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 앞바다. 제주는 설문대할망 이야기 등 설화와 전설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왠지 바다 또한 몽환적이고 주술적으로 보인다.
함부로 헤집으면 안될 거 같은...애네들은 그런 걸 알까. 엊그제 처가 어르신들 이장했는데 포크레인으로 파묘하기 전에 산신제 올리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얼른 끝내겠습니다. 하는 걸 보고 그래 이런 걸 누가 본다고 기억하고 지키겠는가, 종교란 게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생명 소중한 걸 알게 하는 힘이란 생각을 했다. 삼성, 대림 꼭 기억할 거야!!
나만 그런가, 점심먹고 잠깐 식곤증이 아니라 오후가 되면 내내 졸린다. 여지없는 닭병인데 저녁에 어버이날이라고 처가집에 모여 옻닭을 먹는다니 닭으로 닭병을 쫓아봐야겠다. 이열치열 아니겠는가.
요즘 연달아 영화를 봤다. 은교, 건축학개론, 오늘 코리아까지. 그래 영화 얘길 잠깐 해보려고 그런다. 스포일러 이런 거 많으니까 참고하길.
은교. 뻣뻣한 남자후배랑 같이 봤는데 심히 지루했다. 저녁에 만난 여자 후배들이 원작소설은 읽어봤냐 그래서 안봤다 그랬더니 무슨 관음증 환자 취급을 했다. 졸지에 여고생 다리나 힐끗거리는 중년 아저씨 됐다.
애들이 또 따지듯 묻는다. 70넘은 노인이 여고생과 섹스를 상상하는 게 말이 되냐고. 상상도 못하냐며 작가니까 더더군다나 가능하지 않냐고 답했더니 또 쳐다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여자를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본좌의 입장에선 걔들이 말하려는 게 어렴풋 뭔지는 알겠는데 남자 입장에선 좀 추하긴 하지만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음양의 조화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가운데 토막은 뇌가 통제할 수없는 또 하나의 자아라고 하잖은가.
무튼 주인공의 "젊음이 너가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닌 것처럼,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말은 머리에 오래 남았다.
나도 70, 80 넘어서까지 젊은 여자 보면 주무르고 싶어할까도 갑자기 궁금했다.
건축학개론, 도 심히 지루했다. 영화를 좀 압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미쓰A의 수지가 광주 분식집 딸이라는데 아이돌도 잘하고 첫 영화로 신인상도 받고 누구나 안시켜줘서 그렇지 시켜보면 다 잘할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우리 안의 재능을 살면서 얼마나 발휘하고 살까, 심히 궁금했다.
첫사랑,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만나면 정말 어떤 기분이 들까, 안만나는게 더 좋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던 거 같다. 홀어머니와 첫사랑을 버리고 밥맛 여자랑 미국가고 싶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에 그래 난 크게 되긴 글렀구나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다.
코리아. 이건 마눌과 같이 본 영화인데 나 훌쩍이는 소리에 마눌님 영화를 제대로 못봤댄다. 문체부가 투자한 코리아, 뻔한 쇼비니즘 영화겠군 결코 울어주지 않겠어 했는데 남자들한텐 월드컵 증후군이 있어서 그런지 감동 스포츠 영화에는 눈물이 자동반응이다.
"편지할께라고도 못하고 전화할께라고도 못하고 내가 뭐라고 해야 돼?" 이런 대사. "저도 연정동무 좋아합네다. 하지만 어차피 다시 만날 수 없는 사이인데 괜히 정분만 생기면 평생 어뜨케 견디고 살겠습네까." 뭐 이런 대사에 펑펑 눈물이 났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니 입었던 남방 카라가 축축해 도대체 이렇게 많이 울어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났다. 나보다 눈물 많은 사나이들에겐 절대 비추.
써놓고 보니 나 영화 많이봤다~ 이러면서 자랑질치는 거 같다는, 송구하다는, 꼬우면 댁들도 보시라는.
첫댓글 나도 코리아는 봤다는~~~
그래 넌 안울었다고?
나올려다가 말았다는... '이제부터 울 차례야'라고 너무 친절하게 하는듯해서...
네 피속엔 정녕 NL의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더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