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쯤 전인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Justice'란 책을 번역
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바꾸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다.
나는 끝까지 읽어 보진 않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정의를 정의하진
않았다. 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개.돼지로 취급받는 국민들이
정의를 갈망하는 차원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어느 평론가는
일갈했었다.
오늘 아침 뉴욕 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벽에 회색 테이프로 바나나 한 개를 붙여 놓은 설치미슬 작품이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87억원(620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한다.
경매에 등장한 이 바나나는 뉴욕 현지에서 35센트(한화 약 500원)에
산 것이라고 한다. 낙찰받은 사람은 중국계 가상화폐기업가 저스틴 선
이라고 알려졌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펠란의 것으로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코미디언(Comedian)으로 처음 선 보였다고 한다. 당시
행사장을 방문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벽에
붙은 이 바나나를 떼어 먹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서울
리움미술관에 전시돼 있던 이 작품의 바나나를 떼어먹고 껍질만 붙여
놓았다가 언론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는 바나나라는 사물 자체가 아니라 바나나를 벽에 붙여 놓았다라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개념미술이기 때문에, 작품 소유자는 바나나가 썩으면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한다. 자주 교체한다면 테이프도 바꾸어야 할
모양이다. 살다 보니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네 싶다. 설치미술이니 행위예술
이니 하는 것을 보면 정상이나 상식을 벗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다시 전자국어사전을 들춰 보았다. '예술'을 두들겨 봤더니.
1.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특별한 재료,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공간 예술,시간 예술,종합 예술 따위로 나눌 수 있다.
3.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로 나와 있다. 아래 코미디언 작품은 이 셋중에 어디에 속하는가? 그리고
나는 매일 아침 바나나 한 개를 먹는데 87억씩 깨 먹는 갑부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