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은 27일(이하 한국시간) 투산 키노 스포츠콤플렉스 파크에서 팀내 타자들을 상대로 한 라이브 피칭이 예정돼 있었지만 오른손 중지 물집 부상의 악화를 염려한 코칭스태프의 만류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라이브 피칭을 건너뛴 김병현은 대신 훈련이 끝날 무렵 약 8분간 포수만을 앉혀 놓고 불펜 피칭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투수들에게 물집이 잡히는 것은 흔히 있는 일. 그러나 김병현이 팀 내에서 마무리의 중책을 맡다 보니 코칭스태프에서 각별한 보호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주전 3루수 맷 윌리엄스가 26일 훈련 도중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해 애리조나 구단 전체에는 부상이라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야구선수이면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부상은 고비마다 김병현의 앞길을 가로막은 가장 큰 적이다. 데뷔해인 지난 99년 목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2000년에는 오른 손목에 물혹이 잡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김병현으로서도 올해 각별히 무거운 짐을 짊어진 만큼 사소한 부상이라도 예사롭게 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적어도 맷 맨타이의 복귀가 예정돼 있는 5월까지는 혼자 마무리로 뛰어야 하고, 월드시리즈 악몽 역시 시원스레 떨쳐버려야 한다. 또한 올시즌을 끝으로 연봉조정신청자격을 얻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가 바로 올해다.
다행히 본인은 부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김병현은 이날 불펜피칭을 끝낸 뒤 "25일 물집이 처음 생겼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3월1일 연습경기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병현의 연습경기 출전이 3월1일로 정해짐에 따라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