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서강대학교 교목처 미사 강론)
우리는 미사 안에서 우리 자신을 준비하는 여러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입당 때 우리는 함께 모인 가운데 일치를 이루고 미사 축제에 온전히 참여하기 위해 마음을 ‘준비’합니다. 곧 있게 될 봉헌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예물 준비’라고 부르는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거행되는 성찬 전례에서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할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 순간에 함께 있는 우리 각자의 마음을 ‘준비’합니다. 영성체 예식 때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는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기를, 예수님의 거룩한 몸이 우리가 살아갈 양식이 되기를, 우리 죄의 용서를, 그리고 악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기를 함께 청합니다. 이어서 평화의 인사를 통해 이 미사에 함께하는 이들과의 친교와 사랑, 나아가 교회와 세상 전체의 평화를 함께 청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미사에서의 이 모든 순간은 우리가 세상에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기 위한 또다른 ‘준비’입니다. 하느님과의 일치, 지금 여기 함께 모인 이들과의 친교 안에서 우리는 복음을 세상에 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사도들만의, 혹은 성직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각자, 그리고 이 신앙 공동체에 맡겨진 예수님의 사명이지요. 그렇게 우리는 우리 삶의 현장으로 파견되어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여정은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그 순간을 위한 ‘준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온전히 뵙게 될 그 순간, 모두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함께 기뻐하기 위한 준비인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이 올 때까지 깨어 기다리는 종들의 모습을 말씀하십니다. 앞에서 길게 언급한 미사 안에서의 준비는 종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준비의 시간들은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은총을 체험하는 시간들이지요. 우리가 믿는 참생명의 하느님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이 순간을 또한 온전히 기뻐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오늘 거행되는 이 미사 안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쁨과 희망이 미사 안에서만 체험하는 것을 넘어, 미사 안에서 힘을 얻고 나아가게 될 우리 삶에서 기쁨과 희망이 될 수 있기를 청하며 이어지는 성찬 전례를 경건한 마음으로 함께 준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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