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
겨울의 구름이 약간 낀 짙은 푸른빛의 밤하늘, 밤하늘 위 떠있는 은빛의 초승달, 그리고 푸른 밤 하늘위에서 땅으로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의, 밤의 바람.
푸른빛의 밤하늘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상기시키는 쓸쓸함을 품고 있고 초승달은 그 쓸쓸함을 감싸는 듯이 비친다. 겨울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상기시켜주는 밤의 바람은 마른 대지를 냉기로 뒤덮는다.
그렇게 차가운 겨울의 냉기를 느낄 수 있는 밤의 바람이 부는 푸른빛의 밤하늘에 떠있는 초승달의 이미지가 인상적인 조용한 밤.
공포에 휩싸여 정신을 놓아버린 후, 기절한 노엘은 푸른빛의 밤하늘에 있었다. 검은 칠흑과 같은 날개의 누군가에 의해.
‘이것은 꿈?’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불어오는 차가운 냉기의 바람이 뺨을 쓰다듬고, 흔들흔들 몸이 약간 기분 좋게 흔들렸다. 꿈인지 현실인지 의식이 없는 그녀는 알 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그것을 꿈처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꿈이라 느끼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염려하는 듯, 애쓰는 듯 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듯 자신의 팔을 붙잡아 끌어안은 두 손의 손길은 너무나도 조심스러웠다. 마치 조금이라도 거칠게 붙잡으면 자신이 부서져 사라질 것이라 여기는 듯, 그 손길은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알려줘요. 당신은 누구죠? 왜 나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거죠?’
자신을 붙잡아 안아 올려 이동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듯 자신의 팔을 감싼 두 손의 손길은 결코 자신의 팔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쪽팔로만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어려워서였을까? 아니, 그래서 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팔을 감싼 손길은 어딘가 확실히 선을 긋고 거리를 두려는 듯 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그녀는 확실히 느꼈다.
서리에 언 것처럼 더없이 차가운, 마치 겨울의 냉기 그 자체인 듯 차가운 손. 하지만 자신을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이 깃든 듯 자신을 대하는 각별하면서 조심스런, 부드러운 손길. 그 손길에서 왠지 모를 차가움 속에 감춰진 따스함을 보이는 것 같았다.
‘당신은 정말로 누구죠?’
그녀의 가슴 깊이 의문이 스며들었다. 자신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두려워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따스함을 가진 이가 누군지. 서리에 언 것처럼 차가운 손의 주인공이 누군지에 대한 의문이―.
◈◈◈
댕댕―.
겨울 특유의 찬바람, 하지만 낮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태양이 대지를 비추고 햇빛이 정원을 감싸는 오후.
성 세인트 폴 여학원의 한쪽에 자리 잡은 고풍스럽고 커다란 시계탑이 2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를 냈다.
겨울의 시린 바람 탓에 텅 빈 학교의 야외에서 들려온 시계 소리는 청아하고 맑은 특유의 소리를 뽐내며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지체 높은 사람들이 다니는 다른 학교의 화려한 정원과는 달리, 단정하고 소박하면서도, 화려하지 않도록 꾸민 특유의 멋으로 유명한 성 세인트 폴 여학원의 정원에도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정원은 겨울인 탓에 잔디는 초록빛을 잃고 색이 바래있었고, 겨울인지라 꽃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 무척이나 쓸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추운 날씨 때문인지 정원에는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인적이 드문 정원 가운데 구석 벤치, 짙은 색의 브라운 긴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면서 노엘은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치마가 차가운 겨울바람이 쓰다듬는 듯 하늘 하늘거리며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그렇게 공허한 표정으로 색이 바란 잔디만이 자리 잡은, 아무런 볼거리가 없는 광경을 자신의 눈동자에 담으며 벤치에 앉아있었다.
“하아.”
시리도록 찬 공기가 살아 숨 쉬는 폐에 가득 차올랐다가 내쉬는 한숨에 찬 한기를 남긴 채 빠져나갔다. 노엘은 시린 한기에 조금은 멍했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풍경만을 바라보며 멍했던 정신을 차린 그녀의 뇌리에는 어젯밤에 관한 생각만이 떠올랐다.
“그건 꿈이었을까?”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공포와 두려움으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흐려져 가는 시야 속에서 다가오는 뱀파이어의 송곳니를 보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뚜렷한 기억의 끝은 그것이 끝이었다. 하지만 흐릿한 기억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노엘은 그것이 꿈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달빛이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가려진 채 보이지 않는 누군가. 바람에 흩날리는 칠흑과 같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느껴지는 숨 막힐 듯 한 피의 향기.
강한 피의 향기가 옷에서 느껴졌기에, 그랬기에 처음에는 한때 공포를 가졌었다. 하지만 서리가 얼 것만 같이 차가운, 겨울 그 자체인 듯한 손에 깃든 어딘가 모를 따스함과 상냥함이 말해주었다. 이윽고 느낀 자신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각별한 손길과 거리를 두려는 어딘가 모를 두려움이 말해주었다.
해치지 않는다고―. 두려워할 것 없다고―.
「…….」
그리고―.
들리지 않는 속삭임. 그 속삭임 후, 자신과의 거리를 두며 다가왔던 그 손길이 망설이듯이 뺨에 닿았을 때, 손길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의 감정이 말해주었다.
그 속삭임 후, 자신과의 거리를 두며 다가왔던 그 손길이 망설이듯이 뺨에 닿았을 때, 그제야 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네가 누군지 이제야 알겠어. 그건 꿈이 아니었어.”
아침 햇살이 비치고 눈을 떴을 때, 놓여 있던 검은 코트. 붉은 피의 얼룩이 묻은 코트. 그리고 붉은 피의 얼룩 사이로 눈에 거의 띠지 않게 얼어있던 얼음.
그것은 자신을 해치려한 상급 뱀파이어를 쓰러뜨린 이라는 증표.
“너구나. 붉은 장미 펜던트의 이름 모를 뱀파이어.”
무척이나 차가운 손에 숨겨진 따스함의 감정을 가진 이. 어젯밤의 기억의 조각이 가르쳐준 이.
어릴 적 추억 속 유희. 검은 머리카락의, 이름을 밝히길 망설였기에 이름을 묻지 않은 채 함께한 이. 뱀파이어 헌터가 되고, 그제야 뱀파이어임을 깨닫고 고민하며 펜던트를 버리려했지만 버릴 수 없었기에 소중히 간직했던 붉은 장미 펜던트의 본래 주인.
‘하지만 나는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자. 뱀파이어 헌터.’
노엘은 목에 건 붉은 장미 펜던트를 손에 잡고 잠시 내려다보고는 펜던트를 눈에 띄지 않게 옷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주머니에 있던 총을 만지작거리고는 오늘의 임무가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
「어제와 같은 장소 근방, 어제 그 자의 동료 무리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 다른 자들과 공동으로 무리를 소탕하라.」
노엘은 세게 입술을 깨물고는 종이를 신경질적으로 구기었다.
‘어제와 같은 과오는 저지르지 않겠어.’
그 또한 자신의 적인 뱀파이어이기에 그의 도움을 절대 두 번 다시 받지 않으리라 결심하고는 노엘은 임무를 위해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임무에 대한, 뱀파이어 헌터의 마음뿐이었다.
이름 모를 뱀파이어인 그도, 헌터로서의 그녀의 맘에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이번에는 3주만에 찾아왔네요. 작가의 슬럼프로 인해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분량을 많이 해서 올립니다.
앞으로도 피의 노래 많이 사랑해주시고 봐주세요~
그럼 덧글은 최소한의 예의라는 거 아시죠?^^
첫댓글 와아, 잘 읽었습니다 ! // 슬럼프가 좀 기셨네요 .. ㅠ
좀 길었지요. 이제는 완전 부활이라고나 할까요?룰루~♪
요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ㅇㅅㅇ
흐음, 잘 읽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는 군요.
아. 저도 히스토리님 소설 읽으면서 묘사하는 법이나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와우; 음, 설마 언젠가 카인이 노엘의 적으로 등장하진 않을까요 [...]
지금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거 내가 지웠음. 듣고 싶으면 파일로 보내줄까나?'ㅁ'
둘 다 마주치면 서로 죽이지 않으려 움직임에 제약이 갈 것이고... 누가 죽을까나?
아마도...카인쪽이 약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보아서는 카인이 우위에 있지만... 그만큼 더 제약을 두려 할거고... 아마도 둘은 싸워도 서로를 헤치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정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ㅅ/! 표현이 굉장히 맘에 들어요 음- 노엘, 저 임무 실행하면서 카인과 또 만날 것 같군요.
헤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슬럼프..
그래서...안 보이셨군요.ㅠ
오랫동안 기다리다 오늘 봤네요 !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네요 'ㅅ' 서로 다시 러브러브모드로 간다거나(!!) 둘이 적이된다거나 둘중 하나일것같은데 (!!)
다음화는 일요일에 올라올 예정이니 쪽지 받으시면 얼른 오셔서 보시면 될 겁니다.
요즘 인터넷 서핑에만 빠져서 카페에 들어오질 못했네요 ! 이제 9편 볼 참입니다 ㅋㅋㅋ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
네, 이제 One Night도 후반부 다되어가니까 끝까지 즐겁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