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은 자꾸만 떨리던 손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극장 밖으로 나오면서, 신기한 듯
은영에게 말했다.
“나 사실은 무서운 거 못 봐.
그리고 어두우면 혼자 잠 못 자.”
“에에? 정말?!!!”
“음.......어릴 때 생겨버렸거든.
폐쇄공포증에 애정결핍증세까지.”
“...........하윤아.”
“괜찮아, 지금은..........
그런데 좀 그렇다.
너한테만큼은 약한 모습
안보이려고 했는데.
오늘 ‘민하윤‘ 스타일 죽었네.”
은영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자신의 품에 하윤을 가두었다.
사실 남이 보기엔 그 모습은 조금 언밸런스 할 정도로 어색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편안한 자세로 하윤역시 안겨들었다.
“괜찮아.......그까짓 영화 좀 못 보면 어때서.
그리고 혼자가 아니잖아,
내가 함께 있어주면 되잖아? 그렇지?
그리고 너는 폼 안 잡아도 멋있어.”
“쿡.......그래? 그렇담 다행이고.”
하윤은 은영의 말에 고마운 듯 활짝 웃어 보이며, 자신을 안은 은영의 손을 풀며,
자신이 그녀를 품안에 가둬 꼭 안았다.
그러자 은영은 숨 막힌다며, 하윤의 행동을 저지했고 하윤은 투덜거리며
볼을 한껏 부풀렸다.
“치사하다! 서은영!!”
“풋- 귀여워~
하윤아! 나 화장실 다녀올게!!”
은영이 손을 작게 흔들며, 화장실로 들어가자 하윤은 멋쩍은 듯 영화 포스터 옆에 기대며,
시선을 화장실 반대편으로 돌렸다.
민망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화장실 앞 이다보니.
그가 잠시 시선을 돌리며, 영화포스터를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의 옆구리를 살며시
찌르며, 말을 걸었다. 하윤은 은영인 줄 알고 웃으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에게 말을 건 것은 은영이 아닌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자 2명이었다.
하윤은 자신이 모르는 이들이 말을 시킨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저기요-”
“........네?”
“오, 오빠! 시, 시간 있으세요??”
하윤은 순간적으로 움찔 거렸다.
이 모습을 은영이 보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서다.
혹시나 자신이 추파를 던지는 것으로 착각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윤이 그녀들을 거부하려는 순간.
정확히 자신의 앞쪽에서 질투에 불탄 눈빛을 하며 나타난 은영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서며, 자신의 목에 손을 두르고 진하게 키스했다.
“전.......여자 친.........우웁!!!”
“야!! 이 호박들아!
내 남자친구한테 껄렁거리지 말고 꺼져!!!!”
“뭐,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야! 가자!!!”
은영의 당돌한 태도에 반항한번 제대로 못하고 퇴장당한 그녀들.
그녀의 통쾌한 승리였다.
그 모습에 하윤은 바닥에 주저앉아 움찔거리며 밀려오는 웃음보를 참느라 배가 아팠다.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된 이 상황도 그랬고,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믿어준 그녀에게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상황에서 당당하게 키스하다니.......보기보다 배짱이 두둑했다.
하윤은 자리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일어서며, 작게 흘러나온 눈물을 닦았다.
“푸...........풋..........크큭!!
은영아.......나 너한테 다시 한번 반했다.”
“이, 이제 알았어?? 내 매력을!!”
하윤은 그런 은영을 사랑스런 표정으로 가만히 보다가 갑자기 그녀의 허리와 무릎에
손을 대고 번쩍 들어올려 그녀를 당황시켰다.
“꺄, 꺅!! 민하윤 뭐야!!”
“공주님 납치!!
큭, 어디로 모실까요?!!”
“음.......놀이공원으로!!!!!”
그들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행동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기에
바빴고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정말로 놀이공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 * *
“오늘 첫 시간은 퍼미션마케팅
전략에 관한 설명입니다. 위의 자료를 보시죠.”
서진이 스크린을 가리키자, 모니터 상에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와 그래프 등이 떴고,
그것을 사람들은 눈여겨보며 뭔가를 적기에 바빴다.
“현재 제일그룹의 회장으로 있는 류정환이,
1999년에 지은저서에 대두된 마케팅방법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낯선 사람과 점점 친해지고
평생의 반려자인 로열(loyal)고객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퍼미션마케팅의 주요핵심은 꾸준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충성고객 확보죠.
즉, 고객과의 친밀도가 이젠, 성공을 좌지우지 한다는 겁니다.
요즘 어떤 곳을 가 보아도 고객에 대한 대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그 점에서 이 마케팅전략은 여러분이 꼭 알아두셔야 할 겁니다.
어떤 분야든 고객과 1:1은 언제든 가능한 거니까요.
.........여기까지 궁금하신 점 있으신 가요?”
“질문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저흰 비서실로 배정이 결정 됐는데,
저희도 그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흰 어쨌든 안에서 일하는 거잖아요.”
한심한 여자다.
서진은 어리석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자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어떻게 된 게, 정말 면접을 통과한 사람의 질문이라 하기엔 황당할 정도로
바보 같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이 회사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안 되는 것을 가리킬까?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그였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하시는군요.
비서실은 회사의 얼굴입니다.
그 것은 CEO나 각 기업의 큰 사업가들을 대하는
직업이기도 하죠, 게다가 단순한 업무보조가 아닌,
업무보조와 상사가 자릴 비웠을 때 의무도 대행하는,
중요한 존재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런데 만약, 비서가 마케팅 쪽의 지식이 없어서 고객 앞에서
치명적인 사업적 말실수를 한다거나 해서, 계약이 파기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계약에 따른 회사 측의 피해보상을
책임지실 수 있으십니까?”
“...........그, 그건.”
“아셨으면, 신중히 듣고 배우시길 바랍니다.
차후 검증을 한 뒤 평가 이하면,
잘린다는 점을 명심하시구요.
다음으로 넘어가죠.”
순간, 잘린다는 말에 질문자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둡게 가라앉았다.
서진은 그녀의 표정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설명을 했고, 서영역시
그 여자가 한심하다고 느끼며, 필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
.
.
.
“이상으로 오늘 제가 맡은 교육은 여기까지 입니다.
질문 더 없으시면, 점심시간 갖겠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교육이 끝나고, 교육실에서 한참을 떨어진 구석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진을 발견하곤 시비라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영이 다가섰다.
왼지 그냥 넘어가기엔 오전의 일이 약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 누군가와 얘기하며 걸어 나오는 듯한 소리에 놀라 서영이 왼쪽 벽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보니, 그들은 다름 아닌 서진과 진주였다.
“.............다칠 거야.”
“......류진주.
무슨 짓이야.”
“그러니까, 지금 나랑 데이트해줘.
일 지금 없는 거 다 아니까
고집 부리지 말고.”
중간부터 들어서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누군가 다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치다니? 순간 의문이 생기는 서영이었다.
그러나 역시 짚이는 곳이 아직은 없어서인지 서영은 계속해서 그들의 말을 숨죽여 가며
들었다. 뻔뻔하지만, 어쨌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궁금해서다. 궁금해서...........!
서영은 단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남의 대화를 엿듣는 자신의 처지를 애써 합리화 시키며
숨죽이고 있었다.
“..........당장 꺼져.”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헙............!”
순간, 기침이 나오려 함에 서영이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눈치 챈 건지, 진주를 따돌리곤,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서성였다.
“.......보기 좋게 숨어들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군.”
그는 도망가려는 서영의 팔을 억세게 쥐어 잡았다.
그녀는 서진과 동시에 눈이 마주쳤고, 숨으려는 듯 서진이 옆에 있던 창고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등 뒤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려는 마대자루를 자신의 몸으로 막았다.
그는 창고 문 밖으로 보이는 자신을 찾는 진주를 보며, 몸을 더욱 움츠렸다.
“..........어디 간 거지?”
“...............헙............”
“...........(조용히 해.)”
진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리를 떴는데도 안심되지 않는 듯 서영의 입가에 손을 대고
놓아주지 않았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멈출 듯 심하게 귓가에 울린다.
좁은 공간에 서로 밀착되어 버린 그와 그녀.
서영은 멈출 줄 모르는 자신의 심장을 원망하며, 얼굴을 붉혔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그것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의 가슴에 맞댄 자신의 얼굴 사이로 들려오는 그의 심장박동수는 무척이나 빠르고,
바쁜 음을 내며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는 것. 그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리듬을 함께하는 그의 심장소리에 놀라며 서서히 동공을 확대시켰다.
조금 놀랐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차분해 보이는 그와는 맞지 않는 바쁜 심장소리에.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들킬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에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자, 자연스럽게 손을 놔주며,
밖으로 나왔다.
“후..........어디까지 들었어?”
“..........끝에 다친다는 말 빼곤,
다른 건 전혀 못 들었어요.”
“그렇군.......”
못 들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서진은 고개를 돌려 나왔다.
그리고 서영의 붉어진 얼굴은 식을 줄 모르며, 더욱 붉게 익어갔다.
붉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순간, 의문이 생겼다.
가끔씩 자신을 대하는 그의 차가운 태도와 상반된 것들.
방금 전 자신을 몰아세울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냥 두었으면, 조금은 자신을 싫어하는 그는 자신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모순된 행동에 서영은 문뜩 의문점이 생겼다.
“근데, 왜 갑자기 그렇게 나한테 차가워졌어요?!!
당신 처음엔 내 문병도 오고.......날 지켜줬었잖아요.
그리고 방금 전엔 날 숨겨줬고............난..........
전혀 당신 태도가 이해 안 되는데.”
후아~! 다 읽었다. 아침부터 계속 눈이 오더니 신기하게도 소설을 다 읽으니 눈이 멈추고 햇살이 들어옵니다..말의 주술적 효과를 신봉하는 저^^제목과 어울리는 풍경같아요~급하지 않은, 여유롭게 걷는 듯한 전개가 좋습니다. 꼼꼼히 씨줄과 날줄을 엮느라 자주 고민하실 로니엘님 모습이 선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요~
첫댓글 이야 생일날 로니엘님 글에 뎃글 첫번째가됫네요, 헤헤- 근데 맘이 너무 아파요 후잉,
아~ 감사합니다^^ 어떤점이 마음이 아프신지.........흐흐. 하여튼 코맨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이터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진주가 서영에게 해를 가하려고 해서 서진이 그러는 거죠?예감에.... 하윤이랑 은영이는 행복해 보여 좋아요. 해피모드가 좋으니까.... 얼능 서진과 서영이도 해피로...
그렇죠~ 파인님 너무 잘 아시네 ㅋㅋ 서진이는 서영이 걱정되서 그런거랍니당~! 그런것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받아 들이지 못해 방황하는 중이라죠 ㅠㅠ
후아~! 다 읽었다. 아침부터 계속 눈이 오더니 신기하게도 소설을 다 읽으니 눈이 멈추고 햇살이 들어옵니다..말의 주술적 효과를 신봉하는 저^^제목과 어울리는 풍경같아요~급하지 않은, 여유롭게 걷는 듯한 전개가 좋습니다. 꼼꼼히 씨줄과 날줄을 엮느라 자주 고민하실 로니엘님 모습이 선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 해주시니 넘 좋네요. 큭큭.....물론 하윤이 전개를 생각보다 조금 빨리 했지만, 그냥 거기서 끝낼 제가 아니죠 ㅠㅠ 고생이 좀 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봐주시니 저 역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하구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
오늘 하루종일 컴터가 말썽여서.. ㅠㅠ 보고 감상글은 지금 남겨여 ㅎㅎ 서진이.. 서진이...... 나 오늘도 아무 말 안해야 되는거예여? ㅋㅋㅋㅋ
안되요!! 님 코멘을 기다려딴 말입눼다!! 크크. 컴터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ㅁ-;ㅋㅋ;; 제 컴도 요즘 이상하지만요;ㅅ;
크큭~이렇게 둘이 아픈 만큼 나중에 더욱 예쁜 사랑을 하겠죠~ㅎㅎㅎ 하윤이랑 은영이 좋아죽는데 왜 샘이나죠?ㅎㅎㅎㅎ
그러게요~ 저도 억지로 갈라놓고 싶습니당;;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