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장석민
지루한 장마철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어떤 날은 햇볕이 쨍쨍하여 ‘폭염주의보’, ‘폭염경보’가 발령되기도 하는 계절이다.
햇볕이 비추다가 갑자기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볼 때 푸른 하늘이 보이거나 햇볕이 비추고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늘 아침에도 햇볕이 비추니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창밖에 보이는 산을 바라보려고 발코니 쪽으로 가다 보니 발코니 창 방충망 바깥쪽에 참매미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울지 않고 가만히 붙어있는 것을 보니 암컷인 모양이다.
매미는 수컷만 운다고 한다.
아파트가 산자락에 있다 보니 여름철에는 여러 가지 곤충, 벌레들이 방충망에 붙곤 한다.
가끔 까치도 발코니 창 난간에 앉았다가 가기도 한다.
매미가 날아가지 않도록 가까이 가지 않고 가만히 두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자세를 바꾸면서 매달려 있다.
오후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오니 날아가고 없다.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졌으니 비를 피해서 어딘가로 날아갔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매미는 종류가 많다고 하는데 요즘엔 참매미는 그다지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가로수에 붙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는 대부분 말매미다.
예전에 어렸을 때 산골에서는 여름엔 매미 잡아서 가지고 노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 놀이였다.
‘맴 맴 맴’ 울고 있는 매미를 찾아 살금살금 나무 아래로 가면 나무 중간쯤 높이에 붙어서 울고 있는 매미가 보인다.
나무를 조심스럽게 기어 올라가서 손으로 덥썩 잡아서 가지고 내려와 매미 다리를 실로 묶어 날려 보내면 실 길이만큼 날다가 내려 온다.
그렇게 매미와 함께 노는 것이다.
별다른 놀이가 없던 때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이 놀이가 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여름엔 매미 잡아서 가지고 놀고, 냇가에 나가 물고기 잡고, 멱감고 노는 것이 시골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 풍경이었다.
매미를 가지고 놀다가 날지 못하게 되면 집에서 키우는 닭에게 준다.
닭은 좋은 간식을 주는구나 생각하고 잘 먹는다.
예전엔 참매미가 많이 보였는데 도시에서는 참매미는 잘 안 보이고 말매미가 대부분이다.
매미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매미는 참매미, 말매미, 털매미. 애매미, 풀매미, 쓰름매미 등 약 14종 정도라고 한다.
매미의 일생은 인고의 세월인 듯하다.
매미 성충이 되기까지는 7년의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오랜 세월 기다려서 성충이 되어 겨우 7~20일 생존하게 된다.
한여름에 울음소리를 내어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하고 일생을 마친다.
짝짓기한 매미는 알을 나무줄기 속에 낳게 되고 매미의 알은 나무줄기 속에 있다가 다음 해 6~7월에 유충이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7년의 세월을 굼벵이로 지내게 된다.
그동안 4차례의 변태 과정을 거친다.
땅에서 기어나와 나무에 매달려 번데기에서 매미로 우화 되어 매미로서 여생을 뜨거운 여름에 보내게 된다.
예로부터 매미의 오덕(五德)을 말해왔다.
첫째는 학문(學問)이다.
매미의 곧게 뻗은 입이 갓끈과 같아서 학문에 뜻을 둔 선비와 같다 고 했다.
두 번째는 염치(廉恥)다
사람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다고 하였다.
곡식을 해치는 온갖 벌레와 조수(鳥獸)가 얼마나 많은가?
매미는 곡식은 전혀 해치지 않고 이슬과 나무 수액만 먹는다.
세 번째는 검소(儉素)다
집을 짓지 않으니 욕심이 없이 검소하다고 했다.
네 번째는 신의(信義)다
죽을 때를 알고 스스로 지키니 신의가 있다고 하였다.
다섯 번째는 청렴(淸廉)이다.
깨끗한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사니 청렴하다고 했다.
이렇듯 매미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좋아하는 곤충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익선관(翼蟬冠)이라는 모자가 있다.
모자 뒷면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하여 익선관이라 한다.
세종대왕 때부터 정무를 볼 때 반드시 익선관을 썼다고 한다.
임금은 익선관을 썼으며, 관료는 관모(冠帽)를 썼다고 한다.
관모는 매미의 날개 모양이 옆으로 선 모자를 말한다.
관료들에게 관모를 쓰도록 한 이유는 매미의 오덕(五德)을 망각하지 말고 선정을 베풀어 청렴하고 강직하게 백성을 다스리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와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지루한 장마철이 계속되고 있는 여름날 어느 아침에 찾아온 매미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인 듯하다.
지루한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고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했볕이 비추는 날도 있지만 시간은 흘러 여름도 꽤 많이 지나온 듯하다.
처서(處暑)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참으면 시원한 계절이 오게 된다.
처서 지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찬 바람이 불어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때쯤에는 매미는 자연 속으로 산화할 것이고, 매미의 후손이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아침에 발코니 창에 왔던 매미는 창밖에 보이는 산속으로 날아가 어느 나무에 붙어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망연히 산을 바라보고 있다.
첫댓글 제가 있는 사무실에서도
지금도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매미의 오덕과
매미의 일생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폭염 속에서도 나무 그늘에 가면 매미 소리는 시원하게 들립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익선관, 관모의 뒷면이 매미 날개이군요.
매미의 오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매미가 다시 보이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우리집 바로 앞 공원 주변에 숲이 있는데 직선 거리로는 10m나 될까?
떼거지로 울어대는 통에 귀가 먹먹할 때도 있어요.
그렇습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들었던 매미 소리와 도시에서 듣는 매미 소리는 느낌이 또 다르죠
여름엔 폭염이 있듯이 매미 소리가 여름철 세트 메뉴인지도 모르니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開東 선생님!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덕분에 매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가끔 매미가 가까이 날아와서 시끄럽게 울어 대면 귀찮다고만 여겼지요.
매미의 생태를 보니 사람에게 해롭지 않을 뿐 아니라 미덕을 배울 수 있는 곤충이군요.
매미들이 우는 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들의 종족 번식을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매미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니 시끄러워도 조금만 참으시면 여름 지나갈 듯합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