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딸 아이가 로지스틱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신진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서병륜학술상을 받았다고 사진을 카톡방에 올려 놨다. 시월말에 집도 이사한다고
짐을 꾸려야 하고 네 살 먹는 막내놈도 출퇴근시에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주고
퇴근때 다시 데리고 와야 하고 중학교 다니는 딸애도 챙기면서 강의준비도 해야 되니
잠시도 쉴틈이 없는 1인 3역을 하고 있는데도 언제 논문을 써냈는지 놀랍다.
수상 사진을 보니 플랭카드에 'Big Blur'란 단어가 붙어 있었다. 여태 별로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다. 'Big'이란 크다는 의미이고 또 'Blur'는 흐릿한 형태,흐릿해지다,흐리다,흐려지다
는 뜻인데두 단어가 합치면 크게흐릿해진다는 의미일까? 로지스틱스학회에서 주는 상이
라는데 멍때리는 상이란 말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비교적
최근(2021.4)에 나온 '이원택의 미-한[변형] 사잔까지 들춰 보았다. 이 사전의 편자는 서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미국 정신과 자격을 취득하여 LA근교에서 개업을
하고 있는 그리고 시,수필,평론도 쓰는 별난 의사이다.
자기 딴에는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려 만든 것이라 보인다.표제어의 선정에 형평성을 맞추느라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하며 그 중 약 2만개는 기존의 사전에서 나머지는 각종 문헌과 미국의 대중
매체에서 일일이 손으로 뽑았다고 한다. 너무 어렵고 쉬운 단어는 빼고 적당히 어렵고도 평민들이
많이 쓰는 단어와 최신 제조된 것에다 속어 신세대어까지 포함하는 생활용어가 주종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전을 뒤져봐도 'Big Blur'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나도 원서나 영어로 된 논문 및 기사를
보면서 목구명에 가시 걸리듯 쉽게 넘어가지 않는 단어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 것이 6권 미처 프린팅
하지 않은 것이 6권 정도가 될 것이다. 나두 책으로 한번 묶어 볼까? 사전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잘 쓰이는 단어들 중에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단어장인 셈이다. 사전에도 오류가 있어 몇년전에 에센스
영한사전에 나온 오류들을 모아 사장 앞으로 수정하라고 보낸 적이 있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없었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해사용어중에 '밸러스트(Ballast)'라는 용어가 있다. 선박에서 필요한 경우와
안전을 위해서 싣는 중량 조정용 물이나 자갈 철강재 기타 시멘트 콘크리트류를 말한다.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평형수'라고 했다. 평형수를 영어로 번역하면 'balance water'가 된다. Balast 가 아니다. 밸러스트
워터(balasr water)는 배의 전후 좌우의 평형을 잡을 뿐만 아니라 트림(전후방향의 기울기)를 조정하거나
배의 드래프트(draft)조정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인다. 가령 하역을 마친 공선시에는 드래프프가 낮아
프로펠러가 수면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추진효율이 낮아지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되어
위험하므로 밸러스트 탱크에 밸러스트 워터를 채워 프로펠러를 수면하로 잠기게 한다. 그러므로 Balast를
평형수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고 오해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그래서 국립국어연구원에 잘못됐으니 수정을
요한다는 이의를 제기한 바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전문용어는 잘 모르니 당해 해양수산부에 문의하락
발뺌하였다. 외래어의 표기나 번역에는 공청회를 거쳐 가장 적확한 말을 택해야 된다. 아직도 밸러스트를
평형수라고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쓰는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인터넷 문을 두드렸더니 거기에 나와 있었다."Big Blur'는 1999냔 미래학자 스탠데이비스가
그의 저서 [블러:연결경제에서의 변화 속도]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빠른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영역과 법칙이 무너지고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고 사물인터넷(IoT),핀테크,인공지능(AI), 드론 등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Big Blur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류와 유통업계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의 경계가 뒤섞이고 있는
Big Blur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하며 쇼핑업계에서는 백화점,대형마트, 아우렛 등의 경계가 사라지고
패션업계에서는 성별간 구별이 예전처럼 확실하게 나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