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 부장의 변
교무 부장이라는 자리가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썩 좋은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됍니다. 수업시간표를 담당하려다 보니 선생님들과
껄끄러운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제 스타일에 문제가 있어서
더 껄끄러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
교무부의 최대 목표는 수업 시간표 변경이 없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불가능하죠.
여러 사람이 관계된 일이라서요. 차선은 시간표 변경의 최소화입니다. 이것도 그리
만만치가 않은 것 같더군요. 선생님 개개인의 편의를 봐주면 저도 좋겠죠. 어차피
빠진 수업은 다음에 다른 시간에 하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시간표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여러 선생님들을 상대해야 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경우를 다 봐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선생님 한분이 한번씩만 바꿔도 한달이면
12번정도가 바뀌는 샘이죠. 대충 생각해도 24시간정도의 시간에 변동이 생기는
샘인데요, 날 수로 따지면 6일이 되겠군요. 1/4정도의 수업이 변동이 있는 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주 하루이틀 분량의 시간변동이 있을 수 있죠. 물론 이 계산은 좀
과장된 계산이기는 합니다만...
생각해 보세요. 대학교에서도 수업들을 때 휴강 잦고 그에 따라 보강도 잦은
그런 수업들을 때 그 수업듣는 학생들 한마디씩은 투덜대겠죠. 야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분들이 선생님들의 편의를 봐주시기는 하지만(그럴 수 밖에 없
죠. 가르치는 사람이 못 나온다는데...) 속으로는 그리 편치만은 안으실 겁니다.
가끔 표현하시기도 하세요. "어이구, 수업 또 바꿔..." 하시면서...
선생님들 개개인이 최대한 수업을 바꾸지 않으려는 노력들을 해주셨으면 하는데
어떤 지 모르겠어요. 내 수업 한시간쯤은 바꿔도 되겠지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닌지... 내 수업 한시간이 여러개 모이면 우리 시간표 일주일치 바꾸는 경우
가 되겠죠? 수업 변경이 피해는 바로 학생들에게로 이어집니다. 최대한 노력해 주셨
으면 합니다.
수업 변경의 제재장치로(사실 제재도 아니지만...) "사유서"가 있죠. 사실 사유서
쓰라고 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그거 쓰라고 한다고 수업변경이 없는 것도 아니고,
뭔가 직접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고...
사유서의 역할은 그거 쓰면서 조금이나마 자신을 반성해 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야학에 수북히 모아진 사유서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안에 쓰여진
"한 줄 짜리" "대충 쓴 것 처럼 보이는" 사유서들을 볼 때 마다 이 것을 유지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무의미한 것은 굳이 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12월 말쯤부터 사유서 쓰라는 이야기 하지 않아봤는데, 그것 마저 없으면
더 엉망이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괜히 선생님들만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지...
경험상, 뇌사 교무부였어도 어떻게든 야학은 운영이 됐던 것을 보면....
이런 저런 생각하고 지냅니다. 교무부장으로서....
카페 게시글
우리 사는 이야기
우울합니당...
교무부장의 변
이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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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2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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