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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화
방송일: 20051005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수 진
씬1/ 남자원룸(D)
출근준비 마친 정민, 현관문 앞에 붙어있다.
일어나서 주방쪽으로 가던 동직,
동직 (배 긁으며 서서) 뭐하냐?
정민 (살짝 당황한 듯) 어? 아니.. (급조) 아~ 어제 엎드려 잤더니 얼굴이 완전 달떵이같이 부어 갖구 나가기가 뭐하잖어.. 그래서 사람없을 때 나갈라구.. (괜히 씩 웃고)
동직 뭐.. 별 다른 것도 없구만..
정민, 계속 힐끗 내다보다 얼른 튀어나간다.
씬2/ 원룸 복도(D/ENG)
갑자기 확 튀어나온 정민땜에 놀란 윤아.
윤아 뭐야.. 갑자기..
정민 (괜히 안쪽에 대고) 아이씨.. 자식이 왜 밀고 난리야.. (윤아보고 웃으며) 안녕 윤아씨~
싱겁다는 듯 웃으며 가버리는 윤아.
정민, 윤아와 좀 떨어져서 걸어가며
정민 (E) 헤어졌다고 해서 가바기 어색하게 구는 거.. 상당히 촌스런 짓이다. 난.. 평소처럼 윤아씨에게 인사를 하려는 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윤아 멀어지면, 정민 거리 좁히려 걸음 빨라지는
TITLE.. 合.理.化
씬3/ 주차장(D/ENG)
정민과 윤아, 각자의 차에 탄다.
정민, 몇 번 시동을 걸어보고는
윤아차 쪽을 힐긋 본다.
윤아 곧 출발할 듯 안전벨트 매고 있고.
정민 (윤아 보며 E) 윤아씬 우리 사일 끝내길 원했고..나 역시 내 감정정리를 끝냈다.. 하지만..(몇번 더 시동 걸어보다가 E) 엔진 소리가 평소랑 다르다.. 이건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차에서 내려 윤아차쪽으로 가며)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길에서 차가 멈출 수도 있고 심하면 폭발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윤아차에 고개 들이밀고 밝게 ON) 윤아씨~ 나 회사까지 좀 태워다 주라~
윤아 (살짝 벙찌는) 멀쩡한 정민씨 차 놔두고 왜?
정민 (일단 차에 올라타며) 내 차 안 멀쩡해~ 방금 시동 걸어봤는데 소리가 이상해 그거 타고 나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안그래?
윤아 (가만히 정민 보다가) 알았어..
윤아, 차 출발시키자, 정민 민망한 표정
씬4/ 서점 앞(D/ENG)
부록, 전 주인에게 열쇠꾸러미를 건네받는다.
주인 (열쇠 꾸러미보며) 요기 세 번째가 문이구요, 두 번째 꺼가 창고 열쇠입니다. (부록 보며) 그래도 좋으신 분한테 가게를 넘기게 돼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부록 저야말로 감사하죠.
주인 (아쉬운 듯 가게를 한번 둘러보고는) 그럼 수고하십시오~
주인과 공손히 인사를 나눈 부록,
주인이 가고 나자 부록 뿌듯한 얼굴로
가게를 바라본다.
그때 지나가던 동네 상인, 부록에게 인사
부록 (활기차게) 아이구~ 안녕하십니까~ 장사는 잘 되시죠? 하하하~ (E) 인생이라는 길고 긴 악보엔 몇 개의 쉼표가 존재한다.. 바쁘게 연주해 온 이들을 위한 쉼표.. 지금 막 내 인생의 교향곡은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다..
씬5/ 회의실(D)
지쳐 보이는 미자, 대본보고 있는데 현우 들어온다.
미자 (웃고) 왔어? 참 어젯밤에 어머님 전화가 왔다가 금방 끊어지던데.. 잘 못 거신 건가?
현우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어제 오랜만에 동창들 만나서 한잔 하셨나봐.. 내가 모시러 갔는데 완전 최미자 저리가라던데..
미자 (신기하다) 어머님이?
현우 (미자 얼굴 보고) 피곤해 보이네? 일이 많어?
미자 응.. 좀..
현우 (어깨 주물러주며) 그럼.. 자기 힘든데.. 상견례 장소는 내가 혼자 보고 정할까?
미자 아냐.. 같이 가~ (한숨) 아직 결혼 준비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왜 이렇게 일이 많은지.. (할머니처럼) 아구구 시원하다~ 좀 더 주물러봐~
현우, 웃으며 미자 어깨 주물러주고.
씬6/ 주방(D)
우현, 설거지 중이고 혜옥 들어와 냉장고
열어본다.
혜옥 (들여다 보며) 사돈~ 어제 사다놓은 과일젤리 어디갔어?
우현 (고개 안돌리고) 누가 안 먹었으면 안에 있겠죠.
혜옥 (의심스럽다 우현쪽으로 다가온다) 혹시.. 사둔이 먹은 거 아니야?
우현 (버둥대며 인상 찡그러진) 아니예요~
혜옥 (하다 우현의 부은 뺨을 보고) 어머, 아니긴~ 치사하게 그걸 혼자 먹으려구 입에 쑤셔넣냐?
우현 (얼굴 죽상이다) 아니래두요~
혜옥 아니긴~ 아님 그건 뭔데~ 입 벌려봐봐~ 얼른~
우현, 가만히 서있자 혜옥, 억지로
우현 입 벌리려 하고.
우현 (비명) 아아악~!!!
씬7/ 거실(D)
턱에 얼음주머니 대고 앉은 우현과
이를 걱정스레 보는 할머니들.
영숙 아 그 지경이 되도록 어떻게 참았누? 사람 참 무던해..
영옥 (답답) 그게 무던한 거냐? 둔한거지~
혜옥 (잘난 척) 거봐~ 나 아니었음 사돈 계속 숨겼을꺼 아니야~
우현, 원망스런 눈빛으로 혜옥보고.
영옥 긴말 할 것 없구 (의료보험증 주며) 얼른 치과나 다녀와~
우현, 보험증 안 받고 우물쭈물.
영옥 아 뭐해~ 얼른 다녀오지 않구~
우현 (갑자기 생각난 듯) 아 오늘 물김치 담기로 했죠? 깜빡했네~ 금방 사갖구 올께요~ (내빼고)
영옥 (한심) 저~ 저..
씬8/ 사무실(D/ENG)
정민, 서류 넘기다가 한 페이지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INS//서류에 적혀 있는 ‘원고 - 김윤아’
정민 (E) 비슷한 이름을 보면 그 사람이 떠오르는 건 아주 자연스런 연상작용일 뿐이다.
정민,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윤아 (F) 여보세요~
정민 어 윤아씨, 오늘 저녁때 뭐해? (사이) 왜긴~ 오늘 나 회사까지 태워다 준게 고마워서 그러지~ (사이) 아 회식이야? 그럼 술 마시겠네? 그럼 마칠 때 전화해~ 당장 달려갈게.. (사이) 알았지?
정민, 기분 좋게 전화 끊고
정민 (코 훅 E) 우리나라는 자고로 학조차도 은혜를 갚는다는 동방예의지국 아닌가..
씬9/ 서점 안(D/ENG) + 서점 밖 (N/ENG)
뉘엿뉘엿 부록 등 뒤로 넘어가는 해..
텅빈 서점 안 부록 무료하게 책들을 뒤적거려
보다가 기지개켜며 ■■끄으응~■■소리 낸다.
/화면전환.
밖은 어느새 깜깜하고
부록, 서점 불끄고 문 잠근다.
마지막으로 셔터를 내리려는 부록.
셔터가 뻑뻑한지 말을 잘 안 듣는다.
부록 (낑낑) 첫날인데 손님이 안 올수도 있지 뭐..내일은 오겠지..(하다) 아유..이거 왜이렇게 뻑뻑해..
부록, 겨우 셔터 내리고 잠근다.
씬10/ 거실(N)
김치 담고 있는 우현을 영옥 어이없게 보고
영숙과 혜옥은 신기하게 보고 있다.
INS// 예쁘게 오린 무와 당근들...
영옥 (한심) 이젠 그냥 담어도 될 듯 싶소~ 치과 다 문 닫았수다~
영옥 말에 우현 씩 웃으며 나머지 것들
대충 숭덩숭덩 썰더니 금새 다 담아서
주방으로 가져가 버린다.
영옥 (우현 뒤에 대고) 내일은 꼭 가~!! 저렇게 부어갖구 상견례 때까지 낫기나 할라나 모르겠네...
씬11/ 사무실(N/ENG)
정민, 시계 쳐다보다 하품 하고.
그때 들어온 비서,
비서 먼저 퇴근.. 할게요..
정민 (괜히 서류 뒤적대며) 아.. 그래요. 수고했어요..
비서, 인사하고 나가고.
정민, 의자에 기대서 눈 감고 있다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전화 걸고.
정민 어, 윤아씨 아직이야?
윤아 (F) 아 정민씨.. 안그래도 전화한다는 게 깜빡했네.. 오늘은 다들 밥만 먹고 헤어지는 분위기라서 그냥 내가 차 끌구 왔어. 미안.
정민 (섭섭하지만 애써) 아.. 뭐 미안할 것 까지야.. 그래 잘자~ (E) 이 섭섭함은 그저.. 차를 태워준 것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못한 데에서 오는 것 일 뿐이다.
정민, 섭섭한 표정으로 가방 들고 나가는
다음날
씬12/ 엘리베이터 앞(D)
정민 괜히 복도 왔다갔다 하며 윤아 기다리며
정민 (E) 사람이 빚을 지면 마음이 무거운 법이다.. 난 단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기 위해 오늘 윤아씨를 내 차로 데려다 줘야 한다.
하지만 계속 윤아 안 나오자 정민 기웃대고
그러다 출근하던 지영과 마주친다.
지영 (정민보고) 여기서 뭐해?
정민 어.. 출근하려구.. (하다) 오늘은 따로 나가나 봐?
지영 누구? 윤아? (아무렇지 않게) 오늘 골프 레슨 알아본다구 아침 일찍 나가던데?
정민 (쩝) ..어 난 동직이 얘기였는데.. (코 훅)
씬13/ 거실(D)
영옥과 우현, 아침부터 실갱이 중이다.
우현 (손으로 부은 턱 가리며) 어제보다 가라앉은 거란 말이예요~
영숙 가라앉긴 무슨.. 볼에 왕사탕 문 것 모냥 불뚝 튀어나왔구만..
영옥 아 그렇게 이가 부어갖구 과일 한 쪼가리 못 베어물면서 치과가라니까 왜 그렇게 안가구 버텨~
우현 어렸을 때 치과에서 쌩니 잡아 빼다 죽을 뻔 한 이후론 절대 안가요..
영옥 아 그럼 어쩔라구~
우현 금방 마이싱 먹었으니 좀 있음 가라앉을 거에요.
영옥, 마음에 안 드는 듯 우현 보는데
그때 밖에서 뛰어 들어오는 혜옥
혜옥 언니~ 언니~ 삼미슈퍼 할머니 얘기 들었어?
영옥 누구? 그 꼬부랑 할멈?
혜옥 (숨 넘기고) 근데 그 할머니 이젠 똑바로 걸어다닌다?
영숙 말같지도 않은 소리.. 그 양반 땅보고 걸어다닌지가 몇십년짼데...
혜옥 진짜야~
씬14/ 동네일각(D/ENG)
할셋, 볼 퉁퉁 부은 우현 쪼르르 나와서
보는데 진짜 슈퍼 할머니 많이 몸이 펴졌다.
영옥 (놀라) 옴마.. 옴마..
혜옥 맞지?
영숙 아니 뭔 좋은 걸 먹었길래 저렇게 좋아졌대?
혜옥 (목소리 죽이며) 저기 슈퍼집 아저씨가 나한테만 알려준건데..
영옥 (같이 소리죽여) 왜 너한테만 알려줘?
혜옥 (소리죽여) 내가 이쁘잖우~
영옥, 어이없이 혜옥보는데 영숙
슬금슬금 슈퍼쪽으로 간다.
영옥 어디가?
영숙 (살짝 민망) 나한테도 알려주겠다 싶어서...
영옥 (어이없이보다 혜옥에게) 얼른 말해봐~
혜옥 왜 저 골목 아래쪽에 장희네 집 이사가구 거기 한동안 비어있었잖아. 근데 거기에 무슨 외국에서 도 닦고 온 사람이 들어와 사는데 그 사람이 손만 턱 갖다 대면 아픈 곳이 싹~ 낫는대~
영옥, 영숙, 우현 설마 하는 표정들.
혜옥 진짜야~ 저 할머니두 거기서 한 한달 동안 치료받구 저렇게 됐다잖우..
옥/숙 (관심있는 듯 할머니쪽 보며) 그으래?
우현도 목빼고 할머니 보고 있고.
씬15/ 한식당 (D/ENG)
미자와 현우, 한식당 룸 둘러보고 있다.
그때 주인 들어오며
주인 아유.. 죄송해요..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현우 괜찮습니다..
주인 (차 내놓으며) 국화차예요..드세요..
미/현 감사합니다~
둘 마시려는데 주인 보더니
주인 (찻잔 다시 가져가며) 아유.. 색이 별로네요.. 새로 끓여다 드릴께요~
미자 아니에요, 괜찮아요..
주인 (웃으며) 좋은 날 앞둔 분들인데 예쁘고 고운 걸드셔야죠~ 금방 끓여다 드릴께요~(나가고)
현우 아까 간 곳들보다 여기가 젤 나은 것 같지 않어?
미자 응... 깔끔한게 좋네.. (하다 피곤한 테이블 위에 늘어지며) 아.. 기력 없음 결혼도 못하겠다..에휴
현우 (안쓰럽다) 그냥 여기서 밥 먹구 좀 쉬다 가자.
씬16/ 서점 안(D/ENG)
손님 없이 파리만 날리는 서점 안.
부록, 서점 앞에 기웃거리는 여자 둘 발견하고
얼른 뛰어나가
부록 저.. 무슨 찾으시는 책이라두?
여자1 여긴 애플이란 잡지 안 들어와요?
부록 애..플이요?
여자2 네. 이번달 애플 부록이 수분크림인데.. 없어요?
부록 (민망) 네 저흰 잡지는 취급 안하는데요..
여자1 (미련없이) 가자~(가버리고)
섭섭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다.
부록 (힘내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씬17/ 사무실(D/ENG)
정민 장우산을 잡고 스윙 연습 하고 있다.
점점 폼이 나오자 신난 정민.
정민 (웃으며) 어~ 슬슬 감이 돌아오시는데? (하다 생각난 듯 전화) 어 윤아씨~ 골프 배운대매? 강사는 구했어?
윤아 (F) 아니..아직..좀 더 찾아볼려구..
정민 뭘 멀리서 찾구 그래~ 내 별명이 김티샷이라는 얘기 안 했었나?
윤아 (F) 생각보다 안 비싸길래.. 그냥 레슨 받으려구.
정민 윤아씨! 그런 게 다 낭비야~ 아니 옆에서 펑펑 시간 남아돌고 무료로 가르쳐 준다는 사람이 있는데 뭐하러 바쁘신 골프 강사 시간 뺏구, 돈을 갖다 버려~ 그런 게 다 국가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요인이 된다는 거 몰라?
윤아 (피식 F) 알았어.. 그럼 잘 부탁드릴께요~
정민 (기분좋은) 오케이~ 그럼 오늘 저녁..(하다) 아 그래? 그럼 내일 저녁부터 어때? 알았어~
씬18/ 한식당(D/ENG)
식사 끝낸 듯한 미자와 현우.
차 마시며 입가심중이다.
현우 (차 마시다 미자 보고는) 오늘 밥 먹는 거 밉네..깨작깨작, 오물오물..힘들다면서 많이 좀 먹지..
미자 (웃으며) 많이 먹었어.
주인, 얼굴 내밀고
주인 식사는 좀 어떠셨어요?
현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인 아유, 다행이네요.
미자와 현우,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신으려고 보는데 현우, 미자 신발위에
고운 색동 보자기를 덮어놨다.
현우, 미자 어리둥절 보고 있자
주인 (치우며 미소) 좋은 일 앞두셨을 땐 몸에 닿는 물건은 다 깨끗하고 이쁘게 다뤄야 해요.
미자와 현우, 융숭한 대접에 기분 좋은 듯
웃으며 카운터로 카운터 뒤로 걸려있는
향낭 주머니에 눈길이 간 미자.
미자 현우씨 저거봐~ 진짜 귀엽다~그지?
현우 귀엽네..
주인 향낭인데 하나 드릴까요?
미자 어머 진짜요? 감사합니다~
주인 (향낭 내어주며) 귀한 일 맡게 해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씬19/ 서점 안(D/ENG)
여전히 손님없는 부록의 서점..
부록, 짜장면 시켜서 먹고 있다.
그때 들어서는 한무리의 교복차림 학생들.
왠지 반가운 부록, 얼른 입닦고 다가가
부록 (환하게) 어서오세요~ 책 사러 왔어요?
학생들 끄덕끄덕.
부록 (기분좋게) 무슨 책을 줄까? 보니까 중학생인 것 같은데.. (둘러보다 한권 꺼내려는데)
학생1 그거 말구요 저희 학교에서 정해준 책.. 그거 없어요?
부록 (응?) 학교에서 정해준 책이라니?
학생2 학교에서 한달에 한 권씩 읽고 독후감 쓰는 숙제가 있거든요..
부록 아..그래.. 책 제목이 뭔데? 아저씨가 찾아줄게.
학생1 제목은 모르구요.. 그냥 다른데는 학교에서 정해준 책 달라니까 다 알던데..
학생2 딴 데 가자~
학생1 수고하세요
학생들 나가버리고, 황망한 부록
씬20/ 거실(D)
할셋 집안으로 들어서며
영옥 기 치룐가 뭔가 그거 순 뻥이구만~ 영숙이 이거 별 차도도 없구만..
영숙 (힘든 듯) 그러게 말이유.. 오히려 몸만 물먹은 솜마냥 무거운 게.. 아구구구..
영옥 (혜옥 쥐어박고) 맨날 쓸데없는 얘기만 물어들이구..
혜옥 좋다고 따라간건 언니들이잖어~!!
우현, 주방에서 나오며
우현 오셨어요?
혜옥 진짜 서역 사람이라 그러던데..
우현 진짜요? 이야~ 그럼 정통파라 잘하겠네요~
영옥 보아하니 한 곳에만 붙어있었던 게 아니라 서역 이곳저곳 떠돌아다녔다던데.. 돌팔이야.. 돌팔이.. (하다 우현보고) 그 이는 어쩔려구 그러구 있어? 아 이젠 수박만큼 부풀었어~
우현, 또 병원가라 그럴까봐 손으로
감싸쥐고
우현 안 아파요.. 하나도 안 아파요.. (아퍼서 운다)
영옥 안되겠다.. 그냥 두면 큰일 나겠다.. 얘들아~ 좀 잡아봐라~
우현 도망가려하고 영숙, 일어서서
우현 한쪽 팔 잡자 우현 버둥거리다가
우현 어? 사돈 어른 몸에서 소리 안나시네요?
영옥 딴 소리는 어여 아~ 해봐~
영숙 (일어섰다 앉았다 해보고는) 진짜네..
혜옥 (신난) 거봐~ 거기 진짜라니까~
영숙 (기분 좋아) 그 양반, 어렸을 때 서역으로 건너가서 여기저기서 도 닦았다더니만.. 제대로 였네.. 제대로 였어~흐흐~
영숙, 계속 앉았다 일어섰다하고
우현, 신기한 듯 영숙 본다.
씬21/ 거리일각(N/ENG)
현우와 미자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현우 오늘 힘들었지? 정말 자기 말대루 결혼 준비 시작도 안했는데 왜 이렇게 할 일이 많냐..
미자 (아까 받은 복주머니 만지며) 힘들고 번거로운 줄만 알았는데.. 조금 기분 좋아졌어
현우 왜?
미자 오늘 그 한식당 주인.. 자기 일도 아닌데 작은 거 하나까지 신경 써주구.. 그걸 보니까 결혼이란 게 준비할 것만 많은 거추장스러운 형식 아니라.. 뭐랄까.. 굉장히 소중하고 성스런 하나의 의식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현우 (웃으며) 그랬어? 다행이네..
미자 (현우보고 웃으며) 상견례만 해두 이런데 제대로 결혼하면 더 좋겠지?
현우 (미자 팔 자기팔에 팔짱끼며) 당연하지~ 한번 해볼까? 자~ 신랑 신부 입장~ 딴따따단~
둘 팔짱끼고 웃으며 걸어간다.
씬22/ 남자원룸(N)
골프채 잔뜩 들고 들어오는 정민.
동직, TV보다가 달려와
동직 (놀라) 이게 다 뭐야? 와~ 죽인다~(만지려하고)
정민 (조용히) 건드리지 마라~
동직 (헉! 놀란다) 아!! 이게 그 현장에 떨어져있던 흉기구나~ (형사Q) 단서는 하나야!! 그거구만!! (자세히 보며) 지문 채취 끝난 거야? 혈액반응은?
정민, 상대할 필요 없다는 듯 골프채 하나 꺼내서
휙휙 스윙해보는
동직 (아니구나..김샌) 뭐야.. 위험하게~ 나가서 해~
정민 (스윙해보다가) 아.. 예전 같지 않네.. 야! 나 폼 안 엉성하냐?
동직 (슬쩍 폼 봐주고) 엉덩이도 내려갔고 팔도 굽고 ..좀 엉성하네..
정민 그래? 아.. 프로 같아 보여야 되는데..
동직 야 그거 한방이면 딱인데 뭔 걱정이야~
정민 (솔깃) 뭔데?
/화면전환
동직, 정민 발에다가 파우더 발라 하얗게
‘박세리표 발’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민 (의심) 야.. 근데 이걸루 뭐가 될까?
동직 야~ 우리나라에 박세리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양말만 딱 벗어두 ‘야~ 이 사람이 필드 좀 걸었겠구나~’ 딱 삘이 오잖냐~
정민 (바보같이 히히) 그러게..
동직 그리구 말이지 모든 운동은 즐겁게 해야 되거든.
정민 (끄덕) 그렇지..
동직 (게임기 들며) 골프게임.. 이게 감각 익히는 데는 최고지..
둘 잠깐 시선 교환하고는 열심히 게임시작.
씬23/ 서점 앞(N/ENG)
텅빈 서점..
부록, 돌아다니며 파리 잡고 있다.
/화면전환
부록,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셔터를
내리려는데 더 뻑뻑해진 것 같은 셔터.
부록,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셔터를
내리고는 이마에 난 땀을 닦는다.
다음날
씬24/ 거실(D)
할셋 방에서 외출준비하고 나선다.
그때 우현도 따라나설 태세다.
영옥 사돈두 가게?
우현 (퉁퉁 부어서) 뭐 그냥 어떤 건지 한번 받아나 볼까 하구요..
영옥 (빈정) 다 나았대메?
영숙 (눈치 주고) 그래~ 그 분이 아픈 부위에 손만 대면 바로 낫는다니까.. 나봐~ 얼마나 가뿐해~
영숙, 정말 가뿐한 듯 경쾌하게 스탭 밟아본다.
씬25/ 서점 안(D/ENG)
부록, 손님없는 서점을 둘러보다가
캐셔기를 열어보는데 돈 한푼 없다.
부록이 바꿔다 놓고 채 뜯어놓지도 않은
동전 꾸러미들 뿐..
부록 (답답한 듯) ..가게 유지비나 나올라나 모르겠네..
씬26/ 다른 서점(D/ENG)
근처 서점 상황을 보러 간 부록.
서점 앞에 늘어서 있는 오락기, 자판기..
책방을 가려 안보일 정도다.
부록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저어기 학교 아래쪽 책방 새로 인수한 사람입니다~
주인 (새로 온 책 꾸러미 풀다) 아.. 네.. 안녕하세요~
부록 (가게안 휘 둘러보며) 어떻게 장사는 잘 되십니까.. 허허..
주인 (답답한 듯) 보시다시피.. 뭐 애들 참고서 쪼가리나 팔아서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죠..
부록, 민망함에 별 말 못하고.
주인 (푸념) 요샌 인터넷 서점이네 뭐네해서 책값을 하두 깎아주니 우리처럼 정가 다 받는 가게에서 누가 책 사려 드나요..
부록 그렇죠..
주인 책 대여점까지 생기니 사서 보려는 사람도 없고.. 요샌 책보다 오락기, 자판기 같은 걸로 돈 벌죠.. 책 사러 왔다가 오락한번 하는 게 아니라 오락하러왔다가 책 한번 보는 정도랄까..
부록 (할말없는) 네...
주인 요새가 그런 세상이예요.. (부록보고) 참 어려울 때 힘든 일 선택하셨네요..
부록, 이마의 진땀만 연신 닦아낸다.
씬27/ 기 치료실(별도 SET)
텅빈 방 정 중앙에 피라미드가 놓여있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기 치료사.
사람들 꽤 많이 모여있다.
혜옥 어머. 일찍 온다구 서둘렀는데도 이렇네..
우현 (기대에 찬) 진짜 효과가 있나 보네요~ 와..
영숙 (신난) 아 날 보면 몰라?
영옥 (앞쪽 보며) 아유.. 한참 걸리겠네..
우현 (기대) 그러게요.. 빨리 받아봤음 좋겠는데..
우현, 고개 빼고 치료 모습을 보고.
씬28/ 사무실(D/ENG)
정민, 사무실 안에서도 골프채 잡고 스윙연습.
그러다 재떨이 떨어져 쨍그랑
정민 (밖에 대고) 아무것도 아니예요~ 일 보세요~
정민, 몇 번 더 스윙연습 해보다가
정민 (씩 웃으며) 이 정도면 스윙 폼은 완벽하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르쳐 주면 되겠다.. (전화걸어) 어 윤아씨~ 오늘 저녁! 준비됐어?
윤아 (F) 뭐?
정민 뭐긴~ 김정민 프로와의 일대일 골프 교습말야~
윤아 (F) 아.. 그거.. 어차피 업무상 배우는 거라서 회사에서 레슨비 대준대.. 그래서 그냥 근처 골프장에서 배우기로 했어~ 정민씨 괜히 바쁜데..
정민 (실망) ..그래?
윤아 (F) 미안해.
정민 아니야.. 그래.. (끊고 씁쓸해지는 정민)
세워둔 골프채 발로 툭 차서 쓰러뜨린다.
씬29/ 기 치료실(별도 SET)
할셋 앞의 한 사람 치료받고 있고.
영옥 (주변 돌아보며) 아 사돈은 화장실 간다더니 왜 이렇게 안와..
그때 표정 질려서 들어오는 우현.
영숙 아 왜 이렇게 늦었어~
우현 (표정 안 좋은) 저.. 그냥 갈래요..
영옥 아, 상견례 전에 붓기라도 빼야할 꺼 아냐~
혜옥 그래~ 우리 차례 다 됐어~
우현, 그냥 가려는데 할머니들 우현 잡고
치료사 앞으로 끌고 간다.
영옥 (웃으며) 저기.. 우리 사돈인데 이가 부어갖구 말도 잘 못해요~ 좀 봐주슈~
우현 (울상으로 고개빼며) 아니예요~저 안 아파요~
기 치료사 온화한 표정으로 천천히
왼손을 우현 입에다 갖다대려하자
우현, 기겁하고 도망 나가는
영옥 (놀라) 아 사돈~!!
혜옥 사돈 왜 저런데?
할머니들, 왜 저러나 싶고.
씬30/ 동네일각(D/ENG)
허겁지겁 도망친 듯 숨고르는 우현.
우현 (숨 고르며) 헥헥.. (그러다 뭔가 생각나는 지 진저리) 걘 왜 하필 왼손이야~
플래시 백/ 기 치료실 화장실..
우현, 세면대에서 손 씻고는 손 닦을
수건이 없자 개인공간 안을 들여다보는데
우현 (갸웃) 화장지는 없고 저 물바가지는 뭐야..
우현, 나와서 손 씻는데 기 치료사
화장실로 들어서고.
우현 (앗, 영험하신 분이다!) 아..안녕하세요..
기 치료사 대답 없이 웃어보이곤
개인공간으로 들어가고.
우현 (혼잣말) 역시 보통 분은 아닌 거 같아.. (하다) 아, 휴지 없던데.. (문에 붙어) 저.. 도사님! 화장지 갖다 드릴까요?
치료사 대답없고.
우현 (문에 붙어) 화장지요.. 다 떨어진 것 같던데.. (하다가 뭔가를 생각하며 표정 굳어진다.)
우현, 문에서 떨어지며 갑자기 눈 커지는
놀란 우현의 표정 스틸 컷에서
/동네일각..
우현, 멍하니 서있는데
영숙 (E) 아 그냥 이에다 손만 딱 갖다대면~
우현 (쏠리는) 우욱..
씬31/ 서점 안(N/ENG)
부록, 심란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책도 휙휙 넘겨보다가 누렇게 변한 책을 본다.
부록 (전화하는) 여보세요 네 저 믿음 출판사죠? (사이) 네.. 제가 최부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 이번에 기탄잘리 좀 새로 주문하고 싶은데..
출판 (F) 아 기탄잘리요.. 근데 그거 찾는 사람이 없어서 초판발행만하고 끝났는데요..
부록 (어이없는) 아니... 대문호 타고르의 작품이 초판 발행만하고 끝나다니요?
출판 (F) 요샌 대문호, 노벨상 그런 거 판매량 하곤 전혀 상관없어요.. 저희도 문학전집 같은 거 출판 안한지 오랩니다.. 뭐 책이 팔려야 말이죠~ 요샌 얼마나 광고를 때리느냐, 아님 얼마나 트렌드에 맞게 사람들을 자극해주느냐가 판매부수를 결정하거든요..
부록 (왠지 화가 난다) 아니.. 그래도 출판사라면 돈이 안되더라도 출판의 사명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출판 (답답한 듯 OL. F) 아 말이야 그렇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박사장님도 힘들어서 가게 넘기신 거 잖아요.. 정 아쉬우면 사장님이 직접 찍어내는 방법밖엔 없겠네요..
부록 (갑작스레 현실이 느껴진다..) 네.. 알겠습니다..
부록, 전화끊고 서점가득 쌓인 책들을 본다.
부록 (E) 책과 함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마냥 행복했었다. 하지만 난 지금.. 나의 새로운 출발이 또 다시 변색되어 감을 느낀다.
부록, 책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씬32/ 원룸빌딩 앞(N/ENG)
정민,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원룸앞에
멈춰진 차에서 남자와 윤아 내리고.
정민, 멈춰서서 그 모습 본다.
윤아 (남자에게) 고마워요~ 그럼 내일 또 뵈요~
윤아, 차 떠나는 모습 바라보고 섰다가
안으로 들어가려다 정민보고
윤아 (평소처럼) 이제 와?
정민 (윤아쪽으로 걸어가며 E) 난 그냥 ‘응’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응’ 이라고만.. (불쑥 ON) 누구야?
윤아 어, 골프강사.. 은근슬쩍 작업 들어오는데 꽤 귀엽네.. 후후
정민 (웃으며 E) 이젠 진짜 아무대답 안해도 된다.. (ON) 뭐 보니까 별로 실력두 없어 보이네~
윤아 (피식) 정민씨가 어떻게 알어?
정민 나 같은 프로는 딱 분위기만 봐도 알지. 내가 프론 거 보여줘? (양말 벗어 하얀 발 보인다) 이거 봐~ 이게 바로 다년간 골프를 쳐온 진정한 프로의 발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배우라니까..
윤아 됐어.. 정민씨도 바쁜데..
정민 물론 바쁘지만 다 윤아씨를 위해서~
윤아, 아무말없이 정민을 바라본다.
윤아 (조용히) 됐어.. 나 먼저 갈게..
정민, 윤아의 달라진 눈빛에 아무말도 못한다.
윤아 (들어가다 돌아보며) 무슨 발이 그래~ 무슨 얼룩 강아지도 아니구.. 다시 칠해야 겠는데?
윤아, 살짝 비웃어주고 들어가는데
정민 (성급히 변명) 이게 저기 그 골프 치다보면 가끔 진땅도 있고 하니까 발이 여기까지만 흙에 묻혀.. (하다 스스로 한심한지 들고 있던 양말 집어던지고) 이젠 갖다 붙일 말도 안 떠오른다..
정민 맨발 구두위에 어정쩡하게 얹어놓고
서있는 모습에서. F.O
씬33/ 거실(N) - 에필로그
F.I.가족들 거실에서 과일 먹으며 담소 중.
우현 말없이 과일만 깎는다.
영옥 왜 접때 양로원에서 어깨 다친데.. 여기 딱 뭉쳐갖구 안 풀리더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잖냐..
혜옥 진짜 신통하다.. 에이 사돈도 한번 받아보지 그랬어.. 치과는 무서워서 싫다며..
우현 (아파하며) 그냥.. 무서운 게 차라리 나아요.
부록 그게 그렇게 효과가 있대요? 저도 며칠전부터 혓바늘이 심하게 돋아서 고생인데..
영숙 그래? 그럼 받아봐~ 상견례 자리에서 혓바늘땜에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그럼 안되지.. 그냥 혀에다가 그분이 손만 갖다대면~
우현, 갑자기 헛구역질 우욱..우욱..
영옥 (놀라) 아니..사돈.. 갑자기 왜 그래?
우현 (우욱거리느라 말도 못하고 괜히 부록 보면서 고개만 절레절레) 우욱..우욱..
부록 이 자식.. 이게 내 얼굴을 보면서.. 이걸 그냥~
우현, 눈물까지 그렁해서는 계속 부록
말리려는데서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