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차ㆍ조건 까다로워
"저희 은행에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다른 은행에 문의해 주세요." 다음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모(30)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신한은행 모 지점에 문의했다가 이같은 답변을 들어야 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과 결혼 시즌을 앞두고 전세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제공하는 상품과 일부 은행이 자체 개발한 상품이 있는데 두 상품 모두 대출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수요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은행의 영업점에서는 이같은 대출상품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경우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8월말 현재 115억원에 불과하다.
만 20세 이상으로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주를 대상으로 하며 연 소득에서 기존의 은행부채를 뺀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해 준다. 일례로 연 소득이 4천만원이고 은행에 3천만원의 대출이 이미 있다면 1천만원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매년 대출금액의 1%를 보증료로 내야 한다.
보증료에 금리도 일반대출과 비슷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시 은행창구에서 보증서를 직접 발급해야 하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 중 대출금을 추후 반환토록 하는 `임대보증금 반환통지확인서'를 받는 등 절차가 무척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한도가 최고 8천만원이지만 기존 대출금 등을 빼고 나면 실제로는 매우 적은데다 전세자금대출 대출 금리(6.98%)와 일반 신용대출 금리(7~8%)가 별반 차이가 없는 것도 외면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 보증을 선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전세 수요가 많았던 지난 5월 249억원에서 6월 170억원에 이어 8월말 147억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가구주 연소득 3천만원 이하 서민.영세민에게 빌려주는 전세자금 대출은 8월말 현재까지 8531억원을 기록,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가 필요없는 `우리홈론'을 올해 의욕적으로 선보였지만 8월말 대출잔액은 819건, 372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 상품은 국민주택규모(85㎡) 이상의 아파트나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 주택 종류에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하고 최고 연봉의 2배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좀처럼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것.
우리은행 관계자는 "집 주인의 서명이 없으면 대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전세자금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고 상환능력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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