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인데도 폭염이 내리쬐는 날씨가 6일째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보아하니 엄청 찔듯하다. 오름가는 길 사전답사를
끝내고 만나는 장소인 예비군훈련장 버스정류장에 와 보니 나머지 일행이 모두 나와 있었다. 약속 시간이 15분이나 남
아 있는데. 은하수부인의 얼굴도 보이나 부군을 여기까지 태워 오고 잠깐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사전답사를 할 때 이 부근에 오름을 오르는 길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자리를 잡았다. 주스도 나누어 마시고 몸풀기 간
단한 체조도 한 다음에 햇살은 오른쪽에서 꼴찌는 왼쪽에서 길을 찾아 보기로 했다. 이 오름에는 유난히 커다란 가족묘지
가 많다.
오른쪽에서 길을 찾던 햇살이 제법 그럴듯한 길을 발견해서 일행을 그리고 안내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길은 이 오름
자락에 위치한 가족묘지로 가는 길이었다.
가족묘지를 지나자 길이 끊겨 볼래나무가 길을 막아 도저히 더 갈 수 가 없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길을 찾느라 애를
써 땀이 비오듯 한다. 우리는 볼래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나누며 한참을 쉬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일, 3년 넘게 오름을 다닌 C오동인데 이 정도에 좌절할 우리가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내려와 차
를 타고 남쪽으로 더 가니 오름의 남사면으로는 삼나무 숲이라 특별한 길이 없어도 오를 수 있었다. 처음에 길을 찾느라
진을 빼어 지친 몸들이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오름에 올랐다.
오름 정상에 올라 본 시내 쪽 풍경이다. 남조순오름과 민오름 사이로 연동 신시가지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망망대해가
이어지는데 수평선에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추자군도와 남해안의 섬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관탈섬은 아예 한 뼘 앞
으로 닥아 앉았다. 이렇게 남해안까지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은 대단히 드문 현상으로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기회를 우리는 거믄오름 정상에서 잡은 것이다. 우연이지만 대단한 행운을 잡은 셈이다. 제주도가 절해고도가 아닌 한
반도에 가까운 섬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의 이 장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은 아홉명이다. 꾸준히 나오던 산하네와 제사로 빠진 운공부인에게 미안하다.
산화경방초소 부근의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옷은 땀에 젖어 후줄근하나 마음만은 편안하고 행복하다. 정상에서
는 동서남북 막힌 곳이 없이 다 잘 보여서 좋다.
거믄오름에서 소진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근에 있는 비원에서 삼계탕 한 그릇씩을 했다. 마른장마에 이어 무더위
를 이기려면 삼계탕 한 그릇 먹어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늘 무더운 날씨 속에 시원찮은 앞장 때문에 고생만 진탕하고 땀을 한 됫박씩 흘린 다음에 그래도 거믄오름 정상에 올
라 푸른 바다와 남해안의 섬까지 보이는 진기한 장관을 본 덕에 다들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쉬운 작
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멀리 효돈에서 어디광어디까지 와준 선달부부 고마워요. 2008.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