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드라마, 119분, 1997년
나주 사직동 그 가게에서 함께 보았다. 이 영화를 본지 벌써 20년이 지났다니. 새삼스럽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영상이 한국에서는 상영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프리 티베트도 피스 티베트로 바뀔만큼 한족이 티베트 인구를 앞도해버린 상황이다.
중국제국의 거짓뉴스와 거짓역사의 인터넷 도배는 국력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달라이 라마를 지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 시대 역시 제국주의 시대라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 미국이 지금은 제국으로서 세계를 나눠 통치하는 격이지만 그 사이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있지 못한 한국의 상황은 1세계같은 3세계다.
영화를 보며 예수가 탄생하는 유대인의 전통을 연상하게 하는 역사적이며 신화적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을 중심에 둔 티베트의 세계관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의 세계관도 하나의 신화적 세계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세기는 활자문명의 시대였다. 21세기는 인터넷과 ai의 문명이 될 것이다. 현대의 합리주의도 다르게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믿는대로 볼 것이다. 시대의 우물에 갇혀.
영화에는 온 정성을 다해 그렸던 모래 그림 칼라차크라를 완성과 동시에 흩으며,
그것을 보아 강물에 버리는 행동이 중간중간 나온다. 불교의 세계관과 현세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비폭력과 사랑을 호소했던 달라이 라마은 이제 티베트의 영원한 전통이자 인류의 전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티베트가 당장은 독립국이 될 수 없더라도. 유대민족의 디아스포라생활을 하며 유대교를 지키고 기독교를 낳았듯.
티베트의 민족과 불교는 유사한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티베트 민족과 종교가 세계에 퍼지는 디아스포라의 시작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신화의 탄생을 묘사하기도 한다.
티베트의 정신문화가 살아 이어지는 한 언젠가는 작은 독립국으로 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시놉시스 =
<쿤둔>은 1941년에 태어나 세 살에 렌팅 린포체에게 발견되어 쿤둔('성하'라는 뜻)의 자리에 오르고
18세에 달라이 라마로 등극한 후 중국의 티벳 침략 때문에 인도로 망명을 떠난,
살아있는 신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다.
영화는 선과 악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어린 달라이 라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담하게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