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부에 감사하긴 아직 이르다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입력 2023.10.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지난 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게
1심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횡령액은 1700만원만 인정됐다.
그러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미향 의원을 악마로 만든 검찰. 징역 5년 구형 재판 후 벌금”이라며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검찰과 가짜 뉴스에 똑같이 당하는 저조차 의심했으니,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 수사가 얼마나 무리한 수사였는지 밝혀져 다행이다.
민주당이 이제 윤 의원을 지켜줘야 한다(우원식)”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윤 의원을 희대의 파렴치범으로 몰아갔다(정춘숙)”고 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지난 9월 2심 법원은 윤 의원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횡령액은 8000만원으로 늘어났다. 국고 보조금 6500만원의 불법 수령 사실도 추가됐다. 1심 뒤 윤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주장하던 이 대표와 민주당은 2심 결과가 나오자 침묵했다.
재판 과정에서 1·2·3심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는 자주 있다.
하물며 본안 재판도 아닌 영장 심사는 최종 유무죄와는 상관도 없다. 입시 비리 혐의 조국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이 나왔다. 댓글 조작 김경수 전 지사 역시 영장이 기각됐지만 유죄가 확정돼 징역을 살았다. 반면 ‘검·언 유착’이라던 채널A 기자는 ‘강요미수죄’로 구속됐지만 무죄를 받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1심도 아닌 영장 기각 사실 하나만 가지고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 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애초 이 대표의 재판 전략은 전관 변호사가 아니라 오로지 총선 승리였다. 사법 리스크 초기부터 이 대표 측은 이 대표 재판을 ‘여론 재판’ ‘정치 재판’으로 규정했다. 증거와 법리보다 여론이 중요하다고 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유죄가 나올 재판도 무죄로 바뀔 거라는 믿음이었다.
그 때문에 이 대표는 영장 기각 하나로 마치 모든 사법 리스크가 끝난 것처럼 말한다.
영장 판사 한 명이 하룻밤만에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데도 민주당은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듯한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에서 최대 무기징역의 예상 형량을 강조했고 이 대표도 영장 판사에게 “수사받는 사건에 형이 모두 선고되면 한 50년은 받을 것”이라며 처지를 호소했다.
이번 영장 기각에 가장 놀란 사람이 이 대표 스스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이 대표가 일주일에 두 세번씩 몇 년을 재판만 받아야 할지 모르는 게 실상이다. 사법부에 대한 감사 표시는 무죄가 확정된 뒤 해도 늦지 않다.
#영장 기각 후, 각종 사법징계 대상자
1.조국(전 법무부 장관, 1심 징역 2년 선고, 항소심 재판 중인자)
2.박영수(전 박근혜특검, 재청구로 구속기소, 1심 재판 중)
3.김경수(전 경남지사장, 더불어민주당 드루킹관여 징역2년 확정자)
4.오건돈(전 부산시장,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징역3년 확정)
5.안희정(전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징역3년 6개월 확정)
6.현영희(전 국회의원, 새누리당 비례대표, 징역 1년 6개월)
7.김은경(전 환경부장관, 징역 2년 확정)
8.허영재(국회의원, 국민의 힘, 국회가결후 1심 재판 중)
9.윤관석(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돈봉투사건 주모 1심 재판중)
10.승리(연애인, 징역 1년6개월 확정)
11.유아인(연예인, 수사중)
12.박차훈(새마을금고 중앙회장, 1심 재판 중)
기사회생했지만 여전한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검찰 추가 수사도 불씨
입력 :2023-10-01 서울신문 박상연기자
법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기각 -검, 조만간 불구속기소로 혐의 입증 예정
이 대표와 측근들 진행 중인 재판도 변수, ‘대장동 428억 약정’ 등 추가 수사도 남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그의 사법리스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영장 기각과 별개로 백현동 개발 비리 및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두고 이 대표를
기소한 뒤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첫 재판을 앞두고 있고, 그의 최측근들은 개발 비리 의혹 등을
둘러싸고 이미 재판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대장동 비리 의혹·선거법 위반 재판 당사자
이 대표가 핵심 피고인으로서 진행되는 재판은 현재 2건이다.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는 오는 6일 첫 공판기일을 앞두고 있다. 또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발언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역시 지난 3월 첫 공판을 시작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두 사건은 각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와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에서 맡고 있다.
두 재판 모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결이 닿아 있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혐의 사실에 대해 이 대표가 ‘윗선’으로서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측근들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업자들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FC 구단주로서 4개 기업 후원금 133억여만원을 받는 대가로 기업들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2021년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중 알지 못했다”고 밝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이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 검찰이 추가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백현동 개발 특혜 등 사건까지 겹친다면 이 대표의 법원 출석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 등 정무와 재판 출석을 병행해야 하기에 재판도 더디게 진행되고 그만큼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채 장기화하는 것이다.
측근·사건 관련자들 재판 진행도 변수
▲ (왼쪽부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받고 있는 재판과 개발 민간업자들의 재판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측면에서는 변수다. 법정에서 ‘이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거나 ‘이 대표의 선거 당선을 위해서였다’는 취지의 증언들의 신빙성을 부인하고 자신과 연관성이 없다고 증명하는 과제 역시 이 대표의 몫이어서다.
특히 이중 김용 전 부원장 사건은 지난달 결심 공판을 마무리해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3억 8000만원을 선고하고 7억 9000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대선 예비경선 자금 용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민간업자들로부터 8억 4700만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상 전 실장 역시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민간업자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화천대유 지분의 일부인 428억을 제공받기로 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 사건을 이 대표의 배임 등 사건과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대장동·위례 사건 핵심 관련자들인 유동규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도 각각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처벌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민간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오는 12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 등도 각각 재판받고 있다.
영장은 기각됐지만…끝나지 않은 위기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2023.9.21 홍윤기 기자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은 “법원의 결정과 근거에 대해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장 재판이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이 아니다. 범죄 혐의에 대해 추가로 보강해 수사할 부분을 잘 찾고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은 ‘대장동 428억 지분 수익 약정’,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언제든 이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소환 및 수사, 기소가 가능한 셈이다.
또 지난 대선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까지 불똥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2021년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범죄를 덮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언론에 전달하고, ‘부산저축은행 의혹’을 의도적으로 키우기 위해 인터뷰 보도를 내보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쟁자였던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여론을 흔들기 위한 ‘대선 개입’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대표와 관련자들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역시 더 커질 수 있다.
<2023.10.04 조선신문,서울신문 기사 발췌, 행복&감사리더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