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10/3)엔 김제 지평선마라톤대회 심판을 보고 점심을 먹은 뒤 곧바로 고창으로 넘어가 장모님을 모시고 구미로 1박2일 나들이를 다녀왔다.
장모님의 언니가 거기에 계시다는데 구순이 넘으신 그분이 언제 돌아가실지 몰라 생전에 꼭 찾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룬 것.
둘째 처남네 아파트에서 자고 토요일 오전에 구미를 출발해 김천 직지사를 들르고 정읍 처제네 가게까지 거쳐서 고창으로 모셔다 드렸으니 결코 짧지않은 여행인 셈.
일요일 새벽, 아들내미가 알바 노가가 일을 나간다기에 인력센터까지 데려다 주고 채비를 갖춰 천안으로 향한다.
제1회 세계반려동물축전이 독립기념관에서 열린다는데 그 마지막 날에 열린다는 이봉주 애견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것.
부지런히 차를 몰아 대회장에 도착하니 8시30분 쯤 됐는데 아직 관계자들도 다 오지 않아서 썰렁!
우린 기존 마라톤대회처럼 출발시간에서 한시간 이전엔 도착해서 몸도 풀고 준비도 하는 것으로 생각했더니...
결국 10시30분 무렵 행사장에서 호출을 하는대로 출발지점으로 이동해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는데 견종의 구분으론 소형견과 대형견으로 나뉘고 견주를 기준으론 남여로 구분되니 종목이 4개로 나뉘는 셈.
근데 맨 처음 소형/여자를 내보내고 그 다음에 한참(5분)을 쉬었다가 대형/여자, 그리고 대형/남자를 보낸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출발점으로 이동을 하려는데 고지식한 산이엄마 아직 소형/남자는 부르지 않았으니 가만히 있으란다.
가만히 있으라...이 말을 들으면 큰일인데...
그러던 중 대회관계자 중 하나인 조카사위가 왜 나가지 않느냐고 묻고 그때도 집사람은 여전히 사회자가 호출을 하지 않아서라고...
그러던 끝에 시간이 상당히 흘러 뭔가 이상한 기분에 출발선으로 갔더니 이미 끝도 없이 개들의 행렬이 주로를 따라 펼쳐졌고 맨 후미까지 나간 뒤인데 이웅종교수가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왜 출발하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아까의 그 이야기를 똑같이 했더니 진행 관계자에게 몇마디 물어보곤 지금이라도 출발을 하라고 한다.
세상에 1.5Km대회에서 도대체 몇 분이나 지났는데...
앞서가는 대열이 인도를 따라 복잡하게 늘어서 있는데 거기로 가다가는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아 차도로 내려가 말리를 뒤세우고 질주하기 시작한다.
개를 데리고 걷고 있던 참가자들에겐 차도로 쏜살같이 질주해 올라가는 우리팀이 별난 볼거리가 되나보다.
그나저나 정문앞 로타리에서 출발해 목천IC앞의 건널목까지 갔다가 반대편 인도로 돌아오는 이 코스에서 선두는 어디까지 갔는지 반환점에 다다르도록 끝없이 개들의 행렬만 있을 뿐...
그러던 끝에 저만치 선두가 길을 건너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다 싶어 길을 무단횡단으로 가로질러 그 대열로 합류하고 이후부턴 달리던 속도 그대로 바람의 질주를 이어간다.
결승점까지 절반 정도 갔다고 생각했을 무렵엔 말리의 독주가 되었고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초반에 너무나 무리를 한 말리의 페이스가 한단계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니 뒤에서 사쁜사쁜 개줄을 잡고 나타난 이가 있으니 바로 이봉주선수와 그의 애견.
나를 앞질러 가며 낑낑거리는 그 모습이 국가대표의 마라토너의 그것관 딴판으로 신나고 재미있게 즐기는 것으로 느껴진다.
마치 아들내미 운동회에 나온 아빠들처럼...
뒤따라오던 말리에게 독촉을 해서 봉주네를 앞지르고...다시 엇갈리고...그러면서 골인!
어차피 이봉주선수네는 번외경기니까 순위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그 덕에 막판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즐길수 있었다.
말리의 우승인데 이건 뭐 4종목을 다 통털어서 종합우승이라고 해야 되지만 어차피 종목은 나뉘어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론 소형/남자부의 1등.
클리스탈로 된 입상메달이 수여되고 부상으로는 명품백이 주어진다.
2위 상품이 안면도 콘도 2박3일 숙박권이걸 보면 이 백의 가격이 짐작이 되는데...산이엄마가 최고의 수혜자가 되었다.
잘 키운 개 한마리가 열 자식보다 낫다!
행사장에 머물며 기쁨을 누리다가 은정이네 식구랑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운은 가시지 않는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지난번 대축전대회의 800미터 경기에서도 목이 깔깔할 정도로 질주를 하진 않았는데 이번엔 오후내내 기침이 나올 정도로 목이 난리가 났다.
목천IC방향으로 가는 길이 지긋한 오르막인데 그런길을 눈이 뒤집혀서 질주를 했고 또 그것을 뒤쳐지지 않고 따라오는 강아지며...하여간 두고두고 남을 대첩.
저녁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풀기 위해 천변으로 내려간다.
이틀간 운동을 못했고 애견마라톤대회에서도 아주 짧은 거리만 달렸기 때문에 조깅이라도 좀 해줘야 될 것 같다.
천변산책로를 따라 다가공원까지 올라간 뒤 충렬탑 뒷쪽까지 돌고 되돌아 오는 것으로 6.5Km남짓 될 듯.
시간은 37:37가 소요되었다.
(한일A~공원 16:59, 오르막 1'23", 상부공원 한바퀴 1'34", 내리막 1'35", 공원~한일A 16:05)
집으로 돌아오니 아들내미가 일을 마치고 와서 헉헉거리고 있다.
집사람과 셋이서 외식을 나가 막회에 소맥으로 유별난 하루를 기념한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더 많은 명품을 위해서 달리면 상금 사냥꾼(?) 소리도 들을지도.........
아무튼 잘 달리는 주인과 강아지 이야기는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아지는 주인과 공유를 위해서 달리는데 주인은 재물에 눈이 어두워가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