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해 사찰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곳, 남해 최고의 일출명소로 손꼽히는 곳, 우리나라 4대 기도처 중의 한 곳.
이렇듯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어 바다를 품고, 해를 품은 곳 전남 여수 ‘향일암’. 그 아름다운 절 풍경들이 그리워 이른 새벽 예고 없이 차를 몰아 여행을 떠났다. 그 겨울의 장관을 연출한 일출과 스산한 바닷바람 그리고 절집 앞마당에서 바라본 거침없이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그 곳에서 담아온 그 모든 풍경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늘 내 가슴속에 그리움으로 묻혀있다. 언제고 그 그리움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때 즈음에 난 다시 그곳 향일암으로 향할 것이다.
2005년 겨울, 남해 고속도로 순천 인터체인지에 내려 순천 시내와 여수 시내를 지나 돌산 대교를 건넌 뒤 남해와 맞닿은 육지의 끄트머리인 돌산도 임포항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6시. 이른 새벽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남해 최고의 일출로 손꼽히는 향일함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차 문을 열자 겨울 끝자락에 선 이곳 임포항의 바닷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일출이 시작 되려면 아직 여유가 있어 차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6시30분 등산화를 동여매고 배낭을 꾸려 향일암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이라 마을 주위엔 불 꺼진 상가들과 식당들만 보였고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상가들을 지나 향일암으로 가는 첫 관문인 108계단을 만났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108계단을 조심스레 걸어 올라서니 향일암으로 가는 관문이라 불리는 돌문이 나왔다. 그것도 옆으로 서서 지나야 겨우 빠져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협소한 바위굴이다. 108계단을 지나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는 두 개의 돌문을 지나야한다. 이 돌문들은 이미 향일암의 명물이 되어 있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본디 향일암으로 들어서는 길은 북쪽으로 나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풍수학적으로 향일암은 해를 바라보는 동향건물이라 출입문이 동쪽에 있어야 절이 흥한다는 전설이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던 1971~1972년, 양년동안의 불사로 절 입구를 동쪽으로 내게 되었는데 그 후로 신기하게도 섬이었던 돌산도가 돌산대교로 육지와 연결이 되고 도로가 새롭게 포장되어 향일암을 찾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남에 따라 절이 크게 성하여 번성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동쪽으로 새롭게 출입구를 만들기 위해 돌을 들어내고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돌문이 생겨나게 되었고 더불어 향일암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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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만나는 향일암의 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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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분명 향일암이 유명해진 것에 일조를 했음직한 돌문은 여느 사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마치 극락으로 가는 관문 같이 느껴지는 그 돌문을 힘겹게 비집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돌문이 나온다. 그렇게 두 개의 돌문을 지나 6시50분 쯤 되었을 무렵 절 마당에 들어서니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이 먼저 와 해를 기다리고 있다.
향일암은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해를 향한 암자라 하여 붙여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동향을 바라보는 향일암의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일출은 국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장관이라 한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그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어 하루 숙박비가 수십 만원을 호가 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그 유명세를 가늠하기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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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절마당에서 바라본 일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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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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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일출을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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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이른 새벽 그 일출을 보기위해 나보다 먼저 와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어슴푸레 밝아오는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바라본다. 막힘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그 풍경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어느새 하늘과 바다는 붉은 빛과 푸른빛으로 물들어가고 마치 터질 것만 같은 이글거림으로 끌어 오르기 시작한다.
7시 27분 드디어 기다리던 해가 솟는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광경인가? 너무도 가슴 벅찰 정도로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거침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사이 그 붉디붉은 빛의 오름은 분명 여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일출과는 다른 것이었다. 마치 일출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듯한 5분의 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렇게 해오름이 끝나자 그제야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와! 정말 멋지다.” “와! 정동진 일출보다 훨씬 더 멋지다 그치?” “이렇게 멋진 일출은 내 생애 처음 본다.”
제각기 다른 표현들의 감탄사들을 뱉어냈다. 역시나 그 명성에 걸맞은 너무도 멋진 장관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오래전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일출후로 이렇게 감동적인 일출은 처음이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늘 느끼는 사실이지만 이런 멋진 장면들은 찰나에 지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30분 아니 10분 동안만이라도 지속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나버린 것이 너무도 아쉽다. 그러나 더없이 행복했던 5분 동안의 시간에 만족하며 이제 향일암을 천천히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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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대웅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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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향일암은 화엄사의 말사로 659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으며, 금오암 영구암 등으로 불리다 1715년에 인묵대사가 ‘해를 향하는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연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한 향일암은 대웅전과 관음전, 칠성각, 취성루, 요사채등의 건물로 이루어 져있는데 그 어느 곳에서든지 바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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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전으로 가는 길의 돌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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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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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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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특히 대웅전 뒤로 나있는 돌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관음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욱 시원해 보인다. 이렇듯 한려수도와 다도해가 거침없이 펼쳐져있는 풍경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 그것이 이곳 향일암만의 매력이다. 역시나 임해 사찰 가운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멋진 절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위절벽 위에 아담하게 지어진 절터인지라 그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 모두 둘러보는데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환상적인 일출과 바다가 어우러진 기암절벽위에 지어진 멋지고 아담한 절 풍경을 선물해준 향일암을 내려오는 길에 향일암을 품고 있는 금오산에 잠시 올라 보기로 했다.
금오산은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 길이었다. 하지만 얼마 오르지 않아 빼어난 주위의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의 시야가 확보되어 그 경치에 빠져 힘든지도 모르고 기분 좋게 산을 올랐다. 기암들 사이로 나있는 철 계단을 오르며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치는 과히 일품이었다.
금오산을 오르며 유심히 보아야할 것들은 그런 멋진 풍경들만이 아니었다. 바로 금오산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인데 모두들 하나같이 거북의 등껍질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한 둘이 아니라 산에 있는 모든 바위들이 그런 모양이라 더욱 신기했다. 또한 금오산 능선에서 임포항 주차장 쪽을 내려다보면 마치 거북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듯한 형상을 볼 수 있었는데, 풍수학적으로 이곳은 거북이가 바다로 입수하는 형상의 ‘영구입수형’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 거북의 등에 해당하는 곳인 금오산의 바위들이 온통 거북의 등껍질 모양을 하고 있다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향일암의 옛 이름이 ‘영구암’, ‘금오암’으로 불리었던 것과 이 산의 이름이 ‘금오산’으로 붙여진 것 역시 이런 지형과 바위의 형상 때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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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에서 내려다본 임포항. 마치 거북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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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아슬아슬하게 잡고 오르는 철 계단들과 신기한 바위의 모양들, 시원하게 트인 조망들에 취해 오르다보니 어느새 금오산 250m 봉우리에 다다랐다. “와~~! 정말 장관이다~!” 북으로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남으로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풍경들이 펼쳐지고 동으로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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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절경들과 어울어진 금오산의 철계단(사진속의 바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거북등껍질 문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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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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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에서 바라본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풍경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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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향일암에서 20여분 정도의 거리인 이곳엔 금오산 정상을 알리는 비석 하나가 있다. 하지만 이 비석은 잘못 놓여있는 비석이고 서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바로 금오산 정상(해발 323m)이다. 이전부터 잘못 놓여 진 이 비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기가 금오산 정상인줄 착각하고 여기까지만 왔다가 내려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현재 비석은 있으되 정상을 표시해둔 글자는 비석에서 지워진 상태로 있다.
당초 산행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만 오르기로 하고 잠시 바위 봉우리 위에 걸터앉았다. 겨울이지만 겨울같이 않은 따스함이 내려 쬐는 아침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바삐 움직였던 탓에 그리 많은 것을 보고 격었음에도 겨우 오전 9시였다. 평소 주말 같았으면 이제 잠에서 일어났을 시간에 참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그런 뿌듯한 아침을 금오산 능선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정말 남다르다. 역시나 새벽 여행의 묘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떠나기 싫을 정도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앉아있다 보니, 왠지 이곳을 떠나고 나면 이곳이 무척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보았던 그 장엄한 일출이 그렇고, 지금 앉아 바라보는 이 멋진 풍경들이 그렇다. 그래서 쉬 발길이 떨어지진 않지만 그리울 땐 다시 찾기로 하고 힘겹게 자리를 일어섰다.
“언제고 일출이 그리우면 향일암을 찾을 것이고... 언제고 바다가 그리우면 그 또한 향일암을 찾으리라….“
>☞ 여행팁 1. 향일암 일출을 보기 위해선 꼭 그날의 일기예보와 일출시간을 체크하고 가도록하자. 2.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이지만 이른 시간에는 받지 않고 있으니,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3. 임포항에 들어서기 직전 길 왼쪽에 대형주차장이 있는데, 이른 시간에는 통과가 가능하지만 아침 9시 이후엔 이곳에 주차를 해놓고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야한다. 하지만 일출을 보기위한 이른 시간이라면 이곳을 통과해서 길 끝에 있는 거북이 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두면 된다.
☞ 주변 맛 집 정보 ▷ 황토방모텔 식당. 향일암을 갈 때면 꼭! 들리는 맛 집이다. 늘 해물 된장찌개를 먹는데,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버너에 즉석으로 끓이는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이다. 또 “아주머니 손맛이 그리워 다시 찾아 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싱싱한 굴 구이까지 서비스로 한 접시 챙겨주시는 걸 잊지 않으신다. 늘 찾을 때 마다 고향집에 온 듯한 정겨움이 흐르는 곳이다. 맛만 있다고 맛 집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인심과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맛 집이라는 걸 보여주는 곳. 또한 돌산도의 명물 갓김치 도 빼 놓을 수 없는데 이 식당에서는 갓김치도 직접 담가 판매하고 있다. 3kg에 1만원 이고, 아이스박스에 예쁘게 포장도 해 준다. 향일암 매표소 앞에 위치 해 있으며, 주 추천메뉴는 역시 해물된장찌개(1인 6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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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방모텔 식당'의 해물된장찌개가 나온 차림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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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
| ☞ 향일암 찾아가는 법 남해 고속도로 순천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여수방향으로 17번국도만 따라오면 순천시내를 지나고 여수 시내를 지나고 돌산대교를 건넌다. 그렇게 돌산도로 들어와 죽포리 봉덕초등학교 부근에서 ‘임포, 향일암’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을 하면 멋진 해안도로를 끼고 돌아 향일암 주차장에 이른다.
☞ 주변 연계 여행지 여수에는 볼거리들이 참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돌산대교와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미항 여수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돌산공원’이 있고, 이순신 장군의 근무처였던 ‘진남관’, 봄철 동백꽃들이 장관을 이루는 ‘오동도’, 천연암반으로 이루어진 ‘마래터널’,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