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칠순에 ‘당근’을 시작했다, 진짜 요즘 애들을 알게 됐다
조선일보
변희원 기자
입력 2024.01.30.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espresso/2024/01/30/TUF7JV4KQVGVJLASONSJWU7BJM/
※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중고 거래 10~30대 만난 모친
“요즘 애들 듣던 것과 다르더라”
온라인에 편향 정보 넘치지만
현실엔 정직·친절한 청년 많아
새해 첫날 가족 식사에서 어머니는 ‘당근’ 얘기만 했다. 어머니의 당근은 카레에 넣어 먹는 야채가 아니라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지난 한 해 당근에서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두어 번 사고팔았고, 충전기 같은 액세서리를 따로 구하거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 쪽씩 잃어버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계속 이 앱을 이용했단다. 1년에 걸친 어머니의 당근 사용기는 이렇다.
일단 대면 거래만 했다. 첫 거래 상대는 손주뻘인 중학생. 그는 딱 봐도 ‘초짜’ 티가 나는 어머니에게 “물건을 받기 전에 돈을 보내지 말라” “계좌번호를 함부로 알려주지 말라”는 등의 조언을 해줬다. 그 이후 거래자들은 자식보다도 한참 어린 20~30대였다. 한 청년은 어머니에게 “스마트워치를 직접 사용하느냐”고 물었고, 송금 앱으로 돈을 보내자 “이런 것도 쓸 줄 알느냐. 현금 거래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한 거래자는 술에 취한 듯 불콰한 안색으로 비틀비틀 걸어오다가 어머니를 보고 몸을 바로 세운 뒤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당근(중고 거래)하러 나온 할머니를 보고 술이 확 깬 것 같더라”며 어머니가 웃었다.
가장 인상에 남은 거래자는 스마트워치를 판 30대 남성이었다. 그는 “아기를 보는 아내 때문에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며 “기기 사용법을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바로 떴다. 이미 거래가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집으로 가는 길에 스마트워치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냈고, 다음 날 유튜브를 봐도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주겠다고 연락을 했다.
당근에서 10~30대까지 만나본 어머니는 “또래 할머니끼리 모이면 ‘요즘 애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책임감이 없어 믿을 수가 없고 컴퓨터랑 휴대폰만 들여다봐서 대면 관계에 서투르다’고 흉을 본다”며 “내가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당근을 통해 만난 요즘 애들은 예의가 바르고 정직하며 생판 처음 보는 사람도 도와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다들 요즘 애들이랑 말 한마디 안 해보고 하는 얘길 거야.”
어머니가 언급한 ‘또래 할머니들의 모임’과 비슷한 집단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어디에나 있는데, 요새는 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대선이 끝난 후 두세 달에 걸쳐 ‘2022 다시 쓰는 젠더 리포트’라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당시 20~30대 남성이 모인 커뮤니티(이하 남초), 20~30대 여성 전용 커뮤니티(여초)를 들여다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남초와 여초는 각각 ‘젠더 기사에 몰려와서 댓글 쓰는 여자들은 뚱뚱하고 못 생겼다’ ‘한국 남자랑 결혼하면 여자 인생 망한다’ 같은 글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때 궁금했던 것은 남초에선 젠더 기사에 댓글 단 사람이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인지 확인한 것일까, 여초에선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해보고 여자의 인생이 망한다고 단정 짓는 것인가였다. 실제로 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에다 인공지능(AI)까지 있는 요즘, 세상 다 살아본 것만 같고, 세상 모르는 게 없는 것만 같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페이스북을 열면 여행지나 음식의 사진과 동영상이 쏟아지고 연예인·정치인과 같은 유명인이 등장해 다정하게 말도 걸어준다.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은 이미 먹어본 듯 맛있는 것 같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가 이미 가본 듯 환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고, 만나본 적도 없는 유명인이 친구인 양 친밀하다. 이 중 진짜 맛있고, 환상적이고, 친구 같은 것은 얼마나 될까.
어머니는 “애초에 당근에 올라온 사진과 설명이 미덥지 못해 판매자를 만나러 나갔다”고 했다. 당근 앱을 닫은 뒤에야 어머니는 ‘진짜’ 요즘 애들을 알게 됐다.
변희원 기자
밥좀도
2024.01.30 06:03:33
정치가 난잡하고 세상이 어수선해 보여도 아직은 진실, 정의, 양심이 살아 있으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 좋은 소식은 드러나지 않고 나쁜 소식은 과대하게 드러나니 세상이 암담해 보일 뿐이다.
답글작성
26
1
Peacemaker
2024.01.30 06:17:08
대한민국국민은 세계일류다 정치판 쓰레기를 뿐이고 이것들이 편가르고 세대가르고 좌우가르고 나라를 망칠뿐이다
답글2
25
1
anak
2024.01.30 06:09:58
세상은 살만 하다. 아직도(X) 늘(O)
답글작성
14
0
shadowfax
2024.01.30 07:05:43
아무런 직접 경험없이 판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특정지역에서 당근하는 10-30대 중 일부를 잠시 경험하고는 요즘 10-30대를 만나본 것으로 착각하고 판단하는 것 역시... 그 유명한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 하는것과 같은게 아닐까.. 싶다.
답글작성
6
1
천지도
2024.01.30 06:52:04
물론 좋은 애들 참 많치요 하지만 인성없고 자기 중심적이고 편향된 애들도 많답니다 이는 그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했는냐의 결과이지 시대에 따른 인간성은 아니지 않을까요 도로가에 타고 난 모터보드가 나뒹굴고 자전거가 무질서하게 나뒹구는 모습은 어찌보면 우리 어른들의 자화상을 대변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편향된 부모 밑에는 편향된 자식들이 자랐을테니까요
답글작성
4
0
이길화
2024.01.30 07:22:38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가 겪어 본 바로는 남자아이들이 비교적 공간감도 있고 예의바른 청년들이 많은 편에 비해,한국여자들이 드세 졌고 공간 감과 배려가 많이 부족.불필요한 경계감에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만드는 듯. (지공거사가 되어 전철을 주로 이용하면서 본 사회 풍경).
답글작성
2
1
코보
2024.01.30 07:39:16
나도 70중반대 나이지만 몇년 전 부터 당근을 사용한다. 나이들었다고 옛날 방식대로 살면 세상살이에 뒤쳐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도 없고 쓸쓸해 진다. 죽을 때까지 뭐든지 배우려고 노력하며 사는 게 인생살이다.
답글작성
1
0
박대마
2024.01.30 07:36:36
죄아~ㅇ이 시절 사회를 세상을 남녀노소 별의별꼴로 갈라치기해서 망가뜨린 것들을 봉합하고 꿰매는 시절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다르다는것을 알아 가면서 우리 스스로를 알아가는 듯 합니다.~~!!!???
답글작성
1
0
통일반대
2024.01.30 07:19:12
요즘애들 타령하지말고 제대로 키우고 교육시키는것이 우선이다.
답글작성
1
0
토토로로
2024.01.30 08:35:32
한 사람의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이런 기사는 좀 지양합시다.
답글작성
0
0
SeanLee
2024.01.30 08:27:27
똑똑하고 예절 바른 사람들은 당근과 같이 딱 필요한 일만 스마트폰으로 하고, 정신 없는 사람들은 그냥 집구석에 앉아 댓글 달기 삼매경이거나, 사치를 추구하며 SNS에 사진들을 올려 대거나 할거고.
답글작성
0
0
호랭이야
2024.01.30 08:25:41
4류 정치만 빼면 대한민국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나라이다
답글작성
0
0
immortalis
2024.01.30 08:13:26
어머님이 운이 좋으셨네. 인복이 있으셔서 그런가보다. 벽돌 들고 쫓아다니는 녀석도 있는데.. 남은 평생동안 좋은 분들만 만나시기를 바란다
답글작성
0
0
콘테
2024.01.30 08:11:31
동전의양면이다 함부로 판단하면 스스로 경을친다
답글작성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