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GE STORY [#16] ; Blade Booting
본 글은 스티가 및 탁구닷컴의 스폰으로 작성되었으며, MIRAGE STORY는 스티가스폰 5기 미라쥬의 탁구에 관한 모든 이야기와 고민을 수필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글입니다.
요새 들어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하나의 블레이드를 영접하고 나서 그분을 필드에 내보낼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건 의도적으로 할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한 과정 한 과정 어찌어찌하다보니 익숙해져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용품을 처음 접하던 시기에는 빨리 시타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충대충 서둘러 러버를 붙이고 탁구장에 나가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라켓이든 이제는 약간의, 최소한의 사용기록을 남겨놓고 싶은 마음에 그런 급한 마음을 누르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다보니 이런 준비과정이 누적이 되어 나름의 체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이런 과정을 겪으며 탄생한 라켓 하나하나들이 이제는 마치 내 자식들처럼 느껴지게 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행여나 분양에 들어가게 되면 마치 열손가락 중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많이 서운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정성을 들인 라켓이 다른 좋은 분의 손에 안착해서 좋게 쓰여질 것이라고 믿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이번 글에선 제가 이렇게 라켓을 셋팅하는 과정을 좀 디테일하게 풀어놔볼려고 합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오바가 심하다 지나친 오지랖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분들에게는 이러한 디테일 중 요긴한 것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런 소망에 힘을 얻어보기로 합니다.
이번 글에서 모델역할을 해줄 친구는 스티가 신제품 카보나도 190입니다.
이 친구는 유일무이한 탁구닷컴의 이벤트인 특선이벤트를 통해서 구한 희귀한 무게의 레어템입니다.
카보나도 190 레젼드그립 84g.
하이브리드우드 레젼드그립 85g.
이렇게 특선이벤트를 통해서 벌써 두 개나 소장가치가 있는 희귀제품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특주는 아니지만 일종의 한정판이라고 할 수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① 상태확인(사진) 및 무게측정
블레이드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체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불량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합판의 부착유무, 찍힘이나 표층의 하자유무 등을 세부적으로 체크합니다. 그리고 무게를 측정하면서 날 것 그대로의 블레이드를 누드촬영해줍니다.
② 코팅
두 번째 과정은 블레이드의 표층을 코팅해주는 일입니다. 용품사에 주문할 때 무료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만, 저는 한가지 디테일한 과정을 추가해주기 위해서 코팅을 직접 합니다. 그것은 바로 코팅면의 라인이 잘 잡힐 수 있도록 테이핑을 해주는 것입니다. 매직테이프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테이핑 후 코팅액을 골고루 잘 바른 다음, 두루마리 화장지 심에 끼워서 자연건조시킵니다. 자연건조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드라이를 이용해 속성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③ 코팅면 샌딩
건조가 완료되어 테이핑을 제거하면 사진과 같이 예쁘게 선이 잡혀있습니다. 이제 코팅해준 표층면을 400-600방 사포를 이용해서 균질하게 사포질을 해줍니다. 대개 코팅액이 일부 뭉쳐있는 부분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냥 그 상태로 러버를 부착할 수도 있으나 저는 이 과정을 추가했습니다. 샌딩과정을 거치고 나서 손으로 만져보면 고르게 다져진 표층면이 매우 기분이 좋고 실제로 러버의 부착상태도 최상이 될 것입니다.
④ 윙 가공
사실 이 윙 가공 과정은 생략해도 무방하며, 간단하게 끝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브랜드에 따라 윙 가공이 완료되어 나오는 제품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스티가 블레이드는 특이하게도 윙 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상태로 소비자에게 공급이 됩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스티가 블레이드에 특화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에 사용하는 사포는 스폰지가 부착된 사포를 이용하는 것이 보다 용이합니다. 그리고 저는 좀더 깊은 윙을 만드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전동드릴에 사포를 부착해서 다듬어 줍니다. 저렴한 공구를 사서 그런지 회전속도조절이 안되는 탓에 자체 힘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모양의 윙으로 만들어줍니다.
⑤ 무게측정 및 리스트업
①~④번의 과정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무게측정을 다시 합니다. 대개의 경우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약 1-2일이 소요되는데, 작업을 마치고 무게를 다시 측정하면 처음 측정했을 때보다 무게가 약간 줄어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최종무게가 나오면 블레이드 리스트에 기본적인 정보들을 기록합니다. 구입일부터 간단한 블레이드의 스펙이나 무게 등등을 리스트업 하면 전체적인 용품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서 오히려 무분별한 용품수집을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엑셀파일로 작성해서 쓰고 고슴도치 수치가 기록된 엑셀파일도 같이 병행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⑥ 러버부착
최종무게를 측정하고 나서 부착할 러버의 종류를 고려해서 전체 무게셋팅을 잘 예측해야합니다. 저는 178~182g 사이의 무게셋팅을 사용하기 때문에 블레이드가 너무 가볍거나 혹은 무겁거나 하는 경우에 러버를 주문할 때 최대한 가벼운 개체를 골라달라는 등의 코멘트를 추가합니다. 러버의 무게편차가 제 경험으로는 2~5g 정도 일반적으로 형성이 되기 때문에 전체 라켓의 무게 셋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됩니다.
저는 글루를 스폰지가 달려있는 제품을 사용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처음에 이런 종류의 제품을 사용하다보니 익숙해서 쓰는 것뿐입니다. 사용하고 나서 스폰지를 잘 닦아서 보관해주는 것이 다음에 사용할 때 좋습니다.
러버를 붙일 때 유의할 점은 그립부와 라인을 잘 맞추어 롤러를 이용해 가볍게(힘을 너무 주지말고!) 굴려서 가부착한 뒤에 깨끗한 백상지나 러버 패키지에 들어있는 보호페이퍼를 덮어서 전체적으로 눌러준 다음에 본격적으로 롤러를 이용해서 밀어줘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않고 처음 부착 시부터 롤러로 힘을 줘 붙이면 러버가 늘어나면서 부착이 되어 나중에 재사용할 때 러버가 많이 작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⑦ 레이져커팅
예전에도 한번 소개했던 적이 있었는데, 커팅매트+30도 칼날의 콤보로 러버를 깔끔하게 잘라줍니다. 칼날 끝에 물을 약간 묻혀주면 더 좋을 것이고 칼날의 각도를 최대한 수직으로 유지해서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번에 잘라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즉, 라켓을 고정시켜놓고 몸의 위치를 바꾸면서 단번에 잘라내야 합니다. 이 과정은 횟수가 쌓이면 동호인마다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기는 과정입니다. 가위를 사용하든 칼을 사용하든 아름답게 잘라내기만 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⑧ 라켓무게조정
러버의 무게까지 잘 고려했다하더라도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원하는 무게가 안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기준보다 무게가 무거울 경우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만, 기준보다 가벼운 셋팅이 되었을 경우에는 몇가지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1g정도 나오는 사이드테이프, 그리고 1g씩 약 5개정도 붙일 수 있는 파워테이프, 그리고 제가 수공업 생산으로 만든 그립하단에 붙이는 렌즈 등이 그러한 수단입니다.
이번 190은 살짝 가벼운 감이 있어서 사이드테이프만 붙여주는 정도로 해결했습니다. 저는 블레이드의 단면과 러버의 단면을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왠만하면 사이드테이프를 부착하지 않습니다.
⑨ 러버보호시트
마지막 과정은 러버보호시트를 제단해서 붙여주는 일입니다. 러버의 수명을 최대한 늘려주고 보관할 일이 많은 저로서는 항상 러버보호시트를 부착해놓습니다. 주로 접착성이 있는 제품을 사용합니다.
⑩ Completed.
드디어 라켓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속성으로 진행하면 몇 시간만에 끝낼 수 있겠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하는 제 경우는 약 2-3일이 소요가 됩니다.
가끔은 굉장히 귀찮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성을 들여 손질이 마무리된 아이들을 보다보면 상당한 보람도 느껴집니다. 늘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비록 부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옛날 사양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지만 저에게는 블레이드와의 조우로 시작해서 저만의 라켓으로 동화되는 과정에 속하는 다분히 아날로그적 감성의 작업입니다.
어때요. 참 쉽죠?
첫댓글 참 어렵습니다..^^
어려운가요? ^^;
정성어린 손질이네요^^
요새는 이상하게도 일부러 더 정성을 담아서 만들어내게 되네요.
새 블레이드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 때가 가장 떨리고 기대되고 뿌듯한 시간이죠. 나에게 충성할 감동적인 녀석이 될 지 천덕꾸러기가 나올지 모르는 ...
미라쥬님처럼 저도 이렇게 유별난(?) 과정을 다 겪어야만 라켓이 공을 맞이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다만 저는 녀석들에게 목도리를 하나씩 더 둘러주는 과정이 더해지고요. 요즈음은 러버 보호 필름을 따로 재단하지 않고 러버 부착 후 필름을 붙이고 나서 함께 레이저 커팅한답니다.^^
와우 저보다 더 정성을 쏟으시는군요. 매우 아름답습니다.
질문있습니다. 라켓 그립에 감으신게 일반적인 그립테이프인지요? 어떤제품인지.. 안그래도 딱 저정도가 필요한데.. 저는 일단 사이드테잎을 저 위치에 감았습니다만..
아이구 ... 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보실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문방구 또는 인터넷에서 "샤무드" 또는 "인조가죽끈"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미터당 300원) 색상도 아주 다양하게 나오는데 도톰한 끈입니다.
끈의 한쪽 끝을 그립 밑부분에 고정하고 위에서부터 감아 내려와 밑에서 묶은 겁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전문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근데 이정도 부팅이면 전 진작에 메인보드 뻗을거 같네요~ ㅎㅎㅎ
이런 종류의 부팅은 시간이 좀 걸려도 참 좋더라구요. ^^
참 이쁘네요
잘 다듬고 정리가 끝나면 보람이 있습니다. 물론 상당히 귀찮은 것은 사실입니다. ^^
어 음... 이것이 정상입니다! 라켓과의 일체감은 정성에서부터 시작이죠.
라켓과의 일체감이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요일에 이것도 시타 가능 할까요?ㅎㅎ
밴드 개인톡좀 봐주세요~
네 시타가능합니다.
마스킹 테이프 이용하신 것은 아주 좋은 참조가 됩니다. 그런데 정리하신 엑샐 중에 190 표면을 코토로 기록하셨는데, 림바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림바가 맞습니다. 오기였는데 수정을 못했네요. ^^ 지적 감사합니다.
역시 미라쥬님이십니다^^
질문요~!
1. 스펀지가 달린 사포가 일반 종이 사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종이사포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지요?
2. 전동 드릴 앞부분에 사포를 부착하는 방법이요. 돌돌 말아놓으신건가요? 아님 둥근 무언가에다 한겹 부착하신건가요?
중펜은 항상 그립 손질 스트레스가 있어서.. 어떻게 좀 쉽고 편한 방법 없을까 늘 고민입니다
중펜고수 재즈핑퐁님 일반 종이사포는 크기에 맞게 잘라야하고 손가락에 힘을 줘서 갈아줘야하는데, 스폰지가 붙어있는 제품은 스폰지때문에 힘을 집중하기가 용이합니다. 윙을 갈아내는 작업은 작은 부분에 집중적으로 힘을 줘야하니까 그런 제품이 더 유용합니다.
전동드릴을 사면 여러 종류의 드릴들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사포가 달린 드릴 또한 구비되어 있습니다.
잘 참고하고 갑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질의 고수분이 계셨군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그냥 조금 정성을 기울이는 것 뿐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저도 기쁩니다.
저도 잘 배우고 갑니다..^^★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손질 잘 해놓고 사용하면 진정한 내 라켓처럼 생각됩니다.
탁구는 역시 어렵네요...^^
사실 이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죠. 그냥 적당한 선에서 손질해서 쓰시면 되니까요.
와 우~ 정말 대단 하시네요.
글도 재미있지만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블레이드 명장이신것 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냥 애정을 최대한 담아서 쓸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
흉내도 못내겠네요^^
전 중펜이라 그립손질도 하고해서
라켓 잘 다듬을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러버정도 붙일줄 아는 초보였음ㅋ
중펜쓰시면 그립 손질이 필요하긴 하겠네요. 사실 쉐이크핸드는 윙 손질이 필요한 제품이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스티가는 좀 다듬어줄 필요가 있죠. 근데 이 과정이 오히려 라켓에 정을 붙이게되는 과정이 되더군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실력이 없으니 라켓에 정성이라도 많이 담을려고 노력합니다.
카보나도 190 184g 득템 늦은 축하... 더 필요한 분께 잘 간듯하고요^^.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찬탄, 경외...^^.
아 파인볼님도 제 뒤로 신청하셨었는데 저만 당첨이 되었네요. 죄송스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사업번창하세요. ^^;
그동안 제 라켓들 너무 막 대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안하다 얘들아^^;
지금부터라도 소중하게 대해주시면 더 좋아라 할 것입니다. ^^;
30도 칼날을 쓰셨구나, 하나 배우고 갑니다. ^^
근데 러버커팅용으로 수술용 메스를 사용해도 되나요?
수술용매스는 더 잘 잘리겠지요. ^^;
성격상 절때 따라 할 수 없는 작업이군요 ㅜ.ㅜ 너무 대단해 보입니다...
전... A형인데도 꼼꼼하지가 못해서... 정말... 비교되게 말도 못 꺼내게 관리를 한답니다 ^^;; 으허허
저도 꼼꼼하지는 않은데 그냥 한땀한땀 하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
코팅과정이 저랑 거의 똑같습니다. ㄷ ㄷ 완벽함을 추구하는.. 테이핑!! ㅎㅎ
라인이 잘 잡혀야 기분이 상쾌하죠. 테이핑이 아주 중요합니다.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역시 고슴도치님이 센스있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