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가장 인상 깊게 보는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BC카드가 내보내는 광고인데 여자복서인 이인영, 카피라이터 최윤희, 그리고 탤런트 이계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자 복싱 챔피언인 이인영씨가 프로복서에 데뷔한 나이가 33세였고, 카피라이터인 최윤희씨는 38세 때 카피라이터 직업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고구려 개국을 그린 드라마 <주몽>에서 모팔모로 나오는 이계인씨는 55세 때 탤런트로서는 첫 팬미팅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 광고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언제든 늦은 시작은 없으며 결심을 하면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1월초 삼정KPMG에서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온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독수리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독수리는 70살까지 살려면 40살쯤에 변신을 위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독수리 나이 40살쯤 되면 부리가 굽어져 가슴 쪽으로 파고들고 발톱 역시 굽어져 먹이 사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때가 독수리로서는 결단의 시기입니다. 1년쯤 더 살다가 굽어져 들어온 부리 때문에 사냥도 못하고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럽지만 변신해 30년을 더 살 것인지. 결단을 한 독수리는 절벽 꼭대기에 올라가 급강하하면서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으깨 부리를 제거합니다. 그 자리에 날카로운 새 부리가 돋아나면 독수리는 새로 생긴 부리로 휘어져 못 쓰게 된 발톱을 뽑아냅니다. 빠진 발톱 자리에 새 발톱이 돋아나고, 새 부리와 새 발톱을 가진 독수리는 제2의 삶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한 독수리는 30년을 더 살지만 그렇지 못한 독수리는 독수리의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 나이가 40을 넘어서면서 기업이나 사람의 성장과정을 다시 한 번 반추하게 됩니다. 40을 넘어서면 몸에 각종 노화징후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머리숱이 줄어들고 체력도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조금이라도 과식을 하면 체중이 금방 늘어버립니다. 또 무리해서 많은 일을 처리하고 나면 꼭 후유증이 따릅니다. 이럴 때 제 마음에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나이가 들었는데 뭐 자연스럽게 늙어가지라는 생각과 이런 몸을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 몸으로 남은 30~40년 동안 제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한다면 결국은 다시 한 번 몸에 기름 치고 갈고 닦고 조여서 앞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독수리보다 못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사실 요즘 나이 40대와 30~40년 전의 40대를 비교해 보면 옛날의 40대가 훨씬 나이가 들어 보입니다. 그건 아마 남은 생이 길지 않다고 생각해 몸을 다듬고 조이고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의 삶을 보면 크게 두 번 정도 변화의 시기가 있는 듯합니다. 첫 번째가 성장통으로 시작해 사춘기를 지나는 시기이고, 두 번째가 30대를 지나 40대를 넘어서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단계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변화 과정을 잘 겪어내야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제품(Product Life Cycle)이나 산업의 수명(Industry Life Cycle)도 보통 4가지 단계를 지난다고 봅니다.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가 그것입니다. 각 단계에 따라서 기업의 조직 구조나 전략 등도 확연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기자로 기업을 취재하면서 매출에 따라 이 같은 변화의 시기를 분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첫 단계는 기업의 창업 초기부터 매출 100억원 미만까지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회사가 창업 공신들에 의존해서 가동되는 시기입니다. 소수 인원이 팔방미인 방식으로 영업, 인사, 기획, 회계 등의 업무를 처리하게 됩니다. 이 단계가 정점에 이르면 직원도 수십 명에서 백 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고 매출도 100억원을 넘거나 그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때 첫 번째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옵니다. 사람이라고 하면 성장통을 앓거나 그 직후인 사춘기라고 할 것입니다. 이후의 시기는 기업의 기능이 분화되는 시기입니다. 창업기의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사라지고 관료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겪은 기업은 대체로 이후 1000억원 선의 매출까지는 성장을 하게 됩니다. 매출이 1000억원쯤 되면 우리나라 소비재 기업의 경우 일반인들이 확실하게 기업 이름을 인식하게 됩니다. ㅇㅇ빵, ㅇㅇ간장 등과 같이 인지도가 확연하게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설 수 있는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홍보, 전략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부품기업의 경우 매출이 1000억원 정도 되면 대기업으로부터 압박받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단품에 의존해서 성장하는 데서 벗어나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도 절실해 집니다. 도전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이런 시기가 되면 조직 내부에서는 관료주의의 병폐가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적극 도전하려는 의지가 먹히지 않게 됩니다. 과거의 타성을 깨려는 몸부림이 절실한 시기인데 살찐 고양이처럼 민첩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의 성공체험(hubris)에 안주하려는 40대의 모습이 기업에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실제 수많은 국내 기업이 이런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는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진단이 많습니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독수리와 같은 자기혁신의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의 부리를 으깨기 위해 높이 올라 바위로 내리꽂는 독수리의 절박감이야말로 올 한 해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스스로의 부리를 으깨고 하늘로 비상하는 독수리를 닮은 한 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글을 보니 콘도르가 연상되네요. 또 "엘 콘도 파사" 가 생각나는 군요. 의미는 좀 다르겠지만... 이 참에 노래도 함 올려주면 어떨까...
어러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