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경찰입니다. 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나 응급상황에 나서는 사람들은 소방관입니다. 두 직종 모두 나라를 이끄는 데 너무도 필수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관은 하는 역할이 조금 차이가 납니다. 경찰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부터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소방관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점검을 해야 하지만 그 강도에 있어 아마도 경찰의 임무가 더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은 이제 세계의 경찰보다는 세계의 소방관 역할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미국의 어린이들 가운데 장차 되고 싶은 사람가운데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소방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경찰보다 훨씬 윗선에 위치합니다. 소방관은 봉사와 희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뭔가 강압적이고 다소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방관들의 이미지가 더 좋은 편입니다. 미국은 그렇게 되고 싶은 것입니다. 경찰처럼 다소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웃을 돕고 친화력을 발휘하는 그런 나라가 되고 싶은 것이라는 말입니다.
미국은 좋던 싫던간에 거의 몇십년동안 세계의 경찰역할을 해 왔습니다. 강한 이미지로 세계속에 군림했다는 말입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등장해서 응징을 하는 바로 마징가제트 역할을 미국이 수행해 왔습니다. 강력사건에서 사소한 이웃끼리의 다툼까지 미국은 담당했습니다. 5대양 6대주를 배경으로 슈퍼맨과 베트맨 그리고 스파이더맨 역할까지 수행해 왔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찰역할을 하기위해 실로 엄청난 경비를 지불했습니다. 매년 천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국방비에 쏟아부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물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경찰로 미국이 5대양을 지켰기에 다른 수많은 국가들이 해적들의 침범없이 무역을 하고 항해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타국들은 미국의 이런 역할을 당연하다고 판단하지만 말이죠.
그런 경찰 역할의 댓가로 세계의 통화인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을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돈을 세계의 통화 역할을 하는 댓가로 경찰 역할을 수행하며 그 예산을 사용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달라졌습니다. 미국 혼자 경찰 역할을 하기에 너무 버겁다는 생각을 한 듯 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세계 2위국가로 성장했고 일본과 호주 한국도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 동맹국들이 그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미국이 여러측면에서 중국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을때 동맹국들은 당연히 미국의 편에서 서서 같이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막대한 군대를 운영하기 위해 군인을 모아야 하는데 갈수록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군인 한사람 한사람의 능력이 뒤지는 것같고 인건비를 포함해 경비가 감당이 안될 정도가 되었다고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위한 나토의 경우에도 유럽국가들이 그냥 무임승차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유한 유럽국가들이 미국에 뒤에 서서 그냥 무임승차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지요.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태평양 제패의 야욕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의 침범우려 속에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데 있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일본과 한국이 미국의 뒤에 몸을 숨기고 모든 것을 미국에게 일임하는 자세에 대해 불쾌감을 갖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주한 미군이나 주일 미군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남하 그리고 북한의 침략을 방어하고 태평양의 안보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의 남하는 일본이, 북한의 침범은 한국 스스로가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집권 말기에 미국 국방부가 작성해 의회에 넘긴 기록에도 그런 사항이 직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이 북한의 침략에 대한 방어에 중점적으로 나서되 미국은 후방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방식이지요. 지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뤄지는 무기와 군수품은 미국과 나토가 지원하되 실제 전투는 우크라이나 군인이 하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이건 당연한 것입니다. 주한 미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전쟁 억지력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 남북의 대결에서는 한국 병력이 거의 대부분을 담당해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낸 것입니다. 분쟁 즉시 개입하는 경찰 역할이 아니라 유사시 불을 꺼주는 소방관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도이라고 읽혀집니다. 전쟁시 미군이 직접 앞장서 나갈 경우 많은 희생자가 따를 것이기에 전방에는 한국군이 그리고 미군은 후방에서 지원사격만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기록이라고 보입니다.
미국의 생각에 토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단지 북한이 핵무기를 동원할 것에 대비한 핵우산 역할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입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가 반대하겠지만 말입니다. 미국이 경찰역할에서 소방관 역할로 변하고 싶다는 의도를 알았다면 이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미군은 없다고 생각하고 전쟁수행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의 국방 안보를 한국군 홀로 책임진다는 각오가 절실합니다. 물론 지금도 한국군 책임자들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유사시 주도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각오로 국방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트럼프가 다시 집권을 할 경우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엄청나게 불어날 것이 확실시됩니다.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제대로 파악한 뒤 그에 따른 새로운 전략과 전술 마련이 절실합니다. 물론 군관계자들이 잘하고 있으리라 여겨지지만 더욱 각오를 새롭게 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24년 2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