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라스트 데이(White last day)! 올해 마지막 날. 전주시내가 온통 새하얗다. 어젯밤부터 눈이 내려서다. 하룻새 적설량이 14cm라니 폭설 수준이다. 차들은 엉금엉금 도로를 기어다니고, 사람들도 살금살금 길을 걷는다. 그렇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에 내리는 눈은 서설(瑞雪)임이 분명하다. 천지사방에 하얀 눈을 내려 세상을 잔치마당으로 바꿔놨다. 유종(有終)의 미(美)! 끝의 아름다움이랄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서니 아파트의 차들이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소복소복한 게 말 그대로 꽃다운 방년의 처녀처럼 복스럽게 생겼다. 강아지들조차 신나서 팔짝팔짝 뛰고 싶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전주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기는 참말로 오랜만이구먼요." 당직 기자는 벌써 몇 건의 기사를 올려놓고 있다. '전북 순창.임실 3시30분 대설경보'(새벽 5시 9분 송고), '군산 등 전북 6개 시군 5시 대설경보'(새벽 5시 36분 송고), '전북 최고 19cm 폭설..출근 대란'(아침 7시 31분 송고)'.
전주시내 풍경
전주에 와서 가장 고마운 것은 직원들의 솔선수범이다. 부지런한 당직 기자는 어제 오후부터 날씨와 사건, 사고 기사를 하나하나 챙기며 밤을 지새웠다. 격려의 전화를 했더니 씩씩한 목소리로 받아준다. 밤내 편히 잔 나로선 미안하기까지 하다. 동서남북도 제대로 모르고 부임한 내가 비교적 빠르게 정착하게 된 데는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사택을 구하고 살림도구를 장만하는 것은 물론 끼니까지 염려해준다. 취재일선에서 동분서주하며 온갖 기사를 그때그때 신속하게 커버해줌은 물론이다. 11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니 시내가 온통 하얗다. 전주천도, 공설운동장도, 백제로도 모두가 백설로 뒤덮여 있다. 끝나가는 한 해가 아쉬워 하늘이 만들어낸 연말의 예술품이랄까? 아니면 새해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보내는 천상의 신년선물이랄까? 오늘의 취재계획을 폭설 중심으로 짜나간다. 폭설 소식과 지역 표정은 물론 각종 사건, 사고와 도로교통상황 등을 감안해 업무를 배정하고 그에 따른 사진과 영상물도 주문한다.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군산에선 항공과 항만의 발이 묶였을 것이고, 정읍과 고창 등 남서해안 쪽에서는 비닐하우스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업무 지시와 무관하다할 정도로 지역 소식들이 속속 모니터 화면에 올라온다. 기민한 순발력이다. 기사는 물론 사진들도 다양하게 송고된다. 이따가 송년해넘이행사 기사까지 챙겨야 하니 기자들로선 몸이 둘이라도 부족할 만큼 분주한 연말연시다. 오전 10시 26분에 폭설 종합기사가 나가고, 10시 38분에 대설특보 해제 기사가 뒤를 잇는다. 그리고 11시 18분에 군산항과 공단의 화물운송이 폭설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기사가 출고되면서 '불난 호떡집'은 잠시 한숨을 돌린다. 대설특보도 해제됐으니 큰일은 없을 듯하다. 후속기사만 챙기면 되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저녁에 서울의 집으로 갈 수 있겠다 싶으니 적이 마음이 놓인다. 오랜만에 가보는 집이다. 자주 통화를 하긴 하지만 딸내미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 애견 '다정이' 모습도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고.
눈 내리는 군산항 풍경
시간은 나이가 들면서 빨리 간다고 하던가? 이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시간의 속도는 곧 기억의 총량과 반비례한다. 기억할 게 많으면 시간은 천천히 가고, 적으면 얼른얼른 간다. 아이들은 기억할 게 많아 세월이 더디 가는 것 같이 느낀다. 주변에 새로운 것 천지여서다. 반면 어른들은 이미 아는 것이 많아 시간이 스치듯 후딱 지나가버린다. 요는 호기심의 차이다. 나도 나이 쉰 고개를 넘어서인지 시간이 금방금방 흐르는 것 같다. 급류처럼 말이다. 한 해가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연말이 다가온다. 하기야 뉴밀레니엄을 외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지 않은가.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내가 남긴 발자국들을 잠시 돌아본다. 어설프게 찍힌 발자국도 있고, 또렷하게 찍힌 발자국도 있다. 밉든 곱든 다 내 발자국이다. 그 발자국들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제 그 발자국과 결별하고 새로운 흔적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왕이면 멋진 모습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해인사를 하기 전에 멋진 한 해를 맞으라고 내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다. 달리 말하면 '새해의 다짐'이겠다. '유종의 미'가 있다면 '유시(有始)의 미(美)'도 필시 있을 터! 그래서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기 마련이라고 하지 않던가. 상쾌한 출발은 멋진 결실을 약속한다. 화이트 라스트 데이는 곧 화이트 퍼스트 데이(White first day)여서다. 떠나가는 2009년이여, 이제 안녕(Goodby)! 그동안 고마웠다. 잘 가거라!! 그리고 다가오는 2010년이여, 너도 안녕(Good morning)! 만나서 반갑다. 어서 오너라!!
대타님은 보기드문 행복한 사나이, 사회의 목탁으로 이 세상 어딜 가시나 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그 심안이 맑아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가 봅니다. 새해에는 고요한 정감이 흐르는, 옛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주엘 가 대타님과 청담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늘 건필하시길! 범초
이제사 대타님의 글을 보네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되돌아 보면 생각나는 일보다 잊어버린게 더 많은 나이가 되었네요. 다시 맞는 새해 경인년에는 건강과 함께 행복을 전해주시는 따듯한 글도 많이 올려주시고 가정에도 풍성한 기쁨의 열매가 주렁 주렁하기를 기원합니다. *^^*
첫댓글 좀처럼 눈구경 하기 힘든 순천에도 아침에 일어나니 장독대 위에 쌓인 눈이 보기좋았습니다,,,열심히 일한 한해를 보내고,,,다가오는 새해를 가슴 가득 안아보며 더욱더 열심히 살아가는 한해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도시에 사시는군요. 순천만의 갈대숲 석양은 또 얼마나 멋진대요^^
대타님 사진을 보니 지난 군산답사가 생각이 나요~ 오늘은 객지가 아닌 서울 집에서 숙박하겠군요...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있길바랍니다. ^^
맞습니다. 지금 서울에 와 있답니다. 풍경이님도 새해 좋은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대타님은 보기드문 행복한 사나이, 사회의 목탁으로 이 세상 어딜 가시나 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그 심안이 맑아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오는가 봅니다. 새해에는 고요한 정감이 흐르는, 옛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주엘 가 대타님과 청담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늘 건필하시길! 범초
아무때나 오시면 대환영입니다. 사택에 홀로 사는 관계로 손님이 오시면 무조건 환영입지요. 그런 터에 여초님이 오시면 오죽하겠습니까^^ 비빔밥집 좋은 곳 벌써 알아놨습니다. ^^^^
눈가루 골고루 뿌려주면 어디가 덧나는지...눈 오는곳만 계속 오고...ㅠㅠ 대타님 올 한해 베풀어 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호랑이해엔 더욱더 보람되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레오님도 좋은 일들로 넘쳐나는 한 해 되시길!!
대타님~타지에서 수고가 많으시군요~새 해에 더 건강 행복하시구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경인년은 열매님께도 멋지게 열리리라 믿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연락 주시어 고마웠습니다. 어제 아침 조금 눈발 휘날리더니 아직 눈다운 눈이 오질 않는 이곳 입니다.. 역사의 도시 에 가셨군요. 마지막 날이라 더욱 바쁘시겠습니다. 새로운 한해를 맞는 기분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늘 행복이 가득 하시길...()
달새님의 색다른 삶에서 많이 배웁니다. 사진 찍으실 때 그 멋진 '폼생폼사'도 배우고 싶은데 저는 영 엉성해서....^^^^
만나는 즐거움이 새해에도 계속되기를............전주로 미팅하러 다니던 빛나던(?)시절이 생각나네요. 나름 뽀대나게 논다고 정신 팔던 메뚜기 한 철이었지요. 엄청나게 추운 새해연휴입니다. 가족들과 따뜻하게 지내십시오.
뽀대나는 킬리만자로님의 한 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나놓고 보면 그때가 좋았는데 싶지요. 10년 뒤에 보면 '바로 그때'가 지금이겠지요^^
대타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올 한 해도 좋은 글과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 시름을 달래주시기도 바랍니다.
청한님 블로그는 종종 놀러가고 있습니다. 사시는 모습과 생각하시는 것을 알 수 있어 좋지요. 모놀에 회원들의 블로그나 카페의 바로가기를 해놓으면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눈구경하기 힘든 부산에 사는 저희는 그저 tv화면에서 보는 풍경으로 아쉬운 마음 달래 봅니다...아름다운 고장 전주에서 대타님의 즐겁고 보람많으신 2010년이 되시길 ~~~~^^*
통화한 지가 벌써 한참 됐군요. 일은 잘 되고 있으시겠지요? 해피맘님께도 올해가 복된 한 해 되시리라 믿습니다.
급류처럼 흐르는 시간들에도 만족한 삶이 되도록 노력하며 열심히 경인년을 살겠습니다. 대타님의 감미로운 목소리 올해도 기대합니다.
경인년의 대박터지는 양말공장님의 회사. 회사이름마저 '경인'이라니 일러 무삼하리요^^^^ '가감승제'의 세상살이법, 늘 염두에 두겠습니다.
전주 생활도 이젠 익숙해지셨죠? 가족과 떨어져사는 생활..한번 쯤은 권장(?)해 볼 일이지요..더욱 애틋한 기분이 드니까요~~~ 전주의 풍류를 맘껏 누리시고, 이참에 국악 한개 쯤은 배워보심이 어떨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합니다. 춘향가, 심청가 같은 창을 두어 개 배워가려고요^^
이제사 대타님의 글을 보네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되돌아 보면 생각나는 일보다 잊어버린게 더 많은 나이가 되었네요. 다시 맞는 새해 경인년에는 건강과 함께 행복을 전해주시는 따듯한 글도 많이 올려주시고 가정에도 풍성한 기쁨의 열매가 주렁 주렁하기를 기원합니다. *^^*
별꽃님도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빕니다. 따뜻한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