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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차애
몸 바깥의 성좌보다 몸 안에 숨겨진 별이
더 푸르다면
살이 차오른다면
더 소용돌이쳐 흐른다면
당신은 좀 무르거나 이른 별
오전엔 비가 와서 흐르는 별이 푸른 별의 등을 떠밀었지만
그건 인과율도 변증론도 모르는 일
오후엔 주가가 반등하여 살 오르는 별에서 카랑카랑 쇳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그건 별풍선 모으기 정도만큼의 별별 이야기
덜 여문 제 꼬리를 뜯어먹는 별들의 식욕에 관한 이야기
거룩한 성좌는 거룩히 계시고
반짝이는 별은 반짝이며 원운동을 키우는 중이지만
숨겨진 별들은 검은 반경을 넓히는 씽크홀처럼 몸의 체위를 바꾼다
그림자와 사물의 이름을 뒤섞어 바탕화면을 재설정 중이다
하늘 위의 별자리보다 발밑의 별들이 더
더 짤랑거린다면, 이제 당신은
바다를 발명하는 고래의 별
꽃을 불러오는 노루의 별
몸속의 진동을 타고 오르는 검은 매의 별
한 귀퉁이의 우주를 터뜨린 빅뱅의 별
머지않아
태허로 돌아가는 구름을 잡아타고
별星 별辰 자의 획순마저 남김없이 흩뿌릴 별
백색왜성처럼 환한 고독에 부쳐
한 줄 시의 문장에 삽입될 별
- 계간 《시사사》 2020년 가을호
안차애
부산 출생. 2002년〈부산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불꽃나무 한 그루』 『치명적 그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