에 충혈이
되어 안과에 거서 약을 처방받았고 손과 무릎에 붉은 반점이 생겨 왜 그런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미드림 피부과 원장은 피부과 전문의로 실력파다. 전에도 발톱무좀으로 몇번 들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그도 붉은 반점을 살표보더니 감기몸살이 심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약을 일주일분 처방해 주고
피부가 건조해서 그렇게될 수도 있으니 로션을 자주 바르라고 강한 것과 약한 것 두가지 처방해 주었다.
피부과에서 나와 다시 지하철을 타려고 수안역 출입구를 향해 오던중 문구점이 눈에 띄어 안으로 들어가
혹시 탁상일지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였다. 사이즈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내지만 케이스에
들어있었다. 롯데백화점 7층 교보문고에서는 내지만 팔지 않고 세트로 비싸게 팔았는데 다행이었다.
일지 다이는 바꿀 필요도 없으므로 내지만 바꿔 끼면 된다.얼마냐고 물었더니 8500원이었다. 사이즈를
맞춰보고 포장을 뜯어버리면 반품이 안된다고 했다. 요새는 탁상일지를 찾는 사람이 드물어 작년 것도
몇개 남아 있다고 보여주었다. 메이커인 양지사에서 반품을 받아주지 않아 페품으로 남아 메모지 용도로
밖에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MZ세대로 바뀌면서 모든 활동이 폰으로 대체되면서 종이로 기록하던 세대는
서서히 사라져 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