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몬트리올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의 [누들]은, 이스라엘의 외국인 불법노동자 강제추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는 중국인 어머니의 강제 추방으로 이스라엘에 혼자 남겨진 6살 중국인 어린이 누들이, 이스라엘 스튜어디스의 도움으로 중국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기까지가를 큰 줄거리로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중국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쓰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충돌이 영화적 재미를 준다. [누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할 수 있는지, 소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상당수가 중국인들이다. 불법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이스라엘에서는 2002년 이민국을 신설했고 그 이후 당선된 아리엘 샤론 수상은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이라는 강경 대응책을 편다. 불법노동자의 강제 추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같은 상황을 우리에게 대입해 보면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가 있다.
[누들] 속에는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 자신의 경험이 상당 부분 삼투되어 있다. 그녀는 30살이 되던 해 아시아 여행을 떠났었고 첫번째 여행지인 중국에서 네 달을 보냈다. 베이징부터 실크로드까지 기차나 버스, 그리고 도보 여행 등으로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녀가 겪었던 가장 큰 혼란은 언어 소통의 불가능함이었다. 이 경험은 영화 [누들] 속에, 이스라엘에 혼자 남은 여섯 살 중궉인 어린이 누들과 어쩔 수 없이 어린 누들의 보호자가 되어 버린 스튜어디스 미리 가족과의 언어 소통의 불가능함으로 반영되어 있다.
또 전쟁에 참전한 남편과 두 번이나 사별하고 혼자 사는 스튜어디스 미리(밀리 아비탈 분)는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이 에티라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반영한 캐릭터이다. TV 토크쇼에 출연한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중요한 사건으로 비파사나 명상법과 만난 경험담을 이야기했는데, 그 방송을 보고 감독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에티였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는데 [누들] 속의 미리 캐릭터는 에티와 거의 흡사하다.
[누들]의 초반 도입부는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혀져 있다. 불안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이제 막 비행에서 돌아온 미리가 집안으로 들어오자 중국인 가정부가 자신의 아들을 한 시간만 봐달라고 부탁하는 사건이 아주 특별한 것임을 관객들이 눈치채게 해준다. 미리와 그녀의 언니인 길라(아낫 왁스만 분)는 한 집에 살고 있다. 길라는 결혼했지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바로 옆집에 사는 미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미리는 형부와 서로 마음이 통한다. 길라의 남편 역시 처제에게 사소한 선물도 해주며 가깝게 지낸다. 그런 미리와 남편을 보며 길라는 마음이 편치 않다.
미리의 집에 남겨진 가정부의 아들은 한 시간이 훨씬 지나고 밤이 이슥해지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아무 말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미리 가족들은 중국인 가정부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아무 말이 없지만 국수를 잘 먹어서 누들(바오치 첸 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중국인 아이가 여섯 살이라는 것을 가족들은 알게 된다. 누들이 아는 히브리어는 [나는 중국인 어린이입니다]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미리는 누들과 소통하기 위해 중국어 회화 책을 사와서 조금씩 대화를 시도한다. 다음 날이 되어도 중국인 가정부로부터는 연락이 없다. 이민국에 물어 봐도 중국인 가정부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는다. 당국에 신고하면 어린 누들이 중국으로 추방당하기 때문에 신고도 할 수 없다.
[누들]에는 젊은 미망인과 어린 아이라는 성과 세대차이, 중국과 이스라엘이는 문화적 차이, 선진국 가정과 블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계층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아 차이는 자칫 불협화음으로 이야기를 뒤죽박죽 헝클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다큐멘타리로 먼저 단련된 아일레트 메나헤미 감독은 차근차근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그것들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중량감을 갖고 구체적으로 관객들의 정서에 호소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그녀가 지닌 특별한 능력이다. 소통 불가능했던 여섯 살 중국인 아이 누들과 외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간심도 없었던 미리 가족들이 조금씩 서로 이해를 하기 시작하는 과정은 매우 세밀하고 설득력 있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엄마 없이 이국 땅에 혼자 남은 어린 누들의 절망감과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리를 중심으로, 대화합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다. 미리와 언니 길라 사이의 해묵은 갈등, 그리고 길라와 그녀의 남편 사이의 갈등, 또 새롭게 등장한 미리의 어린시절 친구인 여행작가를 둘러싼 미리와 길라의 미묘한 갈등이 사실감을 부여 받으면서 전개되고 해결된다. 그 해결방식이 너무 상투적이지 않고 너무 비현실적인 낭만성에 치우쳐 잇지 않다는 것이 [누들]의 미덕이다.
영화의 종반부는 중국으로 강제 추방되어서 현재 베이징의 더블 해피 레스토랑이라는 데서 일하고 있는 누들의 어머니에게 누들을 데려다 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반부가 혼자 남은 중국인 아이에 대한 상황 설정에 치중했다면 중반부는 이스라엘과 중국과의 문화적 차이, 그리고 누들을 둘러싼 미리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이 펼쳐지고 종반부는 이 모든 상황이 종합 정리되는 대단원으로 누들의 어머니 상봉기가 펼쳐진다.
경박한 오리엔탈리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과 너무나 다른 중국의 문화가 전개되고, 주류 사회의 우월감이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소외된 계층의 척박한 삶이 드러나며, 애증과 갈등 관계가 날카롭게 노출되면서도 서로를 혐오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사랑으로 화해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일레트 메나헤미라는 우리에게는 낯선 이스라엘 여성 감독은 그것들을 가능케 하는 현명한 지혜를 갖고 있고 그것을 [누들] 속에서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