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으로 복음 전하는 다섯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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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기 초 제작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예언자들’. 왼쪽이 호세아, 오른쪽이 다윗이다. 2m를 넘는 대형 작품이다. |
“스테인드글라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하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여러 가지 다채로운 색의 유리들이 어우러져 있는 창을 생각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이나 샤르트르대성당의 화려한 장미창을 멀리서 바라보며 ‘참으로 아름다운 보랏빛이 표현되었구나!’ 하며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작품에 사용된 색은 세 가지에서 최대 다섯 가지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것도 주로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색들이 서로 인접해 반응하며 만들어낸 것이 우리 눈에 다채로운 색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느끼는 보라색은 인상주의 점묘 회화처럼 푸른색과 붉은색이 빛의 작용으로 혼합 인지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 감상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성당의 ‘예언자들’ 역시 몇 가지 안 되는 색을 사용했음에도 전혀 단조로움이 느껴지지 않고 보색을 나란히 배치하면서 과함이 없이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듯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색의 조화와 흐름을 잡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성당의 ‘예언자들’은 현재 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다만 다섯 예언자상 중 모세는 원본이 소실돼 16세기에 새로이 제작되어 설치됐다. 12세기 초 제작된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예언자들’은 지난주에 함께 감상했던 ‘예수의 얼굴’처럼 좌우대칭의 안면 묘사에 정면을 응시하며 위엄 있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섯 명의 인물은 요나, 모세, 다니엘, 호세아, 다윗이며 각 인물상이 누구인지는 작품 상단 아치를 따라 표기된 이름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각 패널을 에워싸고 있는 널찍한 프레임과 인물상이 밟고 있는 식물 문양은 12세기 스테인드글라스의 테두리 장식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표현들을 보여준다.
각 상이 2m가 넘는 ‘예언자들’은 등신대보다 큰 규모로 제작되었지만, 성당의 가장 높은 창에 설치되어 있어 실제로 웅장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2012년에는 독일 데릭스 스튜디오(Derix Studio)에서 보수복원 작업을 거쳐 한결 정돈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예언자들’ 중 호세아와 다윗은 나란히 서 있으면서 붉은색과 초록색의 사용 면적을 서로 달리 사용해 상호 교차하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각 부분에 사용된 색들이 최대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인접 색을 배치해가는 섬세함은 중세의 뛰어난 색채 감각을 보이는 것이다. 호세아의 백발과 흰 수염이 배경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부분적으로 푸른색 배경을 처리한 것이나, 모자와 구두 색을 각각 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통일한 표현에서 당시 장인의 위트가 느껴지기도 한다.
중세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세밀히 관찰하면서 주된 색과 인접한 색들과의 상호 작용에 대해 분석하다 보면 결국 스테인드글라스는 빛과 색채의 예술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드러나는 색은 종이나 캔버스에 물감으로 표현된 색과 달리 빛이 직접 유리를 관통하며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렇게 빛과 유리는 어떠한 흠집도 남기지 않고 서로 넘나들면서 우리에게 다섯 예언자의 이미지를 감각적인 색채로써 전달하고 있다. 성당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예언자들의 초월적인 인상은 이 작품이 예언자들 존재를 표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빛과 색으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다섯 예언자 손에서 펼쳐진 두루마리의 말씀이 그들의 존재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