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올림피아 형님이 아들과 같이 한라산 등반했다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사진도 잘 찍으셨고 아주 다정한 아버지와 아들로 보여서 흠모(?)하여왔습니다.
제 아들도 이제는 한라산을 오를 수 있을 나이가 된 것 같아 작년 여름부터 계획을 세웠지요.
좀 컸는지 작년에는 지리산 노고단과 강화도 마니산을 갔었는데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1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 미리 수소문한 맛집에 들렀습니다.
저희 회사 제주도 현지 직원이 맛집 리스트를 보내줘서 동선에 맞게 식당을 정했습니다.
20분을 대기한 후 들어간 식당은 '올레국수'
메뉴는 고기국수 단 한가지였고 7천원이였습니다.
(먹고 나오는 사람들이 맛있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사실 저희 회사 회장님이 제주도 가면 자주 간다는 곳입니다.(회장님 고향이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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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푸짐한 돔베 고기가 특징이고 맛이 담백해서 아들도 한그릇 뚝딱 맛있게 해치웠습니다.
(많을 것 같아 제가 한 젓가락 먹었더니 더 이상 뺏어먹지 말라고 하더군요^^;)
숙소는 제주터미널 근처 캐피탈모텔로 정했는데 이곳은 제주도 출장을 많이 다녀 본 직원이 추천해 준 곳입니다.
터미널 근처에서 그래도 가장 깨끗하다고 하는데....서울 기준으로 그냥 보통 모텔 정도였습니다.
'야놀자'란 앱을 통해 예약했더니 5% 할인이 되더군요. 숙박료 4만원.
참고로 제주터미널 건물 2층에는 탐라탁구장이 있습니다.
저녁에 잠깐 구경만했는데....뒷 공간이 넉넉치 않고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오후에는 근처 민속자연사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평소 박물관 관람을 좋아하는데....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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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터미널에서 15~20분 정도 걸어서 '해맑은 말집'이란 곳에서 먹었습니다.
이곳도 추천받은 곳인데 그냥 동네 식당 분위기였고 종업원없이 주인 아주머니 혼자서 장사하셨습니다.
말구이 2인분을 시켰더니 기본으로 말국이 나왔습니다.
스프 같은 말국은 의외로 엄청 맛있더군요.
참고로 말구이 1인분은 3만원, 2인분은 4만원/ 말국은 6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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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테이블의 젊은 남녀커플 손님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다가 급기야 술까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가 되었네요. 연락처도 주고 받고 나중에 전주에 오면 맛집 소개해 준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모텔을 나섰습니다.
산행에 필요한 짐들만 챙기고 나머지 짐은 터미널에 짐을 맡겼습니다. 보관료는 5천원입니다.
한라산의 진달래밭대피소에서 더 이상 겁라면을 팔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컵라면도 두개 챙겼습니다.
터미널의 식당에서 간단히 국수로 아침을 때우고 6시 24분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성판악에 도착하여 매점에서 김밥 2인분을 주문해서 가방에 넣고 출발했습니다.
참고로 김밥은 1인분에 3천원인데 단맛이 좀 강하지만 맛있었습니다.
왕복 9시간으로 적혀 있는데 아들이 있어 10시간 정도로 예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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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할 때는 웃었지만.....내려올 때는 초죽음이 되었다는....
12시까지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야 정상으로 갈 수가 있다기에 일찍 출발한다고 했습니다만 오전 7시 반에 출발했네요.
경사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젠을 차서 그런지 중간 중간 쉬엄쉬엄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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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넥시 가방은 등산용으로만 사용하게 되네요^^)
정상까지 2/3 지점에 있는 진달래밭대피소에 11시가 조금 넘어 도착해 준비해 온 컵라면과 김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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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밭대피소에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 걸린다는데...식사 중 방송이 들리더군요. 정상에서 1시 반에는 하산을 해야 한다고요. 헉!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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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앞서게 해서 가는데 힘이 드는지 계속 투덜거리더군요.
어르고 달래고 심지어 1시 반까지 못가면 정상을 볼 수 없다는 협박으로 아들은 꾸역꾸역 올라갔습니다.
중간 중간 1분씩 쉬던 것을 30초만 쉬고 올라는데....
처음에 입구에서 봤던 초1 여자 아이가 내려오고 있더군요. 벌써 정상을 보고 내려오나 했는데 물어보니 중간에 포기했다고 하네요. 자세히 보니 아이가 울먹이더군요. 아마 오버페이스로 체력이 다했나봅니다...
중간 중간 들어 누워있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다리에 경련이 난 청년도 있더군요.
계속 시계를 보며 아들을 다그친 끝에 마침내 1시 25분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보는 순간 아들은 자신이 언제 짜증냈었나 싶을 정도로 활짝 웃으며 기분이 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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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왔음을 인증샷으로 남겼습니다. 사진 찍으려는 줄이 꽤 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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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라는 방송이 나와서 천천히 내려가며 미처 잘 보지 못한 풍경도 보고 커피와 핫초코도 마시며 느긋하게 순간을 즐겼습니다. 나중에 닥쳐올 고난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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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시간을 계산해 보니 잘못하면 저녁 먹을 시간도 없이 비행기를 타야겠더라고요.
또 한 번 아들을 다그치며 부지런히 내려온 끝에 다행히 6시 전에 성판악에 도착했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정상등반 인증서도 받았습니다.
참고로 정상등반 인증서는 천원이고 오후 6시가 되면 직원들이 퇴근하기에 그 전에 와서 신청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한라산 등반에 관한 짧은 소개를 마칩니다.
<팁>
1. 아이를 동반하고자 할 경우 가능한 일찍 출발할 것을 권합니다. 7시 이전
2. 쉬는 타이밍은 아이와 규칙을 정해 놓으면 좋습니다.
(하산할 때 500번을 다 세면 1분간 쉬는 걸로 정했습니다. 대략 1천걸음마다 쉬었지요)
3. 온수는 충분히 가져 가시고 과일, 쵸코바도 꼭 챙기세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사탕과 쵸코바를 많이 나눠주시더군요. 아이가 대견하다며...)
4. 등산장비는 온쉐어라는 곳에서 대여를 했는데 장비 없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숙소까지 배달이 됩니다.)
첫댓글 대단하십니다^^아들이 몇살인가요?
저도 아들딸좀더 크면 도전 해봐야겠습니다^^
멋진사진도 잘봤습니다^^
이제 10살입니다. 곧 4학년 올라가요^^
꼭 도전해 보세요~
@탁구왕김제빵 전 큰딸이 이제2학년올라가고 아들은7살 됩니다ㅋ 2년정도 있음 도전 해 봐야 겠네요^^
@희주람필 2년 동안 근처 쉬운 산부터 다니시는 것이 도움이 될거예요.
2년 후 멋진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보기 좋습니다.^^
박pd님도 얼렁 아들하나 만들어서 도전! 아니면 쌍둥이 조카라도 데리고...
대단하십니다~~
지호는 더 대단하네요..
저도 딱 요때 한라산 갔다 엄청난 눈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지호 다리 괜찮나요? ㅋㅋ
저는 걷기도 힘들정도에서 제주도 여행까지 하느라 진짜 고생했거든요.
암튼 아드님과 다정한 정상 정복 축하드립니다~~^^
집에 밤 12시 넘어 도착해서 담날 12시 넘어서 일어나더군요. 잠 최고 신기록 경신했다고 좋아하더군요...
내려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했어요.
아들 : 아빠는 다시 태어나면 뭐로 태어나고 싶어?
나 : 아빠는 아무것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세상 행복하게 살다가 끝나는 것으로 만족할게.
나중에 아빠 죽으면 슬퍼할 필요없다. 그냥 즐거운 기억을 갖고 살다 죽으면 되는거야.
아들 : 아빠는 이렇게 힘도 쎄고 건강하니까 죽지 않을거야...
@탁구왕김제빵 불사신 아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 아빠....
지호의 믿음이 느껴지네요~~^^
슈미는 허벅지는 에베레스트급인데..
등산은 아주 싫어합니다^^;
지호는 대단하네요^^
슈미는 치킨으로 유혹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ㅎㅎㅎ
보기 좋네요. ^^
감사합니다.^^
한라산의 정기를 받고 오셨겠네요 ^^
제 (조금이나 남아있는) 정기를 뺏기지나 않았나 모르겠네요.^^
아빠와 아들^^사랑스럽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아닌 계절에도
힘들텐데ㅠㅠ
대견하네요
산을 좋아하고
많이 다닌사람으로서
축하합니다
우리애들도
어렸을때 끌려서
설악산등등~~~
설악산 울산바위도 겨울에 오를만한 곳이죠.^^
부럽습니다 겨울 한라산은 와이프랑 같었는데 저도 아들이 크면 제주 올레종주 해보고 싶네요 둘이서~~
사실 딸이랑 더해보고 십다능~~^^
제 아내는 산을 싫어해서요.
올레 종주하려면 한 일주일 이상은 잡아야할 것 같네요.
아들한테 같이 하겠냐고 물어봤다가 쿨하게 거절당했습니다.
@탁구왕김제빵 아마 저도 거절 당할듯 합니다 ㅎㅎ
지호는 참 대단하네요
아빠야 그렇다 치지만~^^
참 똘똘한아이 ㅎㅎ
퇴근 후 집에 왔더니 그림을 그려놨네요. ㅎㅎ
너무 잘 그리는데요. =_=;; 깜짝 놀랐습니다. 멋지다.
잘 그렸네요~^^
산 모양하고 계단
그리고 아빠와 아들~~~
@탱크오산 자세히 보니 셀카봉으로 사진 찍는 사람도 있네요.ㅎㅎ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제주도는 겨울에도 좋네요... 즐거운 여행되셨겠네요...^^
고생 좀 했지만 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함께 추억 만들어서 즐거웠어요.^^
아들을위한 자녀에게 최고의 아빠
자꾸 제빵님 글 보면서 뒤돌아보게 되네요 멋지고 부럽습니다~~^^
태수님도 저에게 항상 자극을 주시죠.
식욕! 부산 가게 되면 맛집 소개 부탁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