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모음/편집 그도세상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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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伽倻山讀書堂 가야산 독서당에 써 붙임
최치원
狂奔疊石吼重巒 바위골짝 내닫는 물
겹겹 산을 뒤흔드니
人語難分咫尺間 사람 말은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옳으니 그르니
그 소리 듣기 싫어
故敎流水盡籠山 내닫는 계곡 물로
산을 온통 에워쌌지.
< 한국문집총간 1-151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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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夜雨中 가을비 내리는 밤에
최치원(崔致遠)
857(신라 헌안왕1)
秋風唯苦吟 가을 바람에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 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 창밖엔 삼경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 등잔 앞에서 나는 고향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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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江石 강가의 돌에 적다
홍유손(洪裕孫)
1431(세종13)~1529(중종24)
濯足淸江臥白沙 강물에 발 씻으며 모래 위에 누웠으니
心神潛寂入無何 마음은 고요하여 청정 무구 경지로세.
天敎風浪長선耳 귓가에는 오직 바람에 물결 소리
不聞人間萬事多 번잡한 속세 일은 들리지 않는다네.
선(口+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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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부서진 달
作墨戱題其額 贈姜國鈞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시를 한 수 적어
강국균에게 주다.
강희맹 姜希孟
1424(세종6) ~ 1483(성종14)
胡孫投江月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
波動影凌亂 물결 따라 달 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
水月性本空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물결 갈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爾亦疑思斷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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鬪狗行 개떼들
조지겸 趙持謙
1639년(인조 17) ~ 1685년(숙종 11)
衆狗若相親 개떼들 친하게 지낼 때에는
搖尾共行止 꼬리 흔들며 어울려 다니지만
誰將朽骨投 누군가가 썩은 뼈다귀 하나 던져주면
一狗起衆狗起 한마리 두마리 일어나 우루루 달려가
其聲은은의우牙 이빨 드러내고 으르릉 먹이 다투어
大傷小死何紛紛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물려 죽지
所以貴騶虞 그래서 추우를 참 고귀하다 하는 거야
高臥天上雲 구름 위에 높이 누워 유유자적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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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서유감
觀書有感 二首 책을 읽으며. 2수
중국 한시 주희(朱熹)
1130~1200
半畝方塘一鑑開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 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
問渠那得淸如許 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
爲有源頭活水來 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
昨夜江邊春水生 지난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蒙衝巨艦一毛輕 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
向來枉費推移力 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
此日中流自在行 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 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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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山吟 구름과 산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
1712~1791
백운유기멸
白雲有起滅 흰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청산무개시
靑山無改時 푸른 산이야 모습 바꿀 때가 없지
변천비소귀
變遷非所貴 이리저리 변하는 건 좋은 게 아니야
특립사위기
特立斯爲奇 우뚝한 그 모습이 아름다운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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菊 국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繞舍循除皆種菊 집둘레와 섬돌가에 온통 국화 심었더니
開窓隨處可看花 창문 열면 곳곳마다 국화꽃 만발했네
번嫌堆岸黃金色 꽃더미 언덕 이뤄 황금색이 넘쳐나니
却似貪錢富貴家 돈만 아는 부귀가라 남들이 욕하려나
번(飜-飛+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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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먹으니 편하구나
윤추(尹推)
1632(인조10)~1707(숙종33)
言寡方知自耳聾 내가 말이 왜 줄었지?
耳聾誠有寡言功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人雖語大吾安聽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我亦聲微彼不通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默默謙謙終日坐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廖廖寂寂一堂空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平生駁雜多尤悔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天奪其聰幸此翁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人皆勸我使治聾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吾曰吾聾亦有功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衆口훤효聞亦厭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同心聲氣默猶通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 없이도 통한다오.
旣難聽語還無語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非是逃空却喜空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此理方知知者少 이런 이치 아는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競相提耳笑愚翁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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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해돋이
送僧之楓嶽 풍악산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년(충숙왕복위7) ~ 1423년(세종5)
일만이천봉
一萬二千峯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가
고저자불동
高低自不同 높낮이가 저마다 다 다르네
군간일륜상
君看日輪上 그러나 해 솟을 때 한번 보게나
고처최선홍
高處最先紅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게 물들지
이 한시는 한국문집총간 6집 92쪽(독곡집)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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聞雁(문안) - 기러기 소리를 듣다.
창강 김택영(1850-1927)
明河初염別書堂
(명하초염별서당)
은하 처음 일렁일 적에 서당을 나섰는데
錦水邊山驛路長
(금수변산역로장)
금강 지나 변산 가는 길 아득히 멀고 멀다.
鴻雁後飛過我去
(홍안후비과아거)
기러기 뒤에서 날아 앞질러 지나가니
秋風秋雨滿江鄕
(추풍추우만강향)
가을바람 가을비가 강 마을에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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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까악 까마귀
그냥 생각이 나서 感遇
최경창
1539(중종34)~ 1583(선조16)
사람 마음은 비구름과 같은 거 人心如雲雨
잠깐 사이에도 이리저리 바뀌지 飜覆在須臾
하얀 실에 검정 물을 들이면 素絲染黑色
어찌 본래 흰색 되찾을 수 있으랴 安能復其初
까악까악 까마귀 떼지어 날아 啞啞群飛烏
우리 농막에 모여들었는데 集我田中廬
암컷 수컷 끝내 구분할 수 없고 雌雄竟莫辨
주루룩 부질없이 흐르는 눈물 泣涕空희허
희허(希+欠)(虛+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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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메고
강희맹 姜希孟
1424(세종6) ~ 1483(성종14)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 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 속 돌 틈에서 솟아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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折花行 꽃을 꺾어
이규보(李奎報)
牡丹含露眞珠顆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이 꺾어들고 창 앞을 지나며
含笑問檀郞 살짝 웃음띠고 낭군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檀郞故相戱 낭군이 짐짓 장난을 섞어서
强道花枝好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은 그 말 듣고 토라져서
踏破花枝道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꽃이 저보다 더 예쁘시거든
今宵花同宿 오늘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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看花吟 꽃을 바라보며
박상현(朴尙玄)
1629(인조7) - 1693(숙종19).
世人徒識愛看花 사람들은 꽃을 겉모양만 좋아하고
不識看花所以花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볼 줄을 모르네.
須於花上看生理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하니
然後方爲看得花 그래야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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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山詩 산에 들어가면서
최치원
신라 시대
僧乎莫道靑山好 중아, 너 청산 좋다 말하지 말라.
山好何事更出山 산이 좋다면 무엇하러 다시 나왔나.
試看他日吾踪跡 나중에 나 어찌하는지 두고 보거라.
一入靑山更不還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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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 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한국문집총간13집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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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 떨어내기
偶吟 그냥 한번 읊어 봄
신몽삼 (辛夢參)
1648(인조26) ~ 1711(숙종37)
心有是非知己反 내 자신 옳고그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口無長短及人家 남의 장단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아야지.
消除惡念霜前葉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 떨어내고
培養善端雨後茅 비온 뒤에 띠 자라듯 착한 마음 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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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苔磯釣魚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류
1571(선조4)~ 1648(인조26)
日日沿江釣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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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 自詠
권호문
1532(중종27)~ 1587(선조20)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偏性獨高尙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卜居空谷中
숲 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전林鳥求友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落체花辭叢
주렴 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簾捲野經雨
옷깃 가득 안겨드는 시원한 냇바람. 襟開溪滿風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淸吟無一事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句句是閑功
* 전(口+轉), 체(石+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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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이 흘린 땀
憫農 불쌍한 농부들
이신 李紳
780 ~ 846
鋤禾日當午 한낮 뙤약볕 아래서 김을 매니
汗滴禾下土 땀방울이 벼 아래 흙에 뚝뚝 떨어지네.
誰知盤中손 누가 알랴, 그릇에 담긴 밥이
粒粒皆辛苦 한 알 한 알 괴로움이 영근 것인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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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農夫 농부를 대신하여
이규보(李奎報)
대우서화복묘중
帶雨鋤禾伏畝中 논 바닥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형용추흑기인용
形容醜黑豈人容 그 모습 흙투성이 어찌 사람 모습이랴.
왕손공자휴경모
王孫公子休輕侮 왕손 공자들아 농부를 멸시 마소
부귀호사출자농
富貴豪奢出自농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농부 덕분이야.
신곡청청유재묘
新穀靑靑猶在畝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현서관리이징조
縣胥官吏已徵租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력경부국관오배
力耕富國關吾輩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손에 달렸거늘
하고상침박급부
何苦相侵剝及膚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농(人+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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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家 농삿집 풍경
박지원(朴趾源)
1737(영조13)~1805(순조5)
老翁守雀坐南陂 늙은이 새 지키려 언덕에 앉았건만
粟拖拘尾黃雀垂 개꼬리 조 이삭에 참새가 대롱대롱
長男中男皆出田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다 들에 가고
田家盡日晝掩扉 농가는 온 종일 사립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 소리개 병아리를 채려다 못 채가니
群鷄亂啼匏花籬 박꽃 핀 울 밑에선 놀란 닭들 요란하네
少婦戴권疑渡溪 함지 인 며느리는 돌다리를 조심조심
赤子黃犬相追隨 달랑달랑 따라가는 누렁이와 어린아이
권(木+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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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 高 높은 곳에 올라
중국 한시 두보(杜甫)
풍급천고원소애
風急天高猿嘯哀 바람 차고 하늘은 높은데 잔나비 울음 슬프고
저청사백조비회
渚淸沙白鳥飛회 물은 맑고 모래 하얀데 새는 날아 내려 앉네.
무변락목소소하
無邊落木蕭蕭下 수많은 나무에서는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불진장강곤곤래
不盡長江滾滾來 다함이 없는 긴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오네.
만리비추상작객
萬里悲秋常作客 만리 타향 슬픈 가을에 나는 여전히 나그네라
백년다병독등대
百年多病獨登臺 병든 몸을 이끌고서 홀로 대에 올랐는데,
간난고한번상빈
艱難苦恨繁霜빈 고생했던 지난날들 하얀 머리가 한스러워
료도신정탁주배
료倒新停濁酒杯 늙은 몸이 이제 잠시 탁주잔을 멈췄다네.
(료倒新亭濁酒杯 늙은 몸이 신정에서 탁주잔을 들었다네.)
회(返-反+回), 빈(鬚-須+賓), 료(燎-火+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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桑 누에치는 아낙
이산해(李山海)
1539(중종34) ~ 1609(광해1)
養蠶有何利 누에를 친들 무슨 이익 있으랴
不見身上衣 자기 몸엔 비단옷 입지 못하니
堪憐隣舍女 가엾어라 저 이웃집 아낙은
日日摘桑歸 날마다 뽕잎 따서 돌아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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詠雪 눈
이색 李穡 3-564c
1328(고려 충숙왕15)~ 1396(조선 태조5)
松山蒼翠暮雲黃 송악산 푸르름에 저녁 구름 물들더니
飛雪初來已夕陽 눈발 흩날리자 이미 해는 저물었네.
入夜不知晴了未 밤들면 혹시나 이 눈이 그칠려나
曉來銀海冷搖光 새벽엔 은 바다에 눈빛이 차갑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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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치고
雪後 눈온 뒤에 짓다.
백사 白沙 이항복 李恒福
1556~1618
雪後山扉晩不開 눈온 뒤 산 사립은 늦도록 닫혀 있고
溪橋日午少人來 시내 다리 한낮인데 오가는 사람 적다.
구爐伏火騰騰煖 화로에 묻은 불은 기운이 모락모락
茅栗如拳手自외 알 굵은 산 밤을 혼자서 구워 먹네.
구(竹+構-木). 외(火+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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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 강
중국 한시
江雪 눈 내리는 겨울 강
유종원 柳宗元
773 ~ 819
千山鳥飛絶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아니하고
萬逕人종滅 들에는 사람 자취 전혀 없네.
孤舟사笠翁 도롱이에 삿갓차림 늙은이, 한 척 배 띄워놓고
獨釣寒江雪 눈 내리는 겨울 강에 홀로 낚시를 하고 있네.
종(足+從), 사(竹+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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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이백(701~762)
1.
花間一壺酒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擧杯邀明月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2.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을 거고,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땅에 주천이 없었을 거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지.
已聞淸比聖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지.
三杯通大道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但得酒中趣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4.
窮愁千萬端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감心自開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오卽金液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감(酉+甘), 오(敖+蟲/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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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시 淸夜吟 달빛 맑은 밤에
소옹 邵雍 1011 ~ 1077
月到天心處 하늘 가운데 멈춘 달
風來水面時 물 위를 스치는 바람.
一般淸意味 이런 상쾌한 맛
料得少人知 아는 이 적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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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물이 언제 마르리
送人 님을 보내며
정지상 鄭知常
고려 시대
雨歇長堤草色多 비 그친 뚝에는 풀빛 더 푸르고
送君南浦動悲歌 님 보내는 남포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이 다 마를 때 있으랴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 눈물 더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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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암에 새긴 글
大愚菴銘 대우암에 새긴 글
(이 글의 문체는 시(詩)가 아닌 명(銘)입니다.)
안방준 安邦俊
1573(선조6)~1654(효종5)
人愚我(인우아) 남들은 나를 바보라 하지만
我不愚(아불우) 난 바보 아니야.
愚不愚(우불우) 바보 아닌 나를 바보라 하는 자
是大愚(시대우) 그가 바로 큰 바보야.
(번역 어휘를 달리해서 아래와 같이 번역해도 됩니다.)
人愚我 사람들이 나를 어리석다 하지만
我不愚 나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愚不愚 어리석지 않음을 어리석다 하는 것
是大愚 이것이 정말 아주 어리석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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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망해
途中望海(도중망해) 멈추어 서서 바다를 보다.
이승소(李承召)
1422년(세종4) - 1484년(성종15)
東南山豁見溟波
(동남산활견명파) 동남으로 저 멀리 푸른 바다 바라보니
霧盡烟銷蕩日華
(무진연소탕일화) 아침 안개 사라지고 붉은 해 일렁이네.
上下微茫爲一色
(상하미망위일색) 위아래가 어슴푸레 같은 색이 되었으니
不知是水是天耶
(불지시수시천야) 모르겠네.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가.
[문집총간11집 삼탄집(三灘集) 39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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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가득한 달빛은
絶 句 자연을 노래하다.
최충
984 ~ 1068
滿庭月色無煙燭 뜰 가득 환한 달빛은 연기없는 등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 자리에 들어오는 산 빛은 기약없던 손님일세.
更有松弦彈譜外 솔바람 소리 있어 청아하게 울리니
只堪珍重未傳人 이런 맑은 풍취를 어찌 말로 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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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꽂고
折梅植壺中 매화 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꽂고
정온(鄭蘊)
1569(선조2)~ 1641(인조19)
寒梅莫恨短枝최 매화야 가지 꺾였다고 상심치 말아라
我亦飄飄越海來 나도 흘러흘러 바다를 건너 왔단다.
皎潔從前多見折 깨끗한 건 예로부터 꺾인 일 많았으니
只收香艶隱蒼苔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춰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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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아내를 생각하며
哭內 아내를 곡하다.
임숙영 (任叔英)
1576(선조9)~1623(인조1)
大抵婦人性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貧居易悲傷 가난하면 상심하기 쉬운건데
嗟嗟我內子 불쌍한 나의 아내는
在困恒色康 곤궁해도 늘 안색이 온화하였지
大抵婦人性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所慕惟榮光 영광 누리는 걸 좋아하는데
嗟嗟我內子 불쌍한 나의 아내는
不羨官位昌 높은 벼슬을 부러워하지 않았지
知我不諧俗 세속과 못 어울리는 내 성품을 알아서
勸我長退藏 나에게 은거하기를 권유했었지
斯言猶在耳 이 말 아직 귀에 쟁쟁하여라
雖死不能忘 떠나고 없어도 어찌 잊으랴
惻惻念烱戒 이 밝은 경계의 말 맘에 늘 담아두고
慷慨庶自將 잊지 않고 스스로 지켜 가리라
莫言隔冥漠 저승이 멀리 있다고 해서는 안 되지
視我甚昭彰 나를 저리 환히 내려다 보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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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詠花王 모란을 읊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
1627~1704
花王發春風 화왕이 봄바람에 피어
不語階壇上 말없이 단 위에 서 있네.
紛紛百花開 분분히 핀 온갖 꽃들 중에
何花爲丞相 어느 꽃이 정승일까.
<한국문집총간 127집 366쪽>
계(階)는 원문에는 (土+皆)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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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 붓 산과 같아도
중국 한시
柳氏二外甥求筆跡 (유씨이외생구필적) 二首
유씨 두 조카가 필적을 요구하였다. 2수.
소식(蘇軾). 중국 송(宋) 나라의 문장가.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東坡)
退筆如山未足珍 (퇴필여산미족진)
몽당 붓이 산처럼 쌓여도 그리 대단할 거 없고
讀書萬卷始通神 (독서만권시통신)
책 일만권을 읽어야 비로소 신명이 통하는 걸세.
君家自有元和脚 (군가자유원화각)
그대 집안엔 대대로 전해오는 필법이 있으니
莫厭家계更問人 (막염가계갱문인)
그 필법을 버리고 다시 남에게 묻지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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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어금니
牙중 벌레먹은 어금니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이석소년일
伊昔少年日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미결체견
당眉決체肩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자종아치우
自從牙齒우 어금니 벌레먹은 뒤로는
이택취감연
已擇脆甘嚥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세우팽중란
細芋烹重爛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아계자부전
兒鷄煮復煎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여사득자미
如斯得滋味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생사가감련
生事可堪憐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
중(蟲/3+中) 벌레 한 마리 '충'자 + 가운데 '중' 자
당(目+堂), 체(돼지), 우(齒+禹 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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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春 봄
정몽주 鄭夢周
1367 ~ 1392
春雨細不滴 봄 비 가늘어 방울 없더니
夜中微有聲 밤 되자 빗소리 귀에 들리네.
雪盡南溪漲 눈 녹아 시냇물 불어날 테고
草芽多少生 파릇파릇 풀 싹도 돋아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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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가을 겨울
중국한시 四時(사시) 봄여름 가을 겨울
도연명 陶淵明
365 ~ 427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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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쥐새끼야
嘲鼠 쥐를 비웃다.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爾本無家依我屋 너는 집도 없어 내 집에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 네가 사는 집에 구멍은 왜 뚫나.
固知爾亦無長慮 너 정말이지 생각이 짧구나
我屋顚時爾失依 내 집 무너지면 너도 살 곳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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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하늘처럼
有感 느낌이 있어
최창대(崔昌大)
1669(현종10)~1720(숙종46)
萬物本無累 만물은 본디 서로 걸림이 없는데
一心徒自勞 마음이 부질없이 스스로 고민하지.
秋空廓澄霽 높은 가을하늘 비 개어 맑으니
朗月照纖毫 밝은 달이 터럭 하나 다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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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고 雨過
유몽인 (柳夢寅)
1559(명종14)~1623(인조1)
지고 남은 꽃잎은 바람이 필요 없지 殘蘂不須風
기운 연잎은 물방울을 굴리네. 기荷難受露
거미줄엔 물 구슬 반짝이고 蛛絲餘幾珠
저녁 해그름 산뜻한 남산 봉우리. 送爽南峰暮
*기(奇+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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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절에서
山寺夜吟 산 속 절에서 밤에 한 수 읊다.
송강(松江) 정철(鄭徹)
1536(중종31) ~ 1593(선조26)
蕭蕭落木聲 우수수 나뭇잎 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 빗소리로 잘못 알고
呼僧出門看 중을 불러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 시내 건너 나무에 달이 걸렸다네.
(한국문집총간 46집 17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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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사는 사람
山民 산 속에 사는 사람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下馬問人居 말에서 내려 주인 계시오 하였더니,
婦女出門看 부녀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坐客茅屋下 손님을 띠집 안에 모셔 앉히고
爲客具飯餐 음식상을 차려 내온다.
丈夫亦何在 남편은 어디 가셨습니까?
扶犁朝上山 따비를 메고 아침에 산에 갔는데
山田苦難耕 산밭이 참으로 갈기 어려워
日晩猶未還 저물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四顧絶無隣 사방을 돌아봐도 이웃이 없고
鷄犬依層巒 닭과 개만 언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中林多猛虎 숲속엔 맹수들이 많아
采藿不盈盤 나물도 그릇 가득 캐지 못한단다.
哀此獨何好 딱하구나. 무엇이 좋아서
崎구山谷間 이 험한 산골에 살고 있을까.
樂哉彼平土 좋지요. 저 평지에 가서 산다면야.
欲往畏縣官 가고파도 탐관오리 무서워 못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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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中 산 속에서
송익필(宋翼弼)
1534(중종29)~ 1599(선조32)
독대천봉진일면
獨對千峯盡日眠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 지는데
석람화우하렴전
夕嵐和雨下簾前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이변무어하증세
耳邊無語何曾洗 세속 잡설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무엇이랴
청록래유음벽천
靑鹿來遊飮碧泉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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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
山居卽事 次民望韻
산중에서 지내며 - 民望의 詩에 차운하다. -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1347(고려 충목왕3) ~ 1392(공양왕4)
무재감세용
無才堪世用 세상에 쓰일 재능이 없으니
절의투년방
絶意鬪年芳 꽃다운 나이들과 겨룰 생각 끊었다네.
약포풍초난
藥圃風初暖 봄 되니 약밭엔 바람이 따스하고
서창일점장
書窓日漸長 서실 창에는 해가 차츰 길어지네.
요승분수석
要僧分水石 중이 오면 함께 풍광을 즐기고
견객치호상
見客置壺觴 벗 만나면 이곳에서 술잔을 주고받지.
사득한거부
寫得閑居賦 한가한 산중생활 한 편 시에 담아내어
료인편초당
聊因扁草堂 그냥 그렇게 초당에 내걸었네.
*민망(民望)은 염정수(廉廷秀)의 자(字)입니다.
염정수는 이숭인의 누이의 남편인데,
자형인지 매제인지는 확인치 못했습니다.
정몽주, 이색 등과 교유하였으며,
이숭인과는 아마도 열 살 이내의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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曉坐 새벽에 일어나 앉아
정약용(丁若鏞)
1762(영조38)~1836(헌종2)
缺月生殘夜 새벽에 뜬 조각달
淸光能幾何 그 빛이 얼마나 가랴.
艱難제小장 간신히 작은 산을 올랐으나
無力度長河 긴 강은 건널 힘이 없구나.
萬戶方감睡 집집이 다들 단잠 속인데
孤羈獨浩歌 타향 나그네는 홀로 노래하네.
제(足+齊), 장(山+章), 감(酉+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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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중국 한시 잡시 雜詩
도연명 陶淵明, 중국 晉나라 시인
인생무근체
人生無根체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으니
표여맥상진
飄如陌上塵 들길에 날리는 먼지와 같은 거라.
분산축풍전
分散逐風轉 흩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니니
차이비상신
此已非常身 이것이 이미 불변의 몸뚱아리 아니지.
락지위형제
落地爲兄弟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가 되는 것
하필골육친
何必骨肉親 어찌 꼭 한 핏줄 사이라야 하랴.
득환당작악
得歡當作樂 즐거울 땐 응당 풍류 즐겨야 하니
두주취비린
斗酒聚比隣 한 말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본다네.
성년불중래
盛年不重來 한창 나이 다시 오는 거 아니고
일일난재신
一日難再晨 하루에 두 새벽이 있기는 어려워.
급시당면려
及時當勉勵 늦기전에 면려해야 마땅한 거야
세월불대인
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 체(艸+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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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아래서 아이에게 물으니
중국 한시
訪道者不遇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가도 賈島 779 ~ 843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言師採藥去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습니다.
只在此山中 이 산 안에 계시기는 하지만
雲深不知處 구름이 짙어서 계신 곳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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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竹問答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이식 李植
1584(선조17)~ 1647(인조25)
松問竹 솔이 대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 대가 솔에게 대답했다.
高高易최折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低頭任風雪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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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와 까마귀
漫成 심심해서 한 수 짓다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天風振大漠 하늘을 흔드는 바람 소리
疾雲紛蔽虧 빠르게 어지러이 움직이는 구름
鳶騰固其宜 솔개야 응당 이 기운 타고 날아야 하나
烏戾而何爲 까마귀가 높이 날아 무얼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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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感 슬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世事不堪說 세상 일 차마 말은 못하지만
心悲安可窮 슬픔이 어찌 끝이 있으랴
春風雙涕淚 봄 바람에 두 줄기 눈물 흘리며
獨臥萬山中 홀로 깊은 산속에 누워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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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人 시골에 사는 사람
최창대(崔昌大)
1669(현종10)~1720(숙종46)
野人茅屋小 시골에 숨어사는 은자의 초당
葺用蒼가皮 나무 껍질로 덮은 지붕.
疎麻요前庭 앞뜰 둘러 삼 대 자라고
瓠葉蔓前籬 울타리는 박 잎이 덮었네.
파파老樹根 머리허연 노인 고목에 기대앉아
腹飽無所思 배 두드리며 세상사 잊었고,
兒童不훤爭 아이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鷄犬各依依 닭도 개도 저대로 한가롭네.
客來怪其人 지나던 나그네 그에게 묻기를,
試問羲皇時 지금이 복희 시대인가요?
泊然無答言 그 노인 아무 말 없이
微笑起行遲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但問牛背兒 소 등에 앉은 목동에게 말하기를,
月出可言歸 달이 떴으니 돌아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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鬪者 싸우는 두 사람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怒臂相交千인側 성난 두 사람 천길 벼랑 위에서 싸우니
懸知飄碎在須臾 떨어지면 그 자리서 가루가 되는 거야.
可憐利害相形處 정말 불쌍쿠나. 이익 손해 따지는 것
只見絲毫不見軀 터럭같은 이익 앞에 제 몸을 아니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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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米嘆 쌀 건지는 노래
김종직(金宗直)
1431(세종13) ~ 1492(성종23)
록米滄海中 깊은 바다에서 쌀을 건지니
海暗風不息 바다 어둡고 바람도 거칠다.
人持鐵龍爪 사람들은 쇠 갈쿠리를 들고
崖岸종蝗集 바닷가에 메뚜기떼처럼 모였다.
東西望壞版 부서져 떠 있는 판자를 바라보니
其下有堆積 그 밑에 잔뜩 쌀이 쌓여 있구나.
潮頭卷連山 산 같은 바닷물이 들이닥치면
折趾仍却立 멈칫 뒤로 물러섰다가
乘退共예出 물이 나가면 그 사이 함께 끌어내는데
一斛動十力 한 가마 건지는 데 열 사람이 달려든다.
近岸或可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건질 수 있겠으나
大洋誰종跡 바다 안에 잠긴 건 누가 가서 건지랴.
厥數萬八千 침몰된 숫자가 모두 일만 팔천 석인데
五分재一獲 그중에 겨우 오분의 일만 건졌네.
淹旬不出水 열흘 동안이나 물에서 못 꺼낸 건
臭味俱穢惡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百步不可近 백 보 거리도 접근할 수 없으니
大豕亦將殼 돼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으리라.
抑配彼農民 그 쌀을 강제로 농민에게 분배하니
嗚呼非令式 아, 그것은 좋은 법령이 아니다.
不如姑置之 차라리 그곳에 그대로 두어서
留與원타食 물고기 밥이나 되게 함이 나을텐데.
< 한국문집총간 12집-379쪽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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兒三百飮酒 아들 삼백에게 주는 시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
汝今乳齒已傾觴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 게 분명하다.
莫學乃翁長醉倒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도太顚狂 평생토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 것을.
一世誤身全是酒 제 몸을 망치는 건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네 녀석도 좋아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命名三百吾方悔 어쩌다가 네 이름을 삼백이라 지었더니
恐爾日傾三百杯 삼백잔을 마실까봐 후회가 막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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鑿氷行 얼음 뜨는 자들을 위한 노래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季冬江漢氷始壯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사람들 우글우글 강가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착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착出層氷似雪山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노동요 노래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간足無비 짧은 옷 맨발은 얼음위에 얼어 붙고
江上嚴風欲墮指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편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얼음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그대는 못보았나?
道傍갈死民 길가에 더위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지난 겨울 강위에서 얼음뜨던 자들인 걸.
간(骨+干), 비(尸+非), 갈(日+曷), 편(두인변+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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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폭포를 바라보며
중국 한시
望廬山瀑布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이백(李白)
일조향로생자연
日照香爐生紫烟
향로봉에 햇살 들어 붉그레 안개 피어나는데
요간폭포괘전천
遙看瀑布掛前川
멀리 폭포 바라보니 어허 냇물이 걸려 있네.
비류직하삼천척
飛流直下三千尺
날아 흘러 곧바로 삼천 척을 떨어지니
의시은하락구천
疑是銀河落九天
구만리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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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國里(舊里) 옛 고향
경운 卿雲 (당나라 말엽의 승려)
舊居梨嶺下 옛날 살던 이령 고개 아래는
風景近炎方 풍경이 열대에 가까웠지.
地暖生春早 땅이 따뜻하니 봄은 일찍 왔고
家貧覺歲長 집이 가난하니 세월은 길었네.
石房雲過濕 구름이 지나가 돌집은 눅눅했고
杉徑雨餘香 비내린 삼나무 길은 향기가 맑았네.
日夕竟無事 저물도록 별다른 일이 없이
詩書聊自强 부지런히 시경 서경 읽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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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史有感 옛 역사를 보면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古史不欲觀 옛 역사는 보고 싶지가 않아
觀之每병淚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君子必困厄 군자들은 반드시 곤액을 당하고
小人多得志 소인들은 득세한 자들이 많으니.
垂成敗忽萌 성공할 즈음이면 문득 패망 싹트고
欲安危已至 안정 될 듯하면 이미 위태함 따르네.
從來三代下 삼대시대 이후로는 오늘날까지
不見一日治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 없다오.
生民亦何罪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冥漠蒼天意 저 푸른 하늘의 뜻 알 수가 없네.
旣往尙如此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而況當時事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병(책받침+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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桐花 오동 꽃
이춘원(李春元)
1571(선조4) ~ 1634(인조12)
桐花一朶殿群芳 오동 꽃 한 송이 뒤늦게 피었기에
折揷金壺別有香 꺾어 꽃병에 꽂으니 향기 새롭네.
幾度春風開落後 몇 해를 봄바람에 피고 진 뒤엔
化身琴瑟夜鳴堂 거문고 되어 대청에서 울어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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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사느냐 묻길래
중국 한시
이백 李白
701 ~ 762
問余何事棲碧山 왜 산에 사느냐 묻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웃기만 하고 아무 대답 아니했지.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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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龍門山白雲峯 용문산 백운봉에 오르다.
임영 (林泳)
1649(인조27)~ 1696(숙종22)
一峯高揷半空秋 가을 하늘로 우뚝 치솟은 봉우리
落日登臨上上頭 해질녘에 그 산 마루에 올랐지.
極目雲山如許闊 눈앞에 아득히 펼쳐지는 세상
腐儒還解小靑丘 에이, 이 나라도 별로 넓지는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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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中月 우물 속의 달
이규보 李奎報
1168(고려 의종22) ~ 1241(고려 고종28)
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해
幷汲一甁中 물 긷는 병에 달까지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에 가면 응당 알게 될거야
甁傾月亦空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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炤井戱作 우물에 비친 내 모습
이규보 李奎報
1168(고려 의종22) ~ 1241(고려 고종28)
不對靑銅久 오래도록 거울을 안 보았더니
吾顔莫記誰 내 얼굴도 이젠 알 수가 없네.
偶來方炤井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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路傍寃 원통한 주검들
이산해(李山海)
1539(중종34) ~ 1609(광해1)
三人死路傍 세 사람이 길가에 죽어 있는데
皆是流離子 모두가 떠돌이 인간들이네.
一爲烏鳶食 하나는 까마귀 솔개가 다 뜯어먹어
過者不忍視 지나던 사람들 차마 보지 못하고,
一爲肌民斫 하나는 굶주린 백성들이 살을 베어가
白骨無餘肉 살점 하나 없이 뼈만 앙상하고,
一爲凶賊頭 하나는 흉악한 도적의 머리라
函去賭黃甲 관가에 보내면 현상금 많겠네.
一死等是寃 한번 죽어 원통함은 같은 거지만
淺深猶有異 그래도 그 차이가 없을 수 없지.
人鳥尙可活 앞의 둘은 그래도 새와 사람 연명에 쓰이는데
何如作凶醜 어찌하여 그대는 도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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口箴 입을 경계하는 글
안방준 安邦俊
1573(선조6)~1654(효종5)
言而言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하고
不言而不言 말해서는 안 될 때에는 말하지 말라.
言而不言不可 말해야 할 때에 말 안 해도 안 되고
不言而言亦不可 말해서는 안 될 때에 말해서도 안 된다.
口乎口乎 입아, 입아,
如是而已 그렇게만 하여라.
이 글의 문체는 시(詩)가 아닌 잠(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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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냇가 솔바람 소리
偶吟 우음
홍세태 洪世泰
1653(효종4)~ 1725(영조1)
시비열래신권
是非閱來身倦 시비를 겪고 나서 몸은 지쳤고
영욕견후심공
榮辱遣後心空 영욕을 버린 뒤라 마음은 비었다.
폐호무인청야
閉戶無人淸夜 사람 없는 맑은 밤 문 닫고 누우니
와청계상송풍
臥聽溪上松風 들려오는 저 시냇가 솔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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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晴 저녁 비 개이고
이집 李集
1327(고려 충숙왕14)~ 1387(우왕13)
晩晴溪水振風凉 저녁 비 갠 시내에 바람이 서늘하고
屋上峰陰半入墻 지붕 위의 산 그림자 반쯤 담 안에 들어왔네.
滿眼新詩收未得 눈 가득한 그 풍경을 미처 시에 담기 전에
一枝花月送淸香 꽃가지에 걸린 달이 맑은 향기 보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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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선비는 미움을 받는다
偶 吟 그냥 생각이 나서 읊어봄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인지애정사
人之愛正士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아끼는 것은
호호피상사
好虎皮相似 호랑이 털가죽을 좋아함과 같아.
생즉욕살지
生則欲殺之 살았을 땐 잡아죽이려 하고
사후방칭미
死後方稱美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이 시는
한국문집총간 31집 465쪽(남명집 권1)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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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曹雲伯 조운백을 방문하다
사암(思菴) 박순(朴淳)
1523(중종18) ~ 1589(선조22)
취수선가교후의
醉睡仙家覺後疑 취하여 잠 들었다가 새벽 눈을 떠 보니
백운평학월침시
白雲平壑月沈時 골짝 덮은 구름속으로 달이 지고 있네.
숙연독출수림외
숙然獨出脩林外 일어나 훌쩍 울창한 숲 밖을 나서니
석경공음숙조지
石徑공音宿鳥知 돌길 지팡이 소리에 자던 새들 깨는구나.
숙(條-木+羽) 공(竹+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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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창에 시를 한 수 적으며
윤기(尹心+耆)
1741(영조17)~ 1826(순조26)
得詩題紙窓 시 한 수 떠올라 종이 창에 적으니
紙破詩亦破 종이가 찢어지면 시도 없어지겠지
詩好人應傳 시가 좋으면 사람들 입으로 전할거고
詩惡人應唾 시가 나쁘면 사람들 퇴퇴 침뱉을 거야
人傳破何傷 전해진다면 여기서 없어진들 무슨 걱정이며
人唾破亦可 침뱉을 거라면 또한 없어져도 괜찮은 거라
題罷騎馬去 다 적고 말에 올라 훌쩍 떠나니
後人誰知我 뒷세상 사람들 누가 내 마음을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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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덕산 계정의 기둥에 써붙임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보게. 저 천석의 종을.
非大구無聲(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잖아.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그래도 저 두류산만은 못하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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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師得家書 집에서 온 편지
원개(袁凱)
江水一千里 일천리 흐르는 강물
家書十五行 받은 편지 열 다섯 줄.
行行無別語 별다른 말은 없고
只道早還鄕 일찍 돌아 오라 당부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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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字 참아야지 참아야지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工夫須向一忍求 공부란 모름지기 참을 인자를 찾아야 해
忍到熟時方自好 참는 것이 익숙하면 참으로 좋은 거야.
看他衆人煩惱處 저 많은 사람들은 번뇌 속을 헤매지만
自家胸中還浩浩 내 마음은 도리어 넓고 넓은 바다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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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天門山 천문산을 바라보며
이백(李白)
天門中斷楚江開 천문산 허리 질러 초강이 흐르니
碧水東流至此廻 푸른 물 동으로 흘러 여기서 구비치네
兩岸靑山相對出 초강 양쪽 푸른 산 마주 우뚝 솟았는데
孤帆一片日邊來 돛을 편 배 한 척 하늘가에서 내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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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대로 콩을 삶으니
七步詩 일곱 걸음에 지은 시
조식 曹植
192 ~ 232
煮豆燃豆기 콩을 삶는데 콩대를 때니
豆在釜中泣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本是同根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相煎何太急 어찌 그리도 세차게 삶아대는가.
기(艸+其 : 콩깎지, 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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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仁鄕約契軸 태인향약계축
정극인(丁克仁 1401~1481)
人倫有五 인륜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朋友居一 붕우가 그 가운데 하나라네.
竝生斯世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것도
號曰難得 참 어렵다고들 말하지.
신同一鄕 더구나 한 고을에 같이 살면서
從遊朝夕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냄에랴.
以友輔仁 벗으로써 인을 돕는 거니
是謂三益 유익한 벗 셋이 있다고 하는 거야.
作契誠信 진실과 믿음으로 계를 만드니
猶膠與漆 아교처럼 옷칠처럼 단단해야 해.
吉慶必賀 경사엔 반드시 서로 축하를 하고
憂患必恤 우환엔 반드시 서로 도와야 하지.
回路管鮑 안회와 자로, 관중과 포숙은
輝映簡策 책에 그 이름이 빛나고 있어.
山礪海帶 산이 닳고 바닷물 마르도록
終始不특 시종 변치 않았었다네.
凡我同盟 우리 모든 계원은
最宜矜式 마땅히 공경하고 본받아야지.
言不盡意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하여
重爲之約 이렇게 거듭 규약을 정하는 거야.
挾富挾貴 부귀하다 하여 뽐내지 말고
背憎面悅 등뒤에 욕하는 일 하지 마세나.
多般巧詐 그런 온갖 교묘한 속임수들은
不恤其德 그 덕을 돌아보지 않음이라네.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神明其극 신명이 그에게 벌을 내리리.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罪當黜伏 그 죄는 축출당해 마땅하리라.
신(矢+引), 특(代-人+心), 극(殞-員+極-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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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行路 태항산 산길
중국 한시
백거이(白居易) 772 ~ 846
太行之路能최車 태항산 험한 산길이 수레를 망가뜨리지만
若比君心是坦途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평탄한 길이요
巫峽之水能覆舟 무협의 험한 물이 배를 엎어버리지만
若比君心是安流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잔잔한 물입니다.
君心好惡苦不常 님의 마음은 좋아하고 미워함에 변덕이 심하시니
好生毛髮惡生瘡 좋아할땐 모발이 나고 미워할땐 제 몸에 종기가 납니다.
與君結髮未五載 님과 혼인한 지 다섯 해도 채 안 되었는데
豈期牛女爲參商 견우 직녀처럼 멀리 떨어져 지낼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古稱色衰相棄背 옛말에, 이쁜 얼굴 늙어 버림을 받았다 하였으니,
當時美人猶怨悔 당시의 미인들은, 늙어서 버림받은 것도 원망했던 것입니다.
何況如今鸞鏡中 더구나 지금 거울 속을 보면
妾顔未改君心改 제 얼굴은 변함 없는데, 님의 마음이 변했습니다.
爲君熏衣裳 님을 위해 옷을 향기롭게 하여도
君聞蘭麝不馨香 난향과 사향도 님은 향기롭게 여기지 않으시고
爲君盛容飾 님을 위해 몸치장을 성대하게 하여도
君看珠翠無顔色 주옥과 비취에도 님은 기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行路難難重陳 가는 길이 험난함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습니다.
人生莫作婦人身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百年苦樂由他人 한평생의 고락이 타인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行路難難於山險於水 가는 길의 험난함이 산보다 험하고 물보다 험합니다.
不獨人間夫與妻 세상의 부부 사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近代君臣亦如此 근래 임금과 신하 사이도 또한 그러합니다.
君不見左納言右納史 그대는 못보았습니까. 왼쪽의 언관과 오른쪽의 사관이
朝承恩暮賜死 아침엔 은총을 받다가 저녁에 사약을 받는 것을.
行路難不在水不在山 가는 길의 험난함은 물에 산에 있는 게 아니지요.
지在人情反覆間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사람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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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일은
病中書懷 병중에 회포를 적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
1627~1704
草草人間世 덧없는 인간세상
居然八十年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生平何所事 평생에 한 일 무엇이뇨
要不愧皇天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한 것이지.
한국문집총간 127집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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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橋夜泊 한밤에 풍교 근처에 배를 대고
장계(張繼) : 중국 당나라 사람
月落烏啼霜滿天
달 지고 까마귀 우는 으스스 추운 늦가을
江楓漁火對愁眠
강교와 풍교의 어선 불빛을 보며 잠을 못 이루네.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저 멀리 한산사의 자정 범종 소리
夜半鐘聲到客船
배에 누운 나그네 귀에 은은히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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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父贊 허수아비를 기림
성운(成運)
1497(연산군3) ~ 1579(선조12)
肌以藁筋以索 짚으로 살 삼고 새끼로 힘줄 삼아
人其形塊然立 사람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네.
心則亡虛其腹 심장도 없고 뱃속도 텅 비었고
中天地絶聞覩 이 넓은 천지간에 보도 듣도 아니하네.
處無知誰與怒 앎이 없으니 싸울 일이 전혀 없네.
<한국문집총간 28집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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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笑 홀로 웃다.
다산 정약용
有粟無人食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達官必창愚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주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家室少完福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翁嗇子每蕩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며,
月滿頻値雲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物物盡如此 세상 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獨笑無人知 나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
창(春-日+臼+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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還目魚 환목어(도로묵)
이식 李植
1584(선조17)~ 1647(인조25)
有魚名曰目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膏유不自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形質本非奇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데로 괜찮았지.
유(月+臾), 시(酉+麗)
國君昔播越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수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 목어가 마침 수라 상에 올라와서
頓頓療晩飢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수(좌부방+垂)
金輿旣旋反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거敢當一匙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받았네.
削號還爲目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 순식간에 버린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거(言+巨)
賢愚不在己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 없고
貴賤各乘時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洋洋碧海底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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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시 모음
감사합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마무리 잘하시고
밝아오는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두고두고 보려는 욕심에
허락없이 모셔 갑니다
감사한 마음 턱없을 줄 알지만
모른체 하여 주시어요.~^^*
이 도령님이 좋아하시는 한시모음 년말 선물 받으셨네요 ㅎㅎ
열심히 감상하시고 좋은 글로 나눔 주세요^^
@銀影(은영).
꿀 훔쳐먹은 마음
벌에 쏘일라
입씻어 살그머니 돌아서는데
조여경 천리안이 번을 섰구나
아뿔사
되돌려 놓으려 고개 숙일때
아둔한 머릿속에
훔쳐둔 묵향
지은 죄 핑계삼아
향기로운 뜨락에 머슴을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