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이다.
한창 ‘나는 가수다’ (이하 나가수)가 히트를 칠 때, Y 케이블 방송사 한 인터뷰 코너에 당시 M본부에서 함께 일했던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나왔다. 순간 20여 년 전, 작가생활을 시작한 M본부 TV 제작 2부에서의 일들이 떠올랐다. 당시 M본부 TV 제작 2부는 코미디, 쇼 담당 부서였다. 지금 다 잘되신 tv-N 송창의 사장을 비롯해 김영희PD, 김종진PD, 권익준 PD, 돌아가신 PD분까지 꽤 인간적으로도 괜찮고 재능도 출중한 분들이 지금으로 보면 한창 실험적인 무대를 꿈꾸고 계셨다. 그때가 지금 예능의 전신인 코미디와 쇼의 전성기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설렐 만큼 다들 굉장한 개성과 끼의 소유자들이었다. 김영희 PD도 당시 일밤의 조연출, 코너 PD였다. 한창 김병조 선생님, 주병진 씨 등이 나오던 콩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담당하고 있었다. 늘 수수하고, 겸손한, 일상적으로 만나면 인사 잘 받아주시고, 좋은 느낌의 PD였던 쌀집 아저씨! 그가 말했다. 역시 방송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며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서 프로그램이 기획됐다고. 100% 동감이다. 갈수록 방송 산업은 복잡다단해지고, 방송계 역시 경쟁을 위해 치닫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지만 역시 인간에 대한 애정과 함께 행복하자는 마음, 그 진심이 잘 전달되는 프로그램이 잘 된다. 나중에 '나가수’의 PD는 다른 후배 피디로 교체됐지만, 김영희 PD 인생에서도 본인이 '나가수' 프로그램을 맡아 기획했던 4개월 동안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그분이 부럽고, 그 때 이소라의 노래를 들으며 전율이 일었던 나의 마음과 똑같아서 이 아름다운 가사와 이 노래를 만든 사람들(이승환 곡, 김광진 프로듀서), 노래를 부른 사람들, ‘나가수’로 재평가받게 된 김영희 PD와 함께 진한 공감을 했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나는 누구인지, 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나의 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알고, 묵묵히 가고자 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일은 없지 싶다. ‘나는 작가다’, 바람이 분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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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심평원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심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