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시리즈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났다. 처음부터 이 시리즈의 성공을 믿은 사람은 별로 없다. 수천 년전의 고대 이집트 미이라들이 깨어나서 현재의 사람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이성적 논리로는 있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설정이었고, 더구나 주인공은 스타급이라고 할 수 없는 브랜든 프라이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이라](1999년)는 4억불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미이라2](2001년) 역시 4억불이 넘는 수익을 제작사에게 안겨 주었다. 효자 시리즈의 후속편이 7년만에 제작된 가장 큰 이유는 소재적 한계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속의 고대 이집트 왕들을 우려먹을 수는 없다.
[미이라3]은 그런 소재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무대를 중국으로 설정했다. [쿵푸팬더]처럼 올해 개봉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중에는 유난히 중국과 관련된 영화들이 많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 때문이다.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리는 것을 영화 마케팅에도 접목시켜 보겠다는 의도이다. 고대 중국에도 수많은 무덤이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제작자가 탐내는 무덤은 진시황의 무덤. 불과 30여년 전인 1974년 시안에 살고 있던 한 농부가 우물을 파기 위해 땅을 파다가 발견한 진시황의 무덤은 곧바로 피라미드를 뛰어넘는 인류사의 신비로 등극했다.
진시황 무덤의 충격은 무덤을 지키고 있는 수천 수만의 병마용갱이다. 진흙으로 빚어진 병사들과 말들은 똑같은 얼굴이 하나도 없다. 모두 다른 얼굴과 표정, 다른 갑옷을 입고 황제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병마용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시황 무덤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진시황 무덤 발굴은 일부분만 이루어지고 있을 분이다. 실물 크기의 토용(土俑) 7,000여개와 100개가 넘는 전차, 40여필의 말, 10만여개의 병기 등이 무덤 입구의 3개의 갱에서 발견되었고, 또 다른 갱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아직 진시황의 무덤 자체에 대해서는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이라 3]의 이야기는 고대 진시황으로 설정한 중국의 한 황제(이연걸 분)에서 시작된다. 탐욕스러운 황제는 불로장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여사제(양자경 분)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 했으나 그녀가 자신의 부하 밍 장군을 사랑하자 여사제가 바라보는 앞에서 밍장군을 처형한다. 분노한 여사제는 증오의 주문을 외고 그 순간 황제와 그의 병사들은 미이라가 되어 땅 속에 묻힌다. 그들을 다시 발굴해내는 것은 [미이라] 시리즈의 주인공인 릭 오코넬(브랜든 프라이저 분) 부부의 아들 알렉스(루크 로드 분)다. 부모를 닮아 고고학자가 된 알렉스는 중국에서 발굴 도중 황제의 무덤을 발견하게 되고, 중국을 방문한 릭 오코넬 부부와 함께 부활한 황제와 그의 군대들에 맞서 싸운다.
여러가지 전설을 품고 고대 문명세계의 무덤에 잠들어 있던 왕들이 다시 현재에 부활해서 치열한 사투가 벌어진다는 [미이라] 시리즈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미이라 3]은 그 배경을 고대 중국에 접목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연걸과 양자경 등 중화권 최고의 연기자들은 탐욕스러운 황제와 저주를 품은 여사제의 배역을 전형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새로움은 없지만 내러티브 전개에는 부합되는 중국 배우들의 활약은 기존의 미이라 시리즈의 주인공인 브랜든 프라이저와 이번 시리즈부터 합류한 그의 아들 역의 루크 포드는 서양 관객들의 눈높이뿐만이 아니라, 진시황의 무덤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동양 관객까지 만족시켜 준다.
천박한 오리엔탈리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미이라3]을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대 중국의 신비의 낯설음과 새로움이 [미이라] 시리즈의 낯익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1억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특수효과와 시각적 비주얼은 이야기의 재미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미이라] 시리즈보다 이야기는 더욱 탄탄해지고 시각적 비주얼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테라코타로 만들어진 황제의 군대가 생명력을 부여받아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나, 그 반대로 살아 움직이던 고대 무덤의 군대들이 모래바람처럼 사라지는 장면에서 [미이라] 시리즈만의 매력이 발산된다.
[미이라] 시리즈는 모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마지막 씬에서는 시리즈의 4편이 잉카 제국의 마추피추로 향하고 있음을암시하고 있는데, 결국 세계 각지에 널려진 고대 무덤을 여행하며 미이라 시리즈를 계속하겠다는 욕망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