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장날은 4일과 9일이다.
시골생활이란 게?
딱히 사람을 만나는 스케줄이 그리 많지를 않아
장날 아침이면
사람 구경도 할 겸
아침밥 사 먹으려고 장터로 출근을 한다.
장터에 자리한 허름한 분식집
평일에는
팥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떡국, 김밥 등을 팔며
장날에는
새벽에 나온 상인들을 대상으로 아침 8시 30분까지 백반을 판다.
백반 가격은 7,000원
요즈음 나오는 반찬류는
갈치구이, 겉절이, 콩자반, 나물(호박, 가지, 고구마순)
메추리 알 포함된 쇠고기 장조림 등 반찬종류가 10가지 남짓
콩나물 넣어서 끓인 김칫국은 오장육부를 시원하게 해 주는 느낌이다.
남도의 한정식(1인분 30,000원)보다는
장날에만 파는 분식집의 백반이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울 엄마의 짭짤한 손맛이 재연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분식집주인은
장날에 백반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보다
새벽부터 나와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한 사명감 때문에
아침 6시부터 식당문 여는 것과 반찬 만드는 게 귀찮지만
몸의 피곤함도 잊은 채 새벽부터 혼자서 상인들을 뒷바라지해 준다.
참고로 분식집주인은 성당 교우이다.
나는 평소 국수를 좋아한다.
삼시세끼 국수만 먹고살아라고 하여도 불만이 없다.ㅎㅎㅎ
남포동 뒷골목 할매국수집의 잔치국수
국수 면발에 살짝 데쳐진 정구지를 얹어 먹을 때 나는 정구지의 특이한 내음
서면시장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먹는 칼국수집
굵게 썰어진 크트머리 면발과 밀가루 내음이 나는 국물을 함께 후루룩 먹는 맛
이제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먹고 싶어도 못 먹는
남포동의 할매집의 잔치국수와 서면의 시장통 칼국수집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이곳에 와서 바지락 칼국수에 반해 단골집이 된 분식집
바지락, 홍합, 북어 살, 애호박, 홍당무, 파가 어우러진 국물의 맛을 맛보면
심청의 공양미 삼백석과는 아무 상관없이
심봉사가 분식집 칼국수 국물 맛만 보고 놀라서 눈을 뜨지 않았을까? 할 정도이다.
지난 늦봄
부산에 사는 친구 부부가 이곳에 놀러 와서 분식집엘 데리고 갔는데
친구는 나처럼 칼국수가 맛있다며 따봉을 외치는데
친구 부인은 분식집 안의 허름하고 캐캐 묵은 냄새 때문에 칼국수 먹기를 거부하였다.
샤넬 5번 향수를 찍어 바른 친구 부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와
허름한 칼국수 집에서 나는 음식 내음이 찌든 캐캐 묵은 냄새 중에서
나는 친구 부인의 향수 내음보다 분식집의 찌든 냄새가 더 좋다.
물론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두 냄새 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로에 서 있다면
나의 살아온 경험칙에 의해서 당연히 찌든 냄새를 선택할 것이다.
토요일 아침
이 글을 쓰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점심으로 칼국수 먹으러 장터로 나가볼까? 고민 중에 있지만
갑작스레
부산극장 맞은편 18번 완당이 먹고 싶은 것은 무슨 심보일까?
첫댓글
부산극장 맞은편 18번 완당,
남포동의 할매집 비빔국수를 올려주시니
갑자기, 고향의 맛이 다가와서
점심메뉴는 비빔국수로 정했습니다.
뭘로 점심을 할까 걱정 중이었는데~
향수냄새 풍기는 것은
왜 거부감이 나는지?
부산 자갈치 시장
생선 비린내 풍기는 삶의 현장이지만,
자갈치 아줌마의 목소리도
이제는 정겨운 듯 합니다.
요즘
국수집에서 파는 비빔국수는
1회용 장갑을 끼고 비비거나
아니면 비빔양념이
봉다리에 넣은 스프처럼 나와
젓가락으로 비벼 먹다 보니
맛이 별로인것 같습니다.
옛날처럼
맨손으로 비벼서 나오는
비빔국수가 참으로 맛있었죠.
저의 경우
인공적인 맛이나 냄새보다는
자연적인것을 선호하다보니
비싼 향수 냄새가 별로인것 같아요.ㅎㅎㅎ
부산에서
조우 할 날이 있으면
18번완당집에서
완당, 김초밥, 모밀국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70년대 남포동 할매 비빔국수
눈물나게 매운 입가심으로
구수한 멸칫국물 양재기를
들이켜던 그맛
다신 먹어볼수 없을거같아요
노란 양재기를
말씀 해 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충무동에서
자갈치 들어가는 초입에
다시멸치(이루구)로 국물내어
국수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있는데
한번 드셔 보시면
옛날의 맛은 나지 않지만
옛맛이 조금은 나실것 같습니다.
부산 왕림하시면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10대 후반 틈나면 먹던
넉넉히 주시던 서면 뒤의 긴의자에서
먹던 칼국수~데이트하러 가면
영화보기 전후 먹던 완당집
모두 고향의 추억이 살아나네요
잘 보았습니다
60년 70년대
부산에서
학교를 다닌 청소년들이라면
서면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 집들을 모를사람도 없고
칼국수를 안먹어 본 사람들도 없을겁니다.
좁고 길다란
나무의자에 앉아서 먹었던 그 맛
그 때 그 시절이 좋았던것 같아요.
주머니 사정은 안좋았지만
낭만이 깃든 젊은 날의 추억입니다.
솜씨가 좋은
님께서
수필방에
좋은 글
올려주시길
학수고대하여 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중학교때
수학여행 와서
국제호텔에 투숙하셨다면
학교가 부자학교인것 같습니다.
조방앞에 있는
국제호텔
세월의 흐름속에
건물이 낡아서
지금은
고급호텔측에 끼이지 못하지만
영화 친구에
나올 정도였으니
옛날에는 고급호텔이었습니다.
언제가
꼭
부산에 오셔서
바다의 싱그러움에
취해 보시길 권하여 봅니다.
부산은
겨울바다가
멋있는것 같습니다.
보슬비님 글 읽으니 나도 18번 완당이 먹고 싶어져요. 참 맛깔나게 글을 쓰는군요
완당을 드셔 보셨군요.
닭고기 육수에
숙주나물 넣고
습자지처럼 얇은 수제비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나죠.
곁들여서
김초밥이랑 먹으면
금상첨화죠.
18번 완당집 원조는
제가 다닌 국민학교 근처에 있었습니다.
경남도청 건너편
하교할 때
친구들이랑
동전 몇푼 모아서
함께 먹어 보았던 완당
지금도 그 맛을 잊지못해
부산을 찾을땐
원조가 아닌
남포동 완당집을 이용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완당 대접 해 드리고 싶습니다.
파란게 데친 나물을
참기름 깨 넣고
조물 조물 무치고
온갖 양념을 다 넣고
만든
밑반찬 요리들
장날에
파는 분식집 백반
너무 먹고싶~다 ~ㅎ
요새
통 입맛이 없었는데
보슬비님이
글을 너무 맛있게 쓰셔서
배가 부릅니다
나물 무침에
참기름과 깨가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별로겠죠.
보슬비의
어름한 글에
님께서
참기름과 깨처럼
고운 말씀 해 주시니
황송하옵니다.
이곳으로
여행오실 기회가 되면
분식집 백반
꼭 사 드리겠습니다.
무더위때문에
입맛을 잃었는데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을 맞이하여
맛난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하십시요.
미국 생활 15년, 입에 맞는 한국 음식 찾기가 어렵더니 최근에 시골장터에 있을 법한 그런 맛을 내는 분식집 하나를 찾았습니다.
너무 맛있고 양도 풍성하고 옛생각도 나고해서 매주 하나씩 새 음식을 맛보고 있습니다. ㅎ
지금까지 제일 맛있는 음식은 순대국밥입니다. ㅎㅎ
연산동 부산여대 아래 군지단에서 군 생활을 해서 여러 지명들이 익숙하고 반갑습니다.
외박 나오면 가까운 서면으로 나가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님의 글을
대할때마다
여유로움이 묻어나
미국생활
안정귄에
들으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향수를 달래 줄
순대국밥 식당 찾은것
축하드립니다.
그곳의
순대국밥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국밥 내용물이
순대만 나오는지?
순대+돼지고기 또는 내장
섞어 나오는지?
들깨가루도 나오는지?
새우젓도 나오는지?
가격은 얼마일까?
많이 궁금합니다.
님과 저랑
부산이라는 하늘아래서
함께 숨쉬고 산
세월들이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지금의 서면중심가
밤에는
포장마차가 줄을 이어
불야성을 이루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상권이 발달하여
모든게 부유해 보이지만
우리의
젊은 날 일상들이
낭만도 있었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던것 같습니다.
@보슬비 1년 전부터 트럭드라이버를 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ㅎ
긴 세월의 고난들은 이미 저만치 지나간 시간들이니 애써 붙잡지 않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순대국밥 좋아했는데 그 맛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물들 다 나오고, 가격은 $12인데 양이 많아 두 번에 나누어 먹으니 싼 편이지요. ㅎ
부산은 광안리 해운대가 엄청 달라졌더니 서면도 많이 바뀌었나 봅니다.
완당 이라는 음식이 조금은
낮설게 느껴집니다
지방마다 재료는 비슷하나
요리과정이 다르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니 음식을 먹어보고
맛보는 재미를 인생살이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할 수 있지요
부산은 갈 곳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바다가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
젊었을때는
먹는것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맛집 찾으러
여행까지 하니
인생의 덧없음에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18번 완당은 음식접 이름인지
완당이라는 메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위에 열거하신 음식을 저는 좋아합니다 .
그래서 점심은 무엇으로 드셨나요 ?
요즘 한국 냉동 김밥이 Trader jod's 에서
불티나게 팔린다네요 .
김밥 , 잔치국수 저의 최에 식품입니다 .
18번완당
식당이름입니다.
완당은
수제비처럼
얇은 밀가루 피 안에
새우,고기를 넣은 것으로
쉽게 말하면
납작만두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1/3정도입니다.
님의 식성이
저랑 비슷한것 깉아요.ㅎㅎ
완당이 뭔지 모르지만
먹어보고 싶긴 합니다.
여기도 4,9일이 오일장인데
내일 장에 나가보려고 해요.
보슬비님 따라다니면
맛있는건 많이 먹을듯요.ㅋㅋ
님께서
쾌차하시면
부산여행 추천합니다.
부산가시면
단가높은 가이드 붙여
맛집과 명소들
빠짐없이 안내토록 할테니
빨리
낫기를 기원합니다.
오랜만에 완당이라는 단어 들어 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장터 분위기 좋아하는데
한정식이라 해 비싼 백반집만 유행하고
시골 7-8 천원 할머니 밥상같은 것은 사라지고 ㅎ
구수한 장터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건필 유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