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외손자 유준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처음으로 동화를 썼습니다.
유준이가 7살 여름
시골 외증조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보낸 하루를 기억하며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유준은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시골 외증조할아버지댁에 가는 날이거든요.
시골집 대문에 들어서면 종종걸음이 이내 뜀박질로
변해요
유준아, 넘어져. 천천히.
키가 큰 외증조할아버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유준을 꼭 안아줍니다.
시골 이층집에는 아늑한 다락방도 있습니다.
하이디가 창문으로 별을 보던 알프스산
할아버지 산골집처럼요.
그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으며
혼자도 잘 놀아요.
햇빛이 잘드는 마당에서 할아버지와 공차기를 하고
숨바꼭질도 합니다.
보드라운 마당의 흙은 유준이가 넘어져도
무릎에 상처를 주지 않아요.
그냥 작은손으로 톡톡 털기만 하면
먼지가 폴폴나며 말끔해지거든요.
할머니 손을 잡고 간 텃밭에는 유준이를
기다리는 것들이 있지요.
얼굴이 긴 오이는 작은 가시가 송송 박혀 있어
할머니가 따 주십니다.
유준이가 좋아하는 보라색 가지는 보들보들
윤기나는 얼굴로 매달려 있고요.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때
제일 많이 쓰는 초록색 고추는 유준이의 작은 손으로도
딸 수 있어요.
앗, 지렁이다.
지렁이가 온몸을 땅에 대고 기어갑니다.
유준은 지렁이하고도 친구가 됩니다
빨간옷 입은 무당벌레도 보입니다.
안녕!
내 이름은 강유준이야.
넌 누구랑 사니?
이층집에서 아이 소리가 나.
어디, 어디?
새들이 구경옵니다.
너무 귀엽다.
아기 참새 한 마리가 부끄러워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살짝 뜨고 실눈으로 보고 있네요.
봉숭아 꽃이 말합니다.
유준이 손톱에 꽃물을 들여주고 싶어.
얼굴이 하얀 백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아이가 꽃물을 들일까?
요즘 남자아이들은 요리도 하고 소꼽놀이도 하잖아.
유준 할머니가 꽃물을 들여 주실거야
벌써 내 꽃과 이파리를 따가지고 가셨거든.
꽃들이 수런거리는 소리에
채송화가 자고 있는 분꽃을 깨우고
땅을 바라보고 있던 은방울꽃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아요.
옥수수 따러가자.
개울가를 지나 옥수수밭에 갔어요.
히힛. 옥수수에 수염이 달렸네
따가지고 온 옥수수를 할머니가 찌고 있습니다.
외증조할머니와 그네를 탑니다
감나무 잎새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시원한 바람이 유준이 얼굴을 만지고 갑니다.
나비들이 뱅글뱅글 동그라미를 만들며 꽃밭위를
날아다녀요
개미들이 줄을 지어 소풍을 갑니다.
유준, 새들, 풍뎅이, 나비, 고양이가
개미들을 따라가며 노래를 부릅니다.
저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외양간 송아지 음매 음매 울적에...
유준이는 돌멩이 2개를 부딪혀 박자를 맞춥니다.
나비는 나풀나풀 춤을 추고요
음악대 여러분, 옥수수 먹어요.
할머니가 부릅니다.
옥수수가 맛있어요
그건 금방 따서 쩠기 때문이야.
너희들도 먹어볼래?
할머니가 옥수수 알갱이를 따서 그릇에 놓아줍니다.
햇빛 샤워를 하고 있던 꽃들이 쳐다봅니다
너희들은 물이 먹고 싶지?
유준이가 분홍색 바가지에 물을 담아가 줍니다
유준아
명란 치즈 잣 넣은 계란찜과
가지나물, 호박무침, 갈치구이로
저녁밥 먹자.
유준이의 시골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저녁밥을 먹은 유준이 눈에 졸음이 대롱대롱
맺혀 있습니다.
이제 꿈나라로 갈 시간이에요.
2ㅇ23 9 22
첫댓글 외증조 할아버지 집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가 즐겁게 노는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외 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손주에 대한 사랑이 잔잔한 봄비처럼 마음을 적셔주는군요.
채뭔씨의 어린시절 속에서 이 동화가 탄생했군요.
외증조 할아버지, 할머니댁이니 외할머니댁이기도 하지요. 어린시절의, 그것도 도시에 사는 어린이의 시골 외할머니와 외할머니댁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너무나 특별하구요.
할아버지가 대장인 가족음악대를 만든다는 설정이 재미있네요.
유준이도 외증조할아버지 댁에서 채원씨의 어린시절 마냥 그못지않은 많은 추억을 쌓을 겁니다~
<나무야 누워서 자라>라는 동화를 읽고, 동화를 쓰는기본 자세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 해 본 적이 있지요. 채원님도 언어가 맑고 순수한 시각으로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있으니 좋은 동화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구비했다고 생각됩니다. 나도 어릴 적에 외갓집이 좋았는데, 장차 외손주들로부터 존경받는 외할머니 외할아버가 될 것 같네요. 제 기준으로는 친손주 외손주 구분없는 그냥 손주입니다.
어린시절 외가에 간 추억이 떠오름니
다
당시 나의 외할머니께서 50원정도
주길래 귀가중 복숭아 과일밭에서
복숭아 서너개를 사먹은 추억이
있어 나는 사관학교 휴가시마다
외할머니께 담배 한벌을 사다주
셨지요
채원님 옛추억은 다양합니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시는군요. 돈과 같은 물질적 유산보다 정신적 자산을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평생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아이. 자손. 후손 ㅡ 할머니의 사랑을 전수하는 지고지순한 모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