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아주 많이 늦어졌군요...
연재중도 아니고 다 써놓은 옛글을 가지고 이렇게 질질 끄는 본인의 심보...
저도 헤아릴수가 없습니다..ㅡㅡ;;;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구요....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죄송스럽습니다...
다음에 하편만 올리면 이건 엔딩이군요...
추억님 어디선가 보셨다구요?~
레드드래곤의 끝없는 이야기 라는 소설방에서 보신건 아닌지...^ ^
아님 서기회에 올린적이 있는데 그때 보셨나?~^ ^;;
요즘은 컴을 하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죽으나 사나 서기회인인 저로서는 컴을 켜도 할것이 없네요.
소설을 열시히 쓰고 있는 중이라면 타자라도 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빨리 아르바이트라도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소문인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태지가 다시 돌아올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사정없이 드는군요.
오기전에 빚 청산도 하고 자금도 마련해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쨌거나 우리 모두 아자아자~!!!해피하게 삽시다!!
꼭 감았던 태지의 두눈이 조심스레 뜨였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다. 태지는 감은 눈을 떴을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침대 밑으로 기어갔다.그리곤 한참을 숨죽여 창밖을 응시했다. 떨리던
태지의 두 손이 차츰 멎어가고 있다.
시진이의 편지로 향하는 그의 손이 희미하게 떨림의 여운을 느끼게 했다.
우리를 찾아온 당신의 모습이 야위어감을 느꼈습니다.
세상 어느 하늘 아래서인가 당신의 목숨같은 음악을 꺼내들고 온 당신은 참으로 야위어 있었
습니다.무척이나 초조한 모습이었습니다.
왜 그러해야만 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왜 그토록 당신이 조바심 가득한 얼굴이어야 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젠....조금이나마 자라난 생각으로 당신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을, 많이 가슴 아파하셨을 당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져 갔던 당신의 속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고,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당신이 흘리셨을 숱한 땀방울을, 무수한 눈물자욱
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이기 때문에 괴로워하셨음을 알게 되었습니
다.
그러나 기억해 주세요. 신으로부터 전해받은 당신의 능력은 무한함을...
그렇게 서두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지난날....당신의 작업실에서 쌓아왔던 숱한 불멸의 밤을 가벼이 털어버리셔야 할때가 왔음
을...기억해 주세요..
그대...숱한 이들의 발걸음과 눈물, 한숨, 그리움이 뒤섞인 그 골목길을 기억하십니까?
눈만 감으면 귓가를 맴도는 보고픈 이의 음성을 애써 접어둘 수 밖에 없었던 당신.
당신에게 부담이 될 줄 알면서도 새벽녘이 되어서야 발걸음을 돌리던 우리..
그곳에는 당신과 우리만이 느끼는...손 마디마디가 저리고 가슴이 욱죄여오는 슬픈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저앉아 눈물을 뿌릴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애틋한 마음이 있었습
니다. 커텐 너머로 손에 잡힐 듯한 우리의 간절함을 바라보던 당신의 젖은 눈망울이 있었습니
다.하지만 우린....
스쳐지나가는 당신의 옷깃이 따스했음에 일어설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향한 당신의 두눈이 맑았음에 웃을수 있었습니다.
수줍은 듯이 우리를 향하는 당신의 미소가 있었음에 사랑을 이야기 할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이름 석자에 맺힌 무수한 고뇌의 시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비할수 없는 서로에 대한 크나큰 사랑이 당신의 이름에 어려있음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가슴 가득히 조여오던 벽 하나가 허물어져 내리는 것 같다. 미국의 생활을 더욱 힘들게 했던
한국에서의 기억..떠올리고 싶지 않앗던 그 일이 생각날때마다 숨이 막혀오는 듯한 괴로움의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머릿속을 마구 휘젖고 다니는 아픈 기억들로 가슴 반쪽을 늘 저당잡힌
채 살았던 태지...이제 그 가슴 한켠에 꽉 들어서고 있던 벽 하나가 허물어졌다.
태지는 비로서 조급은 편해졌다.
"여보~다 씻엇어요?"
"........."
"하하하...쿡쿡.."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양군의 얼굴..주노형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뻗엇었지 아마?
93마지막 축제 테잎을 연달아 3번이나 보고 있는 태지
동그라니 누구 말대로 토마토 같은 머리를 하고 알록달록한 색색깔의 옷을 입고서
현석과 주노 사이를 뛰어다니는 본인의 모습이 재미있는 모양이다.킬킬대는걸 보니...
"현철아, 전화 왔다~현석이 받아보렴.."
"네..이모.가요."
비디오를 정지시켜 놓고 빠르게 수화기를 들었다...우리 태지가.....
"어, 현석이냐?"
"그래..나다. 너 이자식. 안죽었네?ㅡㅡ;;이 형님한테 안부나 좀 전하고 그러지 이 바쁜 몸이
365일 내내 빈둥거리는 너한테 전화해야겠냐?나쁜 노므...머하고 지내니?"
"그냥...아!너보고있었다.여보~다 씻었어요?그거..."
"하하~그거 언제꺼지? 93년껀가?아-그때 좋았지..꽃다운 나이...파릇파릇하잖냐...또 형도
있었고 너도 있었고 우리 애들도..."
"그래 그랬었지..........."
잔잔히 퍼지는 태지의 옅은 미소...
"야-너 사내자식이 찔끔대고 있냐? 우하하~울지?안봐도 훤해~"
"아냐~울긴...왜, 왜 전화했어?"
"어? 아! 나 공항이다. 빨리나와~"
"...뭐?.."
얼굴이 빨개진채 멍해진 태지..
'....미국이라고?....'
"태지~여기야, 여기.."
"헤이, 양군..오랜만이네..갑자기 왠일이야?"
"우리 보고픈 태지씨 찾아 이 머나먼 미국땅까지 왔지 잉~"
"......."
"농담이야~임마.."
잽싸게 태지의 뒷통수로 향하는 양군의 손..
"윽, 형은 맨날.."
"어, 너 방금 형이라 그랬지? 한번만 더 해봐라. 얼른 형이라고 해봐."
"내가 언제~"
현석은 한 팔로 태지의 목을 감고서 계속 장난을 쳐댔다. 지나가던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두
사람을 흴끔흴끔 쳐다보며 지나쳐갔다. 한참을 그러고 섰던 현석이..
"야, 가자."
"어디?"
"어디긴...너희집!!"
'우리집?..'
"우와~람보르기니네..너 이 차 언제 산거야?사고 싶다더니 소원성취 했구나. 야! 이 형아가
운전한다. 알겠지?"
"이거 이모부껀데..고장나도 난 모른다."
"이 형 운전솜씨 끝내주는거 알잖아."
"음-주노형이 더 잘하는데.."
이때 째려보는 현석.
"뭐-난 모른다고...너 마음대로 해라. 나 다치면 우리 애들한테 너만 혼날테니까.."
싱긋이 웃어보이는 태지.
"어쭈~이 자식이 협박을..야!타"
바람이 꽤나 상쾌하다고 느끼는 두 사람이다. 한참을 달려서야 도착한 도심 근교의 한적한 태
지 이모댁.
태지와 현석은 차에서 내려 현관으로 걸어갔다.
"여기구나-짜식 좋은데서 살고 있네."
"흠-나 서크루진거 몰랐어? 한푼 두푼 모은걸로 샀다. 왜?"
"어~그래? 이 짠돌이.."
현석은 태지의 가슴을 툭하니 쳤다.
"아..."
외마디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태지. 잔뜻 웅크리고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석은 당황
하기 시작했다.
"괜, 괜찮아? 많이 아퍼?어?"
한참을 가만히 있던 태지가 재빨리 현석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는 깔깔대며 집안으로 사라졌
다.
"...태지..이 자식..좋아보이네..녀석...걱정이나 시키고..."
집으로 뛰어가는 태지를 보며 현석이 중얼거렸다. 괜히 눈가가 붉어지는 것 같아 현석은 옷
소매로 얼굴을 쓱 문질렀다. 그리곤 그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층에서 내려오시던 이모님은 현석이를 보고는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모님, 안녕하셨어요? 양군 왔습니다. 저 많이 보고싶었죠?"
"아유, 그래.현석이 정말 오랜만이구나..온김에 현철이랑 여행도 다니고 좀 오래 있으렴....
현철이 옆방에 청소 해놨으니까 거기에 짐 풀고...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이모님..이녀석 확실히 교육시키고 갈께요."
태지는 짐을 들고 이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현석을 두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들려오는 태지의 목소리..
"빨리와~양군."
"어ㅡ간다 가."
현석은 이층으로 올라갔다. 태지가 나란히 나란히 있는 두개의 방중에서 첫번째 방문을 열자
하늘색 벽지가 둘러져 있는 아담한 방이 나왔다.
"여기야, 짐풀고 이층에도 욕실 있으니까 씻고...내 방은 바로 옆. 알지?"
"어허-어딜 그냥 가려고? 태지이~~짐 푸는거 도와줘."
"............."
"하하..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잖아."
"알았어~"
태지는 현석의 커다란 가방을 열었다.
"이런건 머하러 가져왔냐?"
현석의 가방 맨 위에 있던 네모난 상자를 침대위에 휙 던지며 태지가 말했다.
"어 그거 니꺼야. 어머님이 전해달라는데?"
"그래?"
"편지라고 그러는거 같던데..."
현석은 가방에서 옷가지를 꺼내다 태지가 떠올리는 미소를 보며 조금은 의아하다고 생각했
다. 잠시 상자에 머물러 있던 태지의 두눈이 다시 현석의 가방으로 향했다.
"야-너 이건 머하려구?"
"머하긴.."
"너 혹시..."
"혹시는....내일 스노보드 타러 가자."
"안돼~"
"안돼긴...이형이 가면 무조건 간다. 알겠지?"
"..난 안가.."
"에이~~태지~~이 엉아 소원 한번만 들어주라~"
"넌 나보러 온게 아니라 스노보드 타러 왔냐?"
"헤헤~한번만..."
"...생각해보고..."
현석은 승리의 웃음을 자신있게 지어보였다.
"뭐 먹을래? 배 안고파?"
"비행기에서 먹었어 하늘을 날아왔더니 좀 피곤하네. 잘꺼야. 내일 스노보드도 타러 가야
되고.."
"....몰라..너 맘대로 해.."
태지는 삐죽이 입술을 내밀어 보이고는 현석의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짐정리를 끝낸 현석은 침대에 누웠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움아~"
크게 기지개를 켜며 현석은 몸을 일으켰다. 커텐이 쳐 있지 않은 탓에 온 방이 대낮처럼 환해
진 양군의 방..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를 지나고 있었다.
'씻지도 않고 자 버렸네. 욕실이 어디라고 했더라?'
현석은 방을 나와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태지의 방으로 성큼 걸어간 현석.
"태지야, 아직 자니?"
"......................"
현석이 살짝 문을 열자 자신의 방과 똑같이 하늘색 벽지에 둘러싸인 태지의 방이 나왔다.
우리 태지는....이어폰을 꼽고 눈을 감은채 앉아 있었다. 창으로 쏟아진 하늘의 빛을 올올이
맞으며 마치 그림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현석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한동안 바라만
봤다. 음악이 존재하고 그 만이 존재하는 그 세계에 현석은 침범할 수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
곳은 태지만의 세계였다. 이윽고 태지의 하얀손이 놓여진 흰 종이위로 향하고 오선지위에 그
의 음악이 펼쳐졌다....세상은 빛나기 시작한다...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온 현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게 너야...서태지..너라구..."
"현철아, 밥 먹어라고 이모가 그러시던데?"
태지의 방문을 벌컥 열며 현석이 말했다. 태지는 아침운동을 끝내고 들어와서는 또 음악속에
빠져 있었다. 현석은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로 걸어갔다.
"어? 너 지금 머해?...다시 음악 시작하기로 한거야? 어디보자 몇곡이나 썼어?"
"아, 아니야, 보지 말라니깐-"
"왜~좀만 보자. 조금만.."
태지는 귀밑까지 빨개진채 현석에게서 얼른 악보를 뺏어 침대 밑으로 던졌다. 단호한 태지의
얼굴에 현석은 포기를 해버렸다. 그리고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어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 옛날에도 그랬어. 머든 혼자 다하고...혼자 힘들어하고..."
".............."
"야-배 고프지 않니? 밥 먹으러 가자."
현석이 태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빠르게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가 혹시나 미안해 할까봐 괜
한 장난까지 쳐대며...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어요? 이모 힘드셨겠네요."
"우리 현석이가 왔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어서 앉아서 먹어. 현철이도."
"잘 먹겠습니다."
현석은 넙죽 인사를 하며 식탁에 앉았다.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니?"
"괜찮았어요. 저야 머 그런거 안가리잖아요."
"오늘은 멀 할꺼니?여기 구경도 좀 해야지."
"아니예요. 스노보드 타러 갈꺼예요. 그치 태지야?"
"...난 간다고는 안했어."
"에이~그말이 그말이지."
잠시 생각을 하던 태지는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싫어."
"아니, 배신을..이모님...얘가 이래요. 오랜만에 만난 이 형 소원도 안 들어주고 이렇게 구박
을..."
현철아 다녀오지 그러니..이렇게 가고 싶다 그러는데..현석이가 자주 오는것도 아니고..응?"
"...........알았어요. 다녀올께요.."
"하하하.자식-진작에 그럴 것이지."
왠지 두 사람에게 속은 듯한 기분의 태지이다.
"태지 뭐해?"
열려진 방문 사이로 태지가 차분히 앉아 짐을 챙기는 것이 보였다.
'귀여운 짜식-'
현석은 슬그머니 태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내가 도와줄께."
"....됐어..."
"야. 삐졌냐? 사내자식이 삐지긴..."
"내가 뭘?"
"너 스노보드 타는거 좋아했잖아. 근데 왜 그러니?"
"...그냥 할 일이 있어서.."
"...뭐?..."
"..........."
"음악? 꼭 여기서만 음악하는거 아니잖아. 여행도 다니고 그러면서 경험도 쌓고...너무 갇혀진
생활만 한다고 팬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는데...너 자꾸 애들 걱정 시킬꺼야?"
팬이란 말에 태지의 표정이 바뀐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역시 팬들한텐 꼼짝 못하는구나 싶어서 현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 주노형도 올꺼야. 기다리고 있을껄.."
"................?.."
"야-왜 때려?"
태지에게서 뒷통수 공격을 받은 현석이 도끼눈을 하며 말했다.
"사람 놀랬킨 벌이다. 왜?"
"형~여기야 여기"
멀리서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주노를 보고 현석이가 반가운 마음에 연신 불러댔다.주노는
그간 기회가 많았는지 제법 늘어난 솜씨를 보이며 두 사람 앞에 멈춰섰다.
"휴~왜 이렇게 늦었니?"
"태지 이녀석 때문에 ...도통 말을 들어야지."
"태지가 왜?"
"안 온다거 버팅기잖아요. 짜식이.."
"왔으니 됐지 머...잘 있었어?"
"네...형도 잘 지냈죠?"
나야 물론 잘 있었지. 얼른 옷 갈아 입고 와라. 올라가 있을테니까.."
"O.K. 가자 태지야"
현석은 태지를 잡아끌며 숙소로 뛰어갔다. 주노는 그 둘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현석과 태지가 점보다 작아져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형"
돌아보니 스노보드복을 차려 입은 현석과 태지가 상기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야 누가 이길꺼 같니?"
"....네?..."
"진 사람이 저녁 사기다."
그 말과 동시에 주노는 보드를 타고 눈길을 가로질러 내려갔다.
"앗~비겁해 형-기다리라니깐.."
승부욕이 강한 현석이 주노를 뒤따라 빠르게 조드에 두 발을 올렸다. 한동안 가만히 섰던 태
지는 두 사람이 꽤나 멀어져서야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문득 태지는 생각했다.
'녀석들이 나 스노보드 타는거 좋아했었는데...'
현석과 주노가 서있는 곳까지 내려오는 동안 태지는 그토록 좋아했던 스노보드의 스릴감도,
가려진 자신의 모습에서 오는 안도감과 또 자유스러움도 느끼지 못했다. 뺨을 스치는 싱그러
운 바람도 내리쬐는 태양에 반사된 하야디 하얀 눈의 아름다움에도 태지는 무감각해졌다.
태지는....녀석들이 보고싶었다.
태지의 맑은 두눈이 그리움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야~태지한테 밥을 얻어먹다니 이거 신문에 날 일인데..."
"그러게 말이야.이제 지갑도 있고..."
"......옛날과 다르니깐.........."
"그렇긴 하지.....이제 서태지와 아이들은 없으니까.....
현석과 태지는 차분하개 말을 이어가는 주노를 바라봤다.
.....다만 나, 서태지, 양현석이 남았을 뿐이지. 하나에서 셋이 됐다는 사실밖에..."
"...........!............"
"춥다. 얼른 들어가자."
"형, 왜 방 하나만 잡았어요?"
"요즘 시즌인거 알잖아. 그래도 침대는 세개잖아 짜식.."
매일마다 태지의 뒷통수를 쳐다보기만 했던 현석이 맏형인 주모에게 보기좋게 당했다. 우물우
물 속으로만 삼키는 현석. 맏형의 위력은 그만큼 큰 모양이다..
세명이 들어선 호텔방은 제법 큼직해 보였다. 급히 나가느라 어질러 놓은 태지와 현석의 짐들
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주섬주섬 짐정리를 하는 사이 주노는 욕실로 들어가고 그렇게 그날
저녁은 저물어 갔다. 세 사람은 이상하게도 말이 없었다.
'.....어? 태지...............!'
태지가 없다. 어젯밤 늦게서야 잠이 들었던 현석이지만 이르게 떠졌었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태지의 침대가 비어 있는 것이다. 서둘러 옷을 챙겨입은 현석이 밖으로 나갔다.
'태지 이 자식, 어딜 간거지? 날씨도 추운데....'
차가운 바람에 현석은 열려진 옷섶을 여미며 태지를 찾기 시작했다. 멀리 벤치에 앉아있는 태
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현석의 눈에 보였다.
태지는...움직이지 않은채 소복이 쌓인 눈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새 쌓인 눈으로, 걸어가는
현석의 발자욱마다 눈 특유의 소리가 났지만 태지는 돌아보지도 않은채 그저 펼쳐진 설원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대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드는 가슴 저리는 풍경이
었지만 더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앉아, 형.............."
태지는 지극히 낮은 음성에 현석은 약간은 놀라며 태지의 옆에 앉았다.
현석이 태지의 얼굴을 조심스레 살폈다. 파리하게 얼어붙은 얼굴, 이상스럽게 빛이 가득한
두 눈, 새하얀 눈과 대조되는 빨간 입술. 현석은 묘하게도 태지가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말이 없던 현석이 침묵의 시간을 깨뜨렸다.
"...................너..........안 돌아올거니?................."
"......................................................................."
조금은 성급한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현석이지만 더이상 담아두기만 할수도 없
는 말이었다.
"....................................................................."
"......................왜 그런걸 묻지?........................"
예상외에 냉담한 반응에 현석은 말문이 막혔다.
"....................................................................."
"....................................................................."
기나긴 침묵이었다.
"...............넌...........잊고 살지 몰라도.......우리 애들은...........너 못잊어.........니가.......
그렇게 만들었어......................"
현석은 띄엄띄엄 그리고 힘겹게 말을 토해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로 향하려는 현석의
등뒤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태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녀석들........버리고 떠났었는데...................나 때뫼 그렇게.............
그렇게 많이 힘들었는데...........그 사랑을......이렇게 저버리고...................못난 나를........
..날..........용..서......해 줄까?..."
태지의 두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애처롭게 매달렸다..
".......너만 있음 돼. 아무것도 필요없어. 그저 너만 있음 된다고....녀석들한텐..............한 순
간도 너를 원망해본 적이 없을꺼야.......니가.............니가...그런 생각할까봐 녀석들이 얼마
나 미안해 했는데......우리 애들은.......그런 녀석들이야..........그래서.................그냥 둘 수
도 없잖아.....바보처럼 우리밖에 모르는 녀석들.............."
현석이 땅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하늘의 별이 세상속으로 소리없이 떨어져 내렸다.조용히 흐
느끼는 태지를 따뜻이 감싸아는 손길..세상이 푸른빛으로 밝혀졌다..
[어쩌다 너의 길이 힘겨워 걷다가 지칠땐 주저앉아 잠시 울어...다시 만날땐 너를 꼭 안아주
겠어...........]
어제와 다른 하늘의 문이 열렸다.
9시가 되어서야 일어난 주노가 12시가 넘도록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두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녀석들, 뭘 한거야? 둘이 새벽녘에 없어지더니...나몰래 어디를 다녀온거지? 휴...! 배고프다'
"야-너희들 안 일어날꺼야?"
참다못한 주노가 두사람의 이불을 걷어내며 소리쳤다.졸린 눈으로 일어나 앉은 태지가 눈을
비비며 주노에게 웅얼거리듯 말했다.
"...형...좀 만 더요...좀만..."
이불을 돌돌 말아 쥐고선 다시 쓰러지듯 잠든 태지.
"그래....나도 모르겠다. 자라 자.."
태지와 현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건 2시가 넘어서였다.
주노는 무료하게 TV만 쳐다보고 있었다.
"형, 몇시예요?"
"...........2시 17분...52초......이자식들~"
벌떡 일어난 주노는 양군의 침대로 뛰어가서 빠르게 일격을 가하고는 아직 눈도 뜨지 못한 태
지에게 올라타서 목을 졸라댔다.
"형~한번만 봐줘~"
태지는 눈물마저 쏟아낼 기세다. 그제서야 태지의 목을 자유롭게 해준 주노는....
"야, 빨리 씻어. 밥 먹으러 가자."
"아직 안 먹었어요? 2시 넘었는데...."
".......어..........."
"아~그래서 화났구나..?..형은 끼니 거르는거 젤루 싫어하잖아. 그치? 양군."
"음-아무래도 그 이유 때문이겠지?...밥..."
그리고는 주노가 던지는 베게를 피해 현석과 태지는 욕실로 뛰어갔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는 주노를 향해 웃어보이던 태지는 이내 다시 욕실로 들어갔고 둘이서 토닥거리는 소리가 들
렸다. 세면대를 먼저 쓰겠다고 다투는거 같다. 투덜대는게 주노에게까지 들리는걸 보니 아무
래도 현석이 진 모양이다.
호텔 지하에 마련된 레스토랑에 내려간 세명. 그럴듯해 보이는걸 시켜놓긴 했는데......느끼한
것이 영 입맛이 당가지 않는다.
"김치 먹고 싶어...형"
"......미 투...."
아깝다고 우겨대는 현석때문에 꾸역꾸역 그릇을 비워내긴 했지만 셋은 그만 뻗어버렸다. 결
국 그날은 스노보드는 커녕 자리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태지, 주노, 현석이었다.
다음날 날이 밝기도 전에 리프트를 타고 산정상으로 오른 세 사람.
어제의 그 시간이 아무래도 억울한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타자고 다짐에 다짐을 더하
고서 이렇듯 비장한 마음으로 서있는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자니 왠지 가슴이 설레이는 것 같았다. 처음 스노보드를 알았을 때처럼
기분좋게 가사를 써내려 갈때처럼 그렇게 가슴이 울렁였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전 느
껴보았던 그 감동이 연신 태지의 생각들을 자극했다.
-Free Style이다.-
밤새 잘 다듬어진 눈은 이제 막 떠오른 아침햇살을 가득 머금고는 반짝여댔다. 저 멀리 영롱
한 이슬을 담은 촉촉한 하늘은....새파란 빛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 태지가 제일 먼저 산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태지처럼 아침일찍부터 스노보드를 즐기고자
산 정상에 섰던 사람들이 하나둘 태지를 지나쳐 갔다.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유현한 바람이 태지를 휘감아 내렸다.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보드
에 패여 사방으로 흩날리던 눈발이.......태지의 가슴을 뒤덮고.......세상을 뒤덮고.......새하얗
게 쌓여갔다.
...세상은 눈부시게...빛나고...있어..
"이야~태지야 언제 이렇게 스노보드 탄거야? 실력 무지 늘었는데?"
"글쎄...기본 실력이겠지? 운동 신경 없는 누구누구와는 다르니까..."
"뭐? 이 자식이-거기 안서?"
주노는 도망가는 태지를 쫓아 뛰어갔고 현석은 눈을 뭉쳐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 태지를 향해
던졌다.
"하~차가워..."
이번엔 태지가 현석의 윗옷속에 눈뭉치를 집어 넣으며 웃어댔다.
"어때? 가슴 속까지 시원하지? 하하하~쿡쿡- 너 표정 진짜 웃긴거 알어? 주노형~사진기. 사
진기 없어? 하하."
"태지야~이것 좀 봐."
"...네?..."
퍽.주노가 던진 눈덩이에 태지가 정통으로 맞았다.
"양군~내가 복수했어. 나 잘했지잉~?"
주노와 현석은 죽죽이 척척 맞았다.
"잉~형은 맨날 나만 미워하고...다 일러줄꺼야. 울 애들한테....정말 다 이를꺼야.잉~"
태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일어날 생각도 않고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야~삐졌어? 장난이었잖아.태지야-장난이라니깐..."
현석과 주노는 슬그머니 태지의 옆에 앉아 눈치를 살폈다.
"정말....나쁘다니깐....."
태지는 어느새 큼지막하게 뭉친 눈덩이를 두사람의 얼굴에 던지고는 깔깔대며 웃다가 쓰러지
듯 누워버렸다.
"윽-내가 방심했어. 태지 이자식한테 또 속다니..양군 눈치도 녹슬었군..."
현석이 태지의 옆에 벌렁 드러누우며 말했다. 그 둘을 바라보던 주노는 가만히 눈 위에 걸터
앉았다. 이제 완연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태양이 어디선가 불어온 시린 바람을 집어 삼키고는
세사람에게 달려들었다.
....눈이 부시다....
한동안 말이 없던 세명의 시선이 교차됐다.
"................"
"태지야....."
"...네?.."
"...왜 현석이가 너한테 가고....또 이곳까지 널 데려왔는지 아니?..."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봐...내가 너무 지쳐 보여서....걱정되서..온거잖아요."
"....그래.......네가 사라져 버릴까봐....어느 순간 꿈처럼 사라져 버릴까봐...그래, 그랬었어....
네가 너무 무거운 짐을 들고서 힘에 겨워하는거 같아서......그러지 말라고....다시 시작해보라
고........너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라도......그 말 해주고 싶었어....."
"...........알고 있어요....고마워요....두사람 다......"
점점 잦아들어가는 태지의 목소리..
카페 게시글
태지소설&
너희가 소망이 되어....<중편입니다..^ ^;;>
카리스마태지
추천 0
조회 49
02.05.18 01:45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