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는 보릿고개 시절 피죽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집은 문전옥답이 열 마지가나 됐고 채소나 콩,고구마를 갈아 먹는 밭이
한 뙈기가 있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논이 열 마지기나 됐지만 가뭄이 들거나
하면 농사짓기가 어려웠고 또 비료가 없어서 거름을 준다해도 소철이 그리 많이
나지 않았다. 논농사만 가지고는 식구들의 식량이 모자라서 밭이나 논에 보리를
심어 끼니때마다 보리와 쌀을 섞어서 밥을 했다. 때론 무나 고구마를 밑에 깔아
무밥이나 고구마 밥을 해서 양식을 절약해 나가기도 했다.
그 동안 정부의 경제개발정책과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살기가 많이 좋아졌다.
금년에는 국민1인당 GDP가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선진국에 들어서긴
했나 보다. 예전엔 쌀이 모자라 수입했는데 지금은 쌀 소비량도 줄고 쌀이 남아돌아
2중곡가제 시행으로 1년에 쌀 보관 하는 데만 4600억원이 낭비된다고 한다.
먹거리로는 빵도 있고 라면도 있지만 한국인은 밥심으로 일한다고 말한다.
서양사람들은 만찬이라 하여 저녁에 한 상차려 잘 먹지만 한국사람들은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종일을 견딜 수가 있다. 가수로서 늦게사 빛을 본 진성이 부른 노래가 "아이야
뛰지마라. 배 꺼진다"가 아니던가.. 아이들이야 이리뛰고 저리 뛰어 다녀야 정상인데 배불리
먹일 게 없어 부모는 아이더러 배 꺼질까봐 걱정하는 심정이다.
마트 식량코너에 가면 쌀 브랜드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쌀이 부족할 때는 소철이 많이
나는 통일벼를 개발했으나 밥 맛이 없다 하여 지금은 퇴출되고 말았다. 우리집은 전에는
무슨무슨 청결미를 사다 먹다가 조금 비싼 고시히까리를 사다 먹는다. 고시히까리 쌀을
압력밥솥에 앉혀서 밥을 하면 약간 찰기가 있다. 예전에 어머니 계실 적에는 생일날에는
찰쌀에 팥을 넣어 찰밥을 해주셨다. 소금을 약간 뿌려서 간을 맞추기도 하였다. 찰밥을 먹으면
배가 쉬이 꺼지지 않고 든든하였다.
식사때 밥을 먹는 국민들은 우리나라,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그 중에서도
찰기가 있는 밥을 먹는 곳은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다. 중국은 알랑미(안남미)라 해서 모양이
글쭉하고 밥을 해 놓으면 찰기가 없어 입으로 '후우' 하고 불면 밥알이 폴폴 날려간다.
동남 아시아는 손으로 밥을 집어 먹으므로 손에 달라붙으면 안된다. 그래서 찰기가 없는 안남미를
고집한다.찹쌀이 아니라도 압력밥솥에 밥을 하니 찰기가 생기니 입에 물린다. 다음엔 쌀 브랜드를
수향미로 바꿔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