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생애 4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는 첫 번째 교향곡을 22세에 시작해서 43세에 완성했다
21년이 걸렸으며
이 교향곡에 젊은 날을 다 걸었다.
까다롭고 완벽주의적인 그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베토벤이 이루어 놓은,
교향곡에 있어 높은 경지의 업적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해
쉬이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21년을 공들였던 것이다.
그에게 베토벤은 거인 같은 존재였다.
존경과 넘어 설 수 없는 절망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거인의 위대한 발소리를 등 뒤에서 들으며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모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브람스는 언제나 거인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을 의식하고 있었다.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악상이 풍부했으며 극도로 치밀하고
베토벤의 전통과 유산을 이어받은 뛰어난 곡이었기에
‘베토벤 10번 교향곡’이라고 표현 되었다 한다.
베토벤 9개 교향곡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라는 뜻이었다.
며칠전 롯데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지휘로 KBS 교향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1번을 감상했다.
어느 기업에서 개최하고 전석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연주회였는데,
초대장을 받은 친구가 함께 하겠느냐 해서
“와이 낫?!!!” 하면서 기꺼운 내 마음을 전했다.
브람스 1번 교향곡
1악장 첫 시작부터 쿵쿵쿵 울리는 팀파니 소리는
브람스가 느꼈을 거인 베토벤의 발소리를 연상시켰다.
쿵쿵쿵 이어지는 피할 수 없는 소리에
피하지 못할 어떤 운명이 기다리는 듯 긴장이 감돈다.
에너지는 넘치지만 조금 두려움도 느껴진다.
2악장, 3악장
그리고 마지막 4악장에서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듯
희망의 선율이 되어 웅장하게 곡이 마무리 된다.
이 곡은 정명훈 사골 레파토리여서(여러번 우렸다고)
기대가 덜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진국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고
거장의 지휘가 이끌어낸 훌륭한 연주였다.
지난달엔 같은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감상했는데
우연이지만 2번을 먼저 그리고 무겁고 진중한 1번을 뒤에 듣는
감상 순서가 나에게는 순리적으로 잘되었다.
브람스 2번 교향곡은 목가적인 분위기로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 비유한 것일테니
이처럼 아직까지도 브람스에게 드리워진 베토벤의 그림자를
영광스러워 하기보다는 그저 ‘브람스 교향곡’으로 감상해주기를
브람스는 바랄 것 같았다.
교향곡 감상을 어려워해 협주곡이나 소나타를 즐겨 감상하는 편이지만
나머지 브람스 교향곡 3번과 4번도 실력 있는 연주팀의 연주가 있을 때
찾아가 감상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앵콜로 연주한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에서는
정명훈의 지휘에 얼마나 몰입이 되었던지
마치 그의 지휘봉과 손끝에서
모든 악기의 소리가 뿜어져 나와 허공에 뿌려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악기들과 지휘가 소리의 완전체를 이뤄내고 있었다.
연주단원들도 객석을 향해서가 아닌 스스로 그 순간을 즐기는 듯
여유롭고 흥겨운 곡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고 있어서
훌륭한 디저트 같은 앵콜곡으로 만찬을 즐긴 듯 마음이 꽉 차올랐다.
같은 동양인 이여서 정명훈과 같이 거론되곤 했던
일본의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잘나가던 시절
정명훈을 앞지른 평가가 곱지 않게 들리기도 했었는데
이런 연주를 만들어낸 정명훈에
누구의 명성이 더 높은가가 뭐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진실이지.
무대 정면이 아닌 사이드 좌석이었지만
정명훈의 지휘를 앞모습으로 온전히 볼 수 있어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던 연주회 감상이었다.
P.S.
프로그램 구성은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 33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 Op. 68
이었다.
첫댓글 정명훈씨 국내에서 지휘를 하는가 봅니다
논란이 많다는 이전 뉴스가 생각나서요
브람스는 또박또박 2번 읽어도 뭔 말인지 ~
대신 쉬운 질문으로 대신했어요 ~ 성의 없는 댓글 아닙니다 ~
브람스 1번 교향곡이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이을 만큼 훌륭해서
베토벤 10번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은
아셨을테니, 나머지는 패쓰~
안녕하세요. 헤도네님.
브람스1번 교향곡을 21년 동안 작곡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님의 브람스의 해설이 굿입니다.
다시 듣고 느껴 보고 싶습니다.
이 곡이 거장 정명훈님의 사골 레파토리 ㅡㅋ동감합니다.
보통 란을 치듯이 허공에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바통의 동작들이 이곡에서 만큼은 크고 강하고 그리고 자신 만만ㅡㅋㅋ
브람스를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이스트우드님 잘 집어내셨어요.
그 날 정명훈 지휘는 기. 승. 전. 자신만만 이었어요.
앵콜곡 헝가리 무곡 1번도 포디움에 올라서는 순간 숨도 고르지 않고
그으~냥 지휘봉과 함께 곡이 귀에 들려서 속으로 와~ 햇더랍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람스 하면
헝가리 춤곡이 생각납니다.
음악시간에
헝가리의 춤곡은 브람스가 지은곡~♪
노래로 부르며 외웠었지요. ㅋ
서양음악 모른다고 완전 패쓰 당했지만
암만 그래도 브라스는 모르겠네, 브라스가 누구요? 빠르다 ~그새 고쳤네
@단풍들것네 제가 컴 없이 스맛폰으로 글쓰고
댓글 쓰다보니까 오탈자가 생겨요.
다시 보다가 발견되면 수정하는데
수정하는 동안 오셔서
태클 걸다가 낭패로군요.ㅋㅋ
맞아요 제라님
헝가리 무곡 5번이 음악교과서에 실렸더랬죠.
차르다시~ 즐거운 춤춘다~~~
뜻도 모르고 불렀었는데
몬티의 차르다시를 듣다가 찾아보고야
차르다시는 헝가리 민속춤이라는 것을 알았더랍니다.
댓글 감사해요.
음악이나 미술에
남다른 식견이 많은 헤도네님 께서,
브람스 1 번 교향곡이 21년에 걸쳐
탄생한 브람스의 끊임없는 열정과
베토벤 교향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브람스의 무거운듯 억센 집념이
감히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 할만큼
이루어 내었음을 세세한 설명을 주셔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정명훈의 지휘도 멋지게 보신 것 같습니다.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이
함께 연주했어서
그 곡 감상도 쓰고 싶었지만
글이 길어져서 1곡 만 소개햇습니다.
정명훈의 여유만만 자신에 찬 지휘모습이 좋았습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람스 하면 부드럽다로
기억할 뿐입니다.
무슨 곡 때문인지는 모르겠어요.
브람스는
베토벤 때문에 골머리였고
베토벤 때문에 작곡에 성공했으니까
이건 어케 되는 공식인지요.
음악에 까막눈이가
헤도님께서 나워 주신 자료 덕분에
한 번씩 유식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베토벤 때문에 골머리 아프다 성공했으니
베토벤이 병주고 약주고. ㅎ
곡의 완성도를 위해서 21년을 공들이고
클라라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브람스 한번 꽂히면 끝장보는 스타일 같아요.
도움되는 글이라 하시니 감사합니다.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고 하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
저도 아주 좋아하는 곡이지요.
브람스의 선율이 낭만스러워서도
그렇지만 그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음감방 정모에서
브람스를 닮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프로그램이 아주 좋군요.
운명의 힘 서곡, 차이코프스키 변주곡 그리고
자주 아름다운 연주회를 찾는 헤도네님 ..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청국님을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고
수필방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수필방에 깊은 사랑 주시면 감사합니다.
두 달전 로테르담 필의 차이코프스키 비창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파격 대담
젊은 라하브 샤니의 지휘에 너무 좋아 팬이 되었는데
이와 대비 되는 여유 노련
정명훈 지휘 역시 참 훌륭했던 연주회였습니다.
오랜만에 뵈어 저도 많이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헤도네님의 풍부한 해설에 또 한번 놀랍니다
배토벤 교향곡하면 3.5.6.9번 만 알았는데
10 번 해서 이 뭐지 했네요
박학다식한 님 대단합니다
브람스 곡 시간날 때 감상해볼께요 ~
님을 떠올리면 임윤찬님이 자동으로 생각납니다.
어머나!!!
재경님 반갑습니다.
긴 세월 클래식 음악을 들어왔지만
교향곡은 연주도 길고 어려워서 잘 듣지 않다가
올해부터 간간히 감상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글재주 없어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찬찬히 읽으면 소소한 재미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했는데
재경님 그리 느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임윤찬님 티케팅은 인기가 너무 좋아
30초만에 매진되고는 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저에게는 기회가 닿지 않아요. ㅠㅠ
대신 임윤찬님의
반 클라이번 콩쿨 결승곡이었던 베토벤 피.협. 3번을
지난달 그의 스승인 손민수교수 협연으로 듣고 왔었어요.
지금의 임윤찬님이 있게된 근본이 손민수교수님이니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그 분 한예종 떠나서 뉴 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해서
한국에서 연주는 이제 힘들 것 같아 얼른 다녀왔답니다.
남산걷기에서도 일부러 저를 찾아서 만나러 와주시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이번에. 서울시향을 정명훈이 지휘를 하였군요. 퍽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멋진 연주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서울시향 아니고 KBS교향악단 이었어요.
아마 이전에도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여러 번 연주회를 가져서인지
지휘자와 연주단원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는 것이
그냥 막 느껴지는 연주였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