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감상하고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2004. 10. 30 프랑스 파리의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한국의 평범한 30대 가정주부 장미정씨는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되어 교도소로 직행하였고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 대화가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하였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아이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장장 756일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 기막힌 사건이었다. 일명 장미정 사건이라 하였는데 2006. 4. 5 KBS ‘추적 60분’ 방송을 통하여 세상에 알려지기도 하였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창 재롱을 부리는 4살 난 딸 혜린이를 둔 30대 평범한 남편 김종배(고수 분)와 아내 송정연(전도연 분) 부부는 카센터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김종배가 친구의 5천 만 원으로 알고 써준 빚보증이 자기도 모르게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물어주게 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 재산이 날아간 상황이라 월세 방에서 살아야하였고 매월 집세마저도 제때 내지 못하여 주인의 혹독한 독촉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후배인 서문도(최민철 분)가 찾아와 외국에서 원석을 운반해야 하는데 같이 한번 해보자고 권유하였고 송정연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여 생전 처음으로 외국나들이에 나선다. 정연은 서문도가 맡긴 여행용 가방을 프랑스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찾아 나오는 중에 마약 단속 반원에게 마약범으로 체포된다. 프랑스 말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수갑이 채워져 교도소에 수감된다. 정연은 서문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에 원석으로 알았으나 그것은 코카인 17kg이 든 가방이었다. 교도소에는 오색인종의 범인들이 수용되어 있는데 말 한마디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동양인을 괴롭힌다. 식당에서 배식한 음식물을 가로채기도 하고 왕따를 시킨다. 교도관들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면목 없지만 정말 억울해요, 그게 마약인줄 알았으면 절대로 그런 일 안했어요.”라고 절규하지만 허공중에 메아리 칠뿐이다. 교도관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한국말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러다가 3개월이 지난 2005. 1. 31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이감된다. 마약을 그곳에서 운반해 왔기 때문이란다. 마르티니크 섬은 서인도제도의 카리브해에 위치한 1,128㎢의 작은 섬이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9시간이나 날아 가야하는 외딴섬이지만 프랑스의 해외현(海外縣)이다. 정연은 자기가 처한 입장을 남편 종배에게 알려주려고 통화를 시도한다. 교도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간을 어겨가며 필사적으로 전화기에 매달린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전도연의 연기는 생생한 모습 그대로 사실적이라 눈물겹도록 안타까운 장면이다.
교도소에서 유일한 소통의 길은 남편과 대사관에 편지를 쓰는 일 뿐이라 그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도움도 주지 않는다. 재판은 4개월마다 열리게 되지만 주범이 잡혀야 재판을 열수 있기 때문에 언제 재판이 열릴지 기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2005. 7월에 주범인 서문도가 한국에서 체포되었다. 서문도는 재판정에서 송정연이 마약인줄 몰랐다는 진술을 한다. 한국 법원에서는 그 내용을 프랑스 대사관으로 통보한다. 그 전부터도 종배는 수차례에 걸쳐 프랑스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마약사범 남편 김종배’라 소개하며 여러 가지 부탁과 주문을 하지만 어느 것 한 가지도 편의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고압적이며 빈정대기도 하고 귀찮다는 표정들이다.
대사관에서는 본국에서 송달된 서문도의 증언내용을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마르티니크 재판부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봉투를 만들었는데 본국에서 국회의원이 방문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전 직원이 사무실 내부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면서 이 문서를 묵은 문서더미와 함께 버려지게 되고 결국 문서절단기에 파쇄 되고 만다. 그러니 대사관에서는 송달처리 한 것으로 기록되어있으나 재판부에서는 아무런 통보가 없으니 재판을 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덩치가 크고 억세게 생긴 여자 교도관은 송정연을 차에 태워 한적한 곳에 데리고 가 차안에서 옷을 벗게 하고는 겁탈하려 한다. 정연은 필사적으로 차에서 탈출하여 수갑이 채워진 채 도망을 친다. 몰골은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지경이다. 카리브 해가 전개되는 장면은 푸르고 아름다운 비경의 풍광이지만 관객은 감탄할 기분이 아니다. 작은 섬인지라 정연은 출동한 경찰관에게 금방 잡히는 신세가 된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현지에는 교민이 없다는 이유로 통역이 없어 재판진행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영양실조 상태에다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처지가 이어진다.
그러다가 1년 4개월이 지난 2006. 2. 14에 보호관찰 하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게 된다. 낡아빠진 방에 먹을 것조차 없는 생활이 계속되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이룰 수 있으며 체중은 37kg까지 빠진 상태에서 끈질긴 생명을 부지해 간다. 그래서 너무나 힘든 나머지 두 번이나 혼절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한다.
종배는 친구와 함께 아내 송정연의 기막힌 사연을 인터넷에 올린다. 친구는 종배에게 말한다. “미국에는 핵폭탄이 있잖아, 한국에는 네티즌이 있어.”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게 된다. 프랑스 대사관 직원이 당황한다. 실마리가 풀리는 기미가 보인다. 송정연의 편지를 받은 방송국에서는 남편 김종배와 마르티니크 현지에 도착하여 정연이 거처하는 곳을 찾아간다. 사랑하는 부부가 극적인 재회의 장면은 눈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억울하며 분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아내는 정말로 보고 싶었던 남편이 눈앞에 나타나 있고 휴대폰에 찍어 온 딸아이의 동영상을 바라보며 통곡하는 모습은 사실저인 장면이다. 가냘픈 여인의 오열에서 진하고도 진한 가족 사랑을 일깨워 준 듯하다.
취재진과 종배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주범인 서문도의 증언내용을 재판부에 통보했는지 여부를 따져나가는데 직원들은 잘못을 시인하지도 아니하고 고자세일 뿐 변명만 늘어놓는다. 영화인지라 허구의 내용도 가미되었겠지만 만약 그와 같은 태도와 행정처리가 사실이었다면 온 국민은 분노하게 될 듯하다.
대사관에서는 마르티니크 현지에 교민이 한사람도 살지 않아 통역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였으나 정식으로 거주지를 등록한 한 여인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교민의 통역으로 재판부와 원만하게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종배와 취재진의 활동으로 주범 서문도의 증언내용이 재판부에 제출하게 된다. 그래서 국선변호인의 변론과 교민이 통역을 하며 정식재판이 이루어진다. 이때는 이미 복역기간 2년이 훨씬 지난 때이다. 재판장은 모든 심리를 끝내고 피고인에게 마지막 진술의 기회를 부여한다. 송정연은 억울한 감정을 억누르고 담담한 표정으로 마지막 진술을 이어간다. “저는 죄인입니다. 무지함 때문에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지만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한사람의 아내로서, 6살 딸아이의 엄마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남편과 딸아이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엄마와 아내를 돌려주세요.”
마르티니크 법정은 숨을 죽인다. 피고인과 주위 사람들이 긴장한 가운데 흑인 재판장은 징역 1년을 선고한다. 순간 관객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옆에 앉은 교민이 좋아하며 정연에게 설명해 준다. 이미 2년 넘게 복역하였기 때문에 언니는 곧바로 집에 갈수 있으며 형기를 초과한 기간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마르티니크 섬은 중남미 파나마 운하의 동쪽 카리브 해에 위치한 지구 반대편 12,400km의 거리이다. 비행기로 22시간이나 날아가야 하는 이역만리 교도소에서 장장 756일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정연은 철석같이 믿었던 지인의 덫에 걸려 지옥과 같은 감옥생활을 하다가 꿈에도 그리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옥탑방 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다. 엄마의 얼굴을 잊어버린 6살 된 딸아이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간 가족들은 눈 내리는 옥상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 더욱 실감이 나며 가족 사랑이 얼마나 귀중하며 한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참으로 귀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를 통하여 다시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방은진 감독은 여성이라 가족 간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잘 나타내게 해 준 것 같았다. 그리고 명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현지 교도소 안팎의 실제상황을 그대로 옮겨 놓아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은 것 같았고 실로 가슴이 찡한 영화였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는 몇 차례나 눈물을 흘릴 만큼 진한 감동을 받았으며 오래도록 잊지 못할 멋진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2013.12.12 목)
첫댓글 송하선생님, 오랫만입니다. 그 동안 별 일 없었겠지요. 좋은 영화 감상한 내용 올려 주어 잘 읽었습니다.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니 더욱 실감이 나는 것 같네요. 내가 영화를 보듯이 생동감 있게 표현 하여 주어 잘 읽고 나갑니다. 행복하세요.
선생님 영화를 보셨군요. 저도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내서 꼭 봐야겠어요.이 겨울을 건강하세 잘 지내세요.
송하 선생님 오랫만입니다 저도 그 영화를 감상 했읍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이깨워 주었으며 외국 주재해잇는 대사관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고발하는 내용이 통괘 했읍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챙기 십시요,,,
송하 선생님 오랫만에 뵙게되네요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감상하시고 그내용을 상세하게 올려 주셔서 감명깊게 잘읽고 갑니다 날시가 갑작이 기온이 떨어지네요 건강애 유의하시고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