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와 조반니, <최후의 심판>, 12세기 중반, 패널에 템페라,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 로마
로마 바티칸 박물관 내 회화관에 소장된 보기 드문 형태의 템페라 그림인, <최후의 심판>은 로마의 산 조르조 나지안제노 오라토리오회에서 주교나 수도원장이 앉던 의자 등받이에 장식되었다. 그림의 틀은 둥근 형태로 아랫단은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후의 심판 장면은 총 5단으로 나누어져, 가장 아랫단에는 봉헌자들이 성모님께 간구하고 있는 모습과 지옥의 장면이 묘사되어 있고, 네 번째 단에는 관에 있는 죽은 자들에게 나팔을 불고 있는 천사들과 죽은 자들의 몸이 들어 올려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세 번째 단 왼쪽에는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한 순교자들과 성 바오로가, 오른쪽에는 일곱 가지 자비 내용 중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고, 감옥에 있는 자를 찾아 주고,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는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가운데는 성 스테파노와 성모님께서 양손과 고개를 하늘로 향해 그리스도께 간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면은 그림 가장 위에 자리한 그리스도 형상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여섯 날개를 가진 두 명의 세라핌과 두 천사의 보위를 받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서 엄숙하고 근엄하게 이 세계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정중앙의 그리스도는 우주의 통치자이며, 황제처럼 위엄을 갖추고 옥좌로 상징된 구에 영광스럽게 앉아 계신다. 그리스도는 왼손에 구원의 상징인 긴 십자가를 들고 있고 오른손에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 33)라는 글이 새겨진 구를 들고 계신다. ‘세상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는 당당하고 위엄찬 임금의 모습이다. 임금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찬미하고 그분께 감사드려야 함이다. 두 번째 단에 사제 복장을 한 그리스도는 천사와 사도들 가운데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오란테(Orante) 형식의 모습으로 제대 뒤에 서 계신다. 기도하는 사람처럼 두 팔을 하늘로 들어 올린 그리스도는 미사를 드리는 사제와 같은 모습이다. 대사제로서 그리스도는 당신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자신의 몸과 피를 성체성사 안에서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제대 위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도구인,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옆구리를 찔렀다는 창, 숨을 거두시기 전 갈대에 신 포도주를 적셔 마시게 한 해면, 손과 발에 박은 못들, 가시관, 성경 그리고 금으로 도금된 십자가가 있다. 이러한 고통과 죽음의 상징 도구는 우리 모두를 구원하기 위한 희생의 도구로, 십자가 위에서 목숨까지 내어주심으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한 번 제물을 바치셨으며 (히브 10, 12), 이제는 우리와 함께 당신이 소유한 무엇이든 나누시려는 것이다. 비록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희생된 사제의 모습으로 제대 앞에 서 계시지만 그 위에는 영광스런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그리스도의 왼쪽 대천사가 들고 있는 종이 위에는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마태 25, 34) 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 대천사가 들고 있는 종이 위에는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마태 25, 41)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날마다 받아 모시는 성체는 주님의 몸이다.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1코린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