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숙님
12. 31.
불법 사드철거 김천 평화 촛불 제920회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김천역 평화광장은 한 해를 닫는 촛불 모임에 참여하려 달려온 동지들로 북적인다.
떡국을 나눈다고 조금 일찍 왔지만 수연님이 고명을 다 준비해놓고 물을 끓이는 중이라 특별히 할 일은 없었다. 혼자서 힘든 것 같아 새해엔 하지 말지 했더니 “추위에 따뜻하라 한 거 (필요하다)”라면서 떡국을 뜬다. 고마움과 따뜻함이 함께 스며든다.
오늘의 사회자는 김종희 기획팀장.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오늘따라 가슴 찌르르해지는 노래. 우리는 사람들이 많거나 적거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그저 지키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박태정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이장이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 아까 다리를 절룩이며 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간 삔 줄 알아서 치료했는데 차도가 없어 MRI를 찍었더니 골절이란다. 그래서 기브스를 하셨다고. 못 나와서 죄송하다 하셨다. 일요일이 되어 집에 있으면 죄진 마음이시란다.
“참 여기 오신 분들은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저도 대단하죠?(“네” 대답과 웃음).
어느덧 2023년도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 안 좋은 일은 오늘 이 시간부터 다 버리시고, 내년도 24년도에는 정말로 좋은 일만 매일매일 가득하시고 항상 행복하신 날이 계속 지속되기를 간절히 비는 바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 땅에 전쟁이 없고 평화를 위해서 이렇게 차운(추운) 아스팔트에 매일 모여서 염원을 합니다. 16년도에 기지가 생기는 바람에 더 고통스럽고 삶이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사드가 뽑혀 나가는 날까지 계속 투쟁을 할 것이고 그건(사드는) 갈 것입니다. 오면 가게 돼가 있어요. 처음이면 끝이 있습니다. 그날까지 우리 절대로 좌절이나 절망하지 말고 우리는 희망이 있으니까 희망은 우리가 소망하는 대로 이루어집니다.
꼭 그날까지 같이 하시기를 부탁드리면서 내년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또 다음 주에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드철거 성주대책위 이종희 공동위원장. 자신은 욕도 잘하고 파괴적인데 8년째 위원장 한다고 넋두리(?)를 하고선 왜 싸우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단다. 이거는 불의다는 대답이 나오더란다.
“그라만 사드가 왜 의롭지 않으냐? 사드는 전쟁을 불러오는 앙화다. 사드가 있음으로 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걸 포기하지 않을뿐더러 평화를 담보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북한을 명분으로 해서 이 못난 위정자들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그래서 의롭지 못하다.”
“국민을 속이는 이 위정자들을 명색이 지도자로 하고 국민이 낸 세비로 받드는 이 현실이 정말 저를 분노케 합니다.
사드가 단순하게 군사 무기가 아니고 실제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놈들의 그 패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물건이기 때문에, 백성의 한 사람으로 이 지역의 주민으로서 그 위선 앞에 굴복할 수가 없기에 저는 몇 년이 지나도 제가 건강이 담보하는 한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제 자신한테 다짐했습니다.
오늘 수십만의 우리 동지들이 엄동설한에 세밑이 아무리 춥더라도 나오시잖아요. 우리 잊지 않고 체념하지 않고 지금처럼만 싸워주면은 언젠가는 미국 놈들이 ‘아따 소성리 질기대이.’ 도저히 안 돼서 대사관한테 전화해서
‘어이 봐라 대사. 그 소성리에 있는 사드 빨리 빼라.’ (할 겁니다.)
그 사드 갖고 중국 한번 쳐다불라 카다가 한국 민중들한테 미국이라고 하는 국가 이미지, 금마들(미국)이 만들어 놓은 거짓말, 미국의 신화를 산산조각 낼 것 같다라는 그 확신이 뇌리에 팍팍 꽂힐 때까지 우리 투쟁을 멈추지 맙시다.
우리들 힘냅시다.”
이동욱 공동위원장이 나와 여러 분들에게 두루두루 인사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로지 평화 일념으로 이 행동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 높은 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말로만 평화 평화 그럽니다. 실제로 평화롭지 않거든요. 우리 주민들이 그래서 평화의 전사가 되어버린 거 아니겠어요?
전쟁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평화를 지키는 것들은 우리 국민들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전국의 모든 평화 동지 여러분들께도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면서 많이 도와달라 지킴이들에게 당부했다.
(한 해의 마지막날에도 소성리 평화행동은 계속되었다. 이동욱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감사와 연대를 표했다.)
소성리가 낳은 우주적인 가수 정진석님, 김천 촛불을 위한 노래를 드디어 만들었다고 첫 발표를 했다. 어제 만들었다고 한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니 이번엔 울분이 담긴 노래, 소성리 주제 노래를 부른다.
쭉 뻗은 직선도로 달리다가 모통이 끼고 돌아 들어가면
좁은 길 양옆으로 산골짜기 점점 시골집들
손바닥만한 논밭이 제법 큼지막한 비닐하우스.
그렇게 찾아간 마을 예사롭지 않네.
울룩불룩 산세 기운차고 물소리, 바람소리 시원해
저기 걸어가는 저 사람 걷는 걸음 좀 보소.
한 발 한 발 걷는 걸음에 웃음.
삐쩍 마른 몸이지만 얼굴에 광채가 그야말로 산골 마을
도시의 흔적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고
골짜기 골짜기 골짜기 골짜기 또랑물, 시냇물 맑은 공기 반겨주네.
아름다운 우리 마을은 그 이름 ("소성리~" "그렇죠!")
사드기지 들어왔네
바다 건너 사람들이 갖고 왔네.
말레이 봉우리 넘어 미국 사드 들어왔네.
이 나라 경찰들 몽둥이 들고 우리 할매 할배 조팼네.
그렇게 들어선 기지 주소 캘리포니아
저기 태평양 바다 건너 솟아있는 땅떵거리
바지 걷고 들어서면 웰컴 투더 호텔 캘리포니아.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이당가 여기도 캘리포니아
이어지는 ‘이땅이 니땅이가? 이땅은 내땅이다’ 가사는 신나는 음과 달리 절규로 느껴졌다.
김종희 기획팀장을 종이샘이라고 부른다는 부산 평통사 분들이 앞에 나와 인사하고 ‘바위처럼’ 노래를 불렀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껏 해오신 사드 철거 투쟁을 위한 김천촛불, 한 해 너무 애썼고 그다음에 올해 나를 경영하기보다는 김천을 정말 경영하고 힘내시라 이런 말씀 꼭 전해드립니다.”는 강문수 대표의 인사
원불교 대표로 박형선 교무가 인사했다.
“한 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까 우리 위원장님들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했거든요. 저런 분들이랑 함께 이렇게 투쟁할 수 있어서, 이 평화의 길에 이렇게 같이 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평화를 향해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길은 멈출 수 없다라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우리 앞에 말씀해 주신 위원장님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왜관에 있을 때 천주교에서 하루 데모를 하니까 칠곡 쪽에서 바로 성산포대로 왔으니 우리도 가서 기도하면 하루면 가겠지 뭐 이러면서 가볍게 왔는데 햇수로는 이제 9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그래도 그 가벼운 마음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게 그냥 그냥 뭐 하게 됐으니까 끝까지, 시작했는데 멈출 수는 없죠.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찬수 대구 평통사 대표.
“벌써 한 해가 갔습니다. 이렇게 해가 바뀌는 것이 숫자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또 우리 투쟁의 앞길이 더 험하다는 그런 현실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그렇지만 이 현실을 우리가 스스로 타고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으고 옆에 있는 우리 동지들을 바라보면서 한 걸음 더 나가게 될 그런 결심을 한 것 같습니다.”
‘노량’에서 전쟁의 의미를 의와 불의의 전쟁이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사실 투쟁을 이루어가고 꾸려가는 데 많은 손이 필요하잖아요. 이동욱 위원장님이나 박태정 위원장님께서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되고, 기록을 하고 보급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문화 활동을 하고 또 이렇게 자리를 지켜주고 이런 분들이 있어서 이 자리가 있는 것이고, 그분들을 기억하고 함께하기 위하여 대구에서 구미에서 또 성주에서 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 자리가 있어요.
비록 크지 않은 도시지만 이 김천에서 지난 8년간 이 투쟁을 이루어오기 위해서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가까이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나 고맙고 소중하고 진짜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하셨고요. 다 왔다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갈 길이 멀다라고 확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2024년 백마산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으고 사드 기지 앞에서 크게 외치고 농소에서 떡국 한 그릇 나누면서 함께 갑시다.
윤석열이는 뻑하면 빠르게 가자 카는데 우리는 느리지 않게 우리의 보폭에 맞추어서 쉬지 않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넘치는 힘을 가진, 에너지 그 자체인 우리의 지민주 님. 친정에 오면 엄마 옆 따뜻한 데에 누워 있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했다.
그게 왜 안 될까?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지만 우리가 가졌던 그 인연의 관계와 깊이가 있어 그러하다 했다.
가만히 있으라, 나서지 마라 하는 세상에 지지 말라고 하고,
나의 마음은 지지 않는다
힘내라 마음아
조약골 님이 작곡한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가 너무 느려서 여러 음악가들이 모여 댄스곡으로 만들었단다.
인사가 끝났는데 음악이 계속 나오니까 기차놀이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즐거운 가운데 우리 올해 마지막 촛불집회는 그렇게 마무리지었다.
공지) 24년 1월 1일(일) 해돋이 행사 :
백마산, 오전 6시 활기재 출발,
소성리 기지앞, 오전 7시
2024년 새해에도 사드철거와 평화를위한 발걸음을 계속해 갑시다. 그래도 뚜벅뚜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