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를 유혹하는 겨울 미각, 복요리
어떤 미식가가 말하기를 복어는 손질하고 말리는 데에는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하지만 요리는 간단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복잡하게 양념하면 담백한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복어의 고기는 쫄깃쫄깃하고도 무척 연해 이 사이에 끼이는 법이 없다. 옆구리를 기준으로 하여 등은 검고 배는 하얀데 배의 껍질은 맛은 좋으나 가시 때문에 까칠까칠해 감촉이 좋지 않고 등 껍질은 매끄럽고 순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숙취에 좋다 하여 보통 해장국으로 먹거나 매운탕으로 즐겨 먹고, 회를 뜨거나 말려서 구워 먹기도 한다. 복어탕을 끓일 때는 미나리를 곁들이면 맛도 한결 좋아지고 해독 작용도 한다.
또 맹독 때문에 먹지 못하는 복어알을 7∼8년 이상 삭혀 먹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삭힌다고 복어알의 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로 독기가 덜해질 뿐이다. 민가에서 그저 전하는 이야기므로 함부로 맛보아서는 안 된다.
서해안의 단골 복집에서 10년을 삭힌 복어알젓을 맛본 적이 있다는 한 음식평론가는 ‘먹어도 될까 하는 반신반의한 기분으로 복어알젓을 입 안에 넣었단다. 싸한 박하향이 혀를 감쌌고, 목구멍으로 넘기자 저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며 귀물을 맛본 이의 기쁨을 말해주기도 했다. 맛보다 금기에 도전했다는 호기에서 비롯한 기분 때문에 별난 미식가들만이 가끔 이 ‘위험한’ 음식을 찾아다니곤 한다.
복어 음식은 일본에서 특히 발달하여 조리법이 다양하다. 얇게 저며서 국화꽃 모양으로 펼쳐서 돌려 담은 복어회는 회 중에 으뜸으로 치고, 맑게 끓이는 복지리는 담백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꼬들꼬들한 껍질을 데쳐서 초맛을 내어 무치고 지느러미를 구워서 청주에 넣어 마시는 ‘히레자게’도 진미이다.
복껍질 초무침
전채로 즐겨 먹는 요리로 껍질과 피하조직을 잘게 썰어서 끓이면 젤라틴 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식히면 응고된다. 재료의 분량이 적을 경우 한천과 젤라틴을 첨가하여 응고시키기도 한다. 한입 혀 위에 올려놓았을 때 체온에 의해 자연히 녹을 정도의 단단함이 가장 좋다.
재료
복어살과 복어 껍질 100g, 미나리 30g, 무즙, 50g, 고춧가루·채썬 유자 약간씩, 본즈 적당량
만드는 법
1 복어 껍질과 복어살을 끓는 물에 삶아서 잘 헹궈 냉장고에서 꼬들꼬들하게 말린다.
2 말린 껍질과 살을 잘게 채썬다.
3 무는 강판에 갈아서 고춧가루를 섞는다.
4 미나리는 4cm 길이로 자른다.
5 오목한 그릇에 껍질, 살, 미나리, 무즙, 유자채, 본즈를 붓고 무친다. 전채로 즐겨 먹는 요리로 껍질과 피하조직을 잘게 썰어서 끓이면 젤라틴 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식히면 응고된다.
재료의 분량이 적을 경우 한천과 젤라틴을 첨가하여 응고시키기도 한다. 한입 혀 위에 올려놓았을 때 체온에 의해 자연히 녹을 정도의 단단함이 가장 좋다.
복지리
|
해독 작용이 있는 미나리와 잘 어울리는 복 냄비요리. 장시간 끓이면 고기가 뭉그러져 먹을 때 씹히는 맛도 감칠맛도 없어진다. 햅쌀을 씻은 뜨물에 끓이면 더욱 맛이 좋고 고추장, 집된장, 파, 미나리, 찹쌀떡을 넣고 무쇠솥에 장작불을 때어 끓인 국은 특히 으뜸이라는 기록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요즈음의 ‘복 매운탕’을 말한다. |
재료
복어살 150g, 뼈와 머리 60g, 배추 100g, 두부 50g, 대파 30g, 무 50g, 팽이버섯 30g, 다시마 1쪽, 미나리 30g, 표고버섯 10g, 당근 5g, 찹쌀떡 20g, 채썬 유자 껍질·청주·실파 적당량씩, 소금·녹말 약간씩
만드는 법
1 전문가가 손질한 복어살을 구입해 깨끗하게 씻는다.
2 배추와 당근, 무는 살짝 삶고 대파는 4cm 길이로 어슷썬다. 미나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3 찹쌀떡은 녹말을 묻혀 그릴에 살짝 굽는다.
4 냄비에 물과 다시마를 넣고 불을 올린다.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꺼내고 복어살, 야채 순으로 넣어 한소끔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표면에 떠오르는 찌꺼기를 걷어내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5 ⑤에 유자 껍질과 청주, 미나리를 넣는다.
6 먹을 때 본즈, 실파와 레몬을 곁들인 모미지오로시(고춧가루를 곁들인 무즙)와 실파 썬 것을 넣어서 찍어 먹는다. 레몬즙을 곁들여도 좋다.
폰즈와 오마지오로시
일본 요리에서 사용되는 소스와 드레싱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본즈’와 ‘모미지오로시’도 그 중 하나이다. 본즈는 나무에서 채취하는 나무초라는 의미로 일반적으로 등자나무초〔橙酢〕를 본즈라고 부른다. 등자나무 열매, 유자, 초귤 등 초를 짜내는 데 사용하는 열매의 즙을 내어 쓴다.
복 요리를 만들어 준 하꼬네에서는 진간장 7큰술, 다마리간장(색깔을 내는 특수 간장) 3큰술, 청주 1큰술, 과일 식초 10큰술(또는 일본산 본즈), 물 8큰술, 가다랭이 가루 10g, 10cm 크기의 다시마 1조각을 잘 섞은 다음 면보에 걸러 사용한다. 급하게 만들어 쓴다면 다시마 국물과 식초, 간장을 1대1대1 비율로 맞춰 써도 된다.
.
또 모미지오로시(또는 아카오로시)는 붉은 무즙으로 무와 붉은 고추를 강판에 갈아서 사용하거나 간 무를 고운 고춧가루에 버무려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