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물결 창립10주년기념공연 막심 고리키 작 송현옥 연출의 밑바닥에서
공연명 밑바닥에서
공연단체 극단 물결
작가 막심 고리키
연출 송현옥
공연기간 2018년 9월 6일~9일
공연장소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관람일시 9월 6일 오후 8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극단 물결의 창립 10주년기념공연 막심 고리키 작, 송현옥 각색 연출의 <밑바닥에서>를 관람했다.
막심 고리키(Maxim Gorky, 1868~1936)는, 그의 아버지의 이름인 Максим(최대라는 뜻)에 Горький(힘들다, 쓰다라는 뜻의 형용사)를 붙여서 만든 필명으로 ‘최고의 고통’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이 필명으로 그는 여러 작품들을 발표함으로서 인간의 또 하나의 고통을 그려 내었다.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뻬쉬꼬프(Алексей Максимович Пешков)라는 본명을 가진 막심 고리키는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기선회사에 다니던 가난한 목공의 아들로 태어나, 3살 되던 해 부친이 사망하자 외조부 밑에서 성장하게 되나, 11세부터 생활을 꾸려 나가기 위해 심부름꾼, 접시닦이, 부두 노동일을 하며 가혹한 삶의 현실을 체험한다. 그러면서도 왕성한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많은 독서를 했으며, 16세에는 카잔 대학에 입학하려 했으나, 입학이 좌절되자 마르크스주의 서적에 친숙하게 되었고, 나로드니끼 혁명 사상에 눈뜨게 된다. 1887년에는 권총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나 미수에 그치고, 1991년 방랑길에 올라 전국 각지를 떠돌며, 민중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때 인민파의 혁명가들과 접촉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되고, 그 후 경찰의 감시를 줄곧 받게 된다. 전통적인 러시아의 구시대적 리얼리즘과 혁명 이후에 정착되게 될 사회주의 리얼리즘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았던 고리끼는 1892년 『마까르 추드라 Макар Чудра;1892』로 문단에 처음 등장하게 된다. 그 이후 『첼카쉬 Челкаш;1895』, 『바다제비의 노래 Песня о Буревестнике;1901』, 『밑바닥에서 На Дне;1902』, 『적 раги;1906』, 『어머니 Мать;1906』, 『끌림 삼긴의 생애 Жизнь Клима Самгина;1935~1936』가 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출현을 고리키의 『어머니』와 연관시켜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막심 고리키가 1902년에 발표한 희곡인 『밑바닥에서』는 더럽고 어두운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19세기와 20세기의 경계에서, 1890년대 러시아의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과, 경제 공황 등으로 사회 밑바닥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던 때에. 도둑, 사기꾼, 알콜 중독자, 성공하고 싶어 하는 자물쇠 공, 기적을 기다리는 이 등 여러 인물의 다면적 대화를 통해 이념적 긴장감을 보여 주고 있다.
연출가 송현옥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을 만들면서 자랐다.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을 모아 연극을 만든 것은 시작이었다. 중학교 땐 극작과 동시에 연기도 했다. 또한, 고려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해 드라마를 전공하며 동시에 영어연극반에서 연극을 했다. 연극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었기에 고려대학원 영문학 박사학위까지 수료했다. 연극평론과 드라마투르기로 연극계에 데뷔했고, 결국 직접 연극을 하고 싶다는 갈증에 연출을 하게 됐다. 2002년 처음 연출을 시작했으며, 2008년 극단 물결을 창단해 대표가 됐다. 여기에 세종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엔 무용과 연극이 결합한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인 PADAF의 공동운영위원장까지 맡았다.
송현옥 교수는 이런 열정을 인정받아 최근 많은 곳에서 상을 받았다. 2013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에서 '제33회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연극부문)'을 받았다.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에서 '햄릿, 여자의 아들'로 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무용학회에서 공연예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무대는 정면 상수 쪽에 내려오는 계단이 있어 지하에 있는 창고 같은 느낌이다. 천정에는 여기저기 일곱 군데 철고리가 끝에 달린 철 줄이 늘어뜨려져 있고, 바닥에는 각목으로 만든 입체로 된 사각의 크고 작은 조형물 여섯 개가 여기저기 놓이고 후에 입체 조형물 한 개가 추가된다. 의상은 젊은 남성출연자는 검은 작업복 느낌의 의상을 착용하고, 여성출연자는 붉은 치마에 갈색 티셔츠를 입거나 흰색 블라우스를 착용하고 등장하고, 모두 작업장 인부들 같은 느낌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작달막한 남성노인은 중절모에 회색조의 정장과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고, 이 지하 작업장의 여주인인 듯싶은 출연자는 붉은색 원피스를 착용하고 남자주인은 감색계열의 의상에 사각의 입체조형물 속에 상반신을 넣은 채 등장한다. 후반부에서는 상수 쪽 계단을 중앙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연극은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인부들 같기도 하고, 수용소에 감금된 죄수 같기도 한 인물들이 짧은 대사와 무용과 체조가 병행된 신체언어에 사각으로 된 입체 조형물을 동 선 설정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극을 전개시킨다. 배우출신의 수용자가 햄릿 3막 1장의 명 독백을 잠시 읊조리고, 무용가인 듯싶은 여인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자신인 것처럼 부르짖고,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가 백색계열의 원피스차림으로 등장해 앳된 모습으로 연기를 펼치고, 남자출연자들은 상의를 벗어던지고 상체를 들어낸 채 자신의 내력과 성격을 표현하고, 여주인은 한쪽 발에만 빨간색 구두를 신고 절뚝거리며 계단에서 내려와 수용된 사람들을 노예 다루듯 다그친다. 그러나 한 남자 수용인과 정분을 통하기도 한다. 그 때 여인의 남편이 사각의 조형물 속에 상체를 밀어 넣은 채 등장해 아내를 찾아 등장하고 수용 인들을 닦달한다. 극은 주인이나 수용인 들이나 새로운 삶이나 희망의 빛은 차단된 느낌이고, 현실자체가 탈출구가 없는 감옥이나 지옥 속에서 생활하는 절망적인 인물들처럼 느껴지고 스스로를 그렇게 묘사하며 또 그렇게 표현한다. 여기에 순례자인 듯싶은 노신사가 등장해 이들에게 희망과 한줄기 빛을 주려 노력한다. 수용자들은 순례자의 이야기에 애써 귀를 기울이기도 하지만 어둠속 같은 현실은 변화가 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안나 카레니라라고 외치던 여인은 자결을 하고, 모든 수용인은 제정러시아 말기의 밑바닥 인생처럼 제각기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타는 목마름으로 안타깝게 기다리는 장면에서 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 연극이 발표되었을 당시 제정러시아의 공연금지목록 1순위에 꼽힌 것에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비에트공화국으로 체제가 바뀐 후에는 장기공연물 1위로 부상한 작품이다.
이경열, 김희선, 유화현, 오주원, 이영은, 권정택, 김승은, 안성열, 양예슬, 정구민, 이승민 등 출연자 전원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신체언어극적 표현은 연극의 도입부터 관객을 몰입시키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 가두현, 홍보기획 도상란, 행사기획 이애리, 기획 박인용, 기획 장성은, 드라마트루기 김유진, 안무 이영찬, 무대감독 나현민, 조명감독 정진철, 조연출 김지현 김정호, 제작감독 김상진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극에 형상화되어, 극단 물결의 창립 10주년기념공연 막심 고리키 작, 송현옥 각색 연출의 <밑바닥에서>를 연출가의 창의적 기량과 출연자의 혼신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능가하는 신표현주의 신체 언어 물결 극으로 탄생시켰다.
9월 6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