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1주일간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주변에서도 좀 걱정했고 저도 이번엔 경찰서 전화번호 정도는 알아두고 가볼까 생각했는데 무사히 별 일 없었네요.
표정과 어조가 매우 불편하신 알바생들 몇 사람 빼곤 다행히 다 친절한 사람들만 만났습니다. 게다가 그 알바생들은 옆 손님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거 보니 음.. 딱히 차별은 아니었던 걸로.
돌아다니다 어느 정도 대화가 트인 사람들은 가끔 한국 얘기를 물어왔습니다. 오타루 숙소의 아주머니는 예전엔 한국 사람이 정말 많이 찾아와줬는데 요즘 뚝 끊긴 상황에서 오랜만에 이런 훌륭한(강조) 청년이 찾아와주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약간 과장스러운 얘기도 하시던데 이거 좋아해야나 어찌해야나.. 불매운동이 효과를 보는 느낌도 드는데 이 아지매는 딱 봐도 좀 괜찮으신 분인지라. 왜냐면 저보고 훌륭하다고 해주고 신사라고도 해줬으니 에헤ㅔ헿 좋아라
점심 먹으러 들른 가게에선 어느 할배가 한국 기자들의 카메라 얘기를 하면서도 (아마 그 고노의 무례한 드립 그 얘기인 듯) 동네 인구는 줄고 있는데 나라는 신칸센 놓는 대나 돈을 쓰고 있다면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 할배가 약간 리틀 역덕 기질이 있어 보이던데 가게 내의 어떤 초상화를 보고(와다 요시히로라는 닝겐이어씀) 가마쿠라 막부 시대냐고 이야기 했더니 '오오옿 자네 어케 가마쿠라 막부를 아는감.' 하는 걸 시작으로 이것저것 얘기가 오고갔습니다. 할배 말로는 자기 집안이 다케다 신겐의 후손이라나.
홋카이도가 약간 야당세라고 듣긴 했는데 돌아다니다보니 조촐하게 반정부 시위같은 것도 하더군요. 소비세 인상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하는 멘트를 들었습니다.
전 원래 일본 여행 가면 동네 성이나 전통 건축 같은 걸 꼭 들르고 가는 편인데 홋카이도는 그런 게 별로 없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흑흑 오릉곽이 있는 하코다테가 가보고 싶었는데.. 대신에 유명한 자연 풍광 같은 걸 보며 돌아다녔습니다.
원래 대도시 여행을 싫어해서 삿포로는 공항 왔다갔다 할 때만 들르고 나머지는 지역 도시 위주로 다녀왔죠. 암만 생각해도 빌딩촌을 구경하고 싶으면 외국 안 가고 걍 서울을 돌아다니는 게 낫습니다. 아사히카와->비에이>후라노->오타루 순으로 돌아보고 왔습죠.
오타루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유명한 어항인데다 초밥으로 유명해서 기대를 많이했습니다. 실제로 그 동네 초밥이 저어어어엉말 맛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회전초밥이었다.) 전체적으로 중소도시 위주로 돌아다닌데다 요즘 시국이 이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을 그닥 못 보긴 했습니다. 헌데 오타루에서는 운하길이랑 오르골당 있는 상점가에선 그간 못 봤던 한국인 진짜 많이 봄.
박물관(삿포로 박물관) 가니 요즘 시끌시끌한 조선인 강제 징용에 관한 얘기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한국어 안내 책자엔 '강제징용'이란 말이 딱 박혀 있는데 이게 다른 나라 버전도 동일한지 궁금해서 일본어 안내를 봤더니 같은 내용이 적혀있긴 합니다. 헌데 連れてこられました。라고 되어있으니 '끌려왔다' 수준이라 한국 책자의 '강제'란 단어에 비해선 좀 약하지 않나 싶네요.
박물관 돌아다니다 만난 캐나다 아지매들.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중이라는 일본인 청년(영어 잘함)을 데리고 놀러왔던데 모자란 영어 실력으로 대충 들어보니 자기들도 뭔가 박물관 관련 쪽 일을 하는데 캐나다 원주민과 아이누족의 비교 연구 그런 걸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왼쪽분은 크리족 혼혈이라 함.
캐나다 산다길래 뭔가 떠오르는 게 김씨네 편의점 밖에 없어서 넷플릭스에서 봤냐고 했더니 봤다고 어허허허허헣 박물관 좋아한다길래 한국 오면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 공짜니까 한번 가보라고 해줘씀. (50%는 사실)
아........2년만에 외국 여행 와보니 재밌었네요. 여건이 되면 이번엔 올해가 지나기 전에 타이완 여행에 도전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첫댓글 이 시국에?
자연경관이 수려하네요 ㅎㅎ
풍경이 아름다워요
2년전 딱 이맘때 다녀왔었는데 아오이케(맞나?)는 여전히 아름답네용
멋지긴 하네요.. 삿포로 가고 싶었는데.. ㅠ
아앗 크리족혼혈이시라니 ㅎ
오타루에 있는 회전초밥집 신행갔을때 짧은 일어실력때문에 순서 몰라서 해맬때 직원분과 다른 일본인 손님분이 직접 번역어플로 친절히 알랴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