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시골에 살 때 겨울 놀이라면 팽이 돌리기와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기
뙈기 치기, 다마(구슬) 치기 등이었다. 유리로 만든 다마는 장날에 장에 가서 돈을 주고
사야 했으므로 귀해서 오야 다마로만 썼다. 그외의 다마는 오무실 밭둑 밑에서만 나는
진흙(찰흙)을 떼어 와서 물과 반죽하여 조금씩 떼어 손바닥으로 동글동글하게 비벼서
다마를 만들어 햇볕에 잘 말렸다가 다마치기를 했었다. 흙으로 만들었기에 여러번 부딪
치거나 오야 다마에 맞거나 하면 박살이 났다. 그런 흙구슬이라도 다마치기에서 따면
기분이 날아갈듯이 좋았고 세상을 다 가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어떤 때는 동네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그곳에다 진흙을 떼러 갔다가 책보를 밭둑에 팽개쳐 놓고 그냥 흙뭉치만
들고 왔다가 다음 날 학교 갈 때가 되어서야 책보따리를 찾아 난리를 친 일도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아무리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 가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구슬은 재료에 따라 흙으로 만든 구슬도 있지만 보통 아이들 놀이감으로는 유리로 만든 것이
많고, 공업용 볼 베어링도 구슬이다. 옛날 중국고사에 나오는 화씨의 옥으로 만든 구슬이
보배였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꿰는 구슬이란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찾아 보지 못했다.
글을 쓰다 보니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기사나 글이 마음에 들 때나 다음에 참고를 할 만 하다고
판단될 때는 스크랩을 해 둔다. 요즘은 인터넷 기사가 많아서 대부분은 컴퓨터로 캡쳐하지만
종이 신문은 아직도 가위로 오려서 보관하는 데 그때그때 정리하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게로
다음으로 미룬 것이 몇 박스가 되는지 모른다. 현직에 있을 때는 바빠서 그랬다고 하지만 지금은
백수인데도 게으른 탓에 미루고 산다.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그대로는 쓸 수가 없다. 글 쓸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