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봉봉미미
(지난 이야기)
1. 자취방 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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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묘한 폐지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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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원병원의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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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년대학생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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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행님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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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할아버지의 손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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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 오는 날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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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분신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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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동생의 자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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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악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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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받는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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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일하기 싫어.
대표님 죄송해요.
다음 이야기 바로 시작함미당!
절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진 여름 무렵이었어.
스님은 출장으로 가끔 절을 비우실 때가 있으셨어.
처사님은 출퇴근하셨고,
그 날은 마침 상주하시던 공양주 보살님도
아들집에 다녀오신다고 하셔서
절에 오롯히 혼자 남아 있던 상황이었지.
참고로 나는 사람을 참 무서워해.
귀신은 한개도 안 무서운데...
귀신은 기본적으로 가엾다는 주의임.
당장 뉴스만 봐도 세상에 뭔 미친X들이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부처님 나오바리에 뭔 귀신이 나오겠어.
그런데 사람은 아니잖아.
그 날도 내 방이 있는 요사채의 문이란 문은 다 잠그고
방에 처박혀서 공부하고 있었지.
무서운 마음에 일부러 다른 데 정신을 쏟으려고 집중했던거 같아.
한참을 집중하고 있는데,
풀벌레 소리에 다른 소리가 섞여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낮은 우퍼스피커 둥둥거리는 소리처럼
아득히 들리는 소리.
'쿵..저벅 쿵...저벅'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고
몇십키로짜리 군장을 짊어진 군인의 발걸음?
쇳덩이로 된 신발을 신은 사람처럼 무겁고 둔탁한 발소리였어.
내가 있던 절이 마을 맨 끝에 있는 데다가
산 아래 산길 초입이라
가끔 산을 오가는 마을 분들 소리가 들리긴 해.
비록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애써 마을분인가보다 하고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되겠어?
눈은 문제집에 있는 데, 온 신경은 그 발자국 소리에 쏠려있었지.
게다가 이 무겁고 느린 발자국 소리가 자꾸 법당을 빙글빙글 도는 듯 했어.
창문은 열어볼 생각도 못했어.
창문 잠겨 있는지 눈으로만 몇 번 확인 하고
억지로 문제집에 집중하려고 했지.
그런데 이게 왠걸?
그 똑같은 발자국 소리가 갑자기 전혀 다른데서 들리는 거야.
요사채를 둘러 걷기 시작한거야.
저벅저벅 걷는 발자국 소린데 워낙 무거워서 쿵쿵 찍는 듯한 소리.
도둑이 기웃거리는 거 같지 않았고
그냥 전혀 존재감을 숨길 의도가 없는 그런 발자국이었어.
요사채를 도는 발자국 소리에 '이건 진짜다' 싶어서
당장 스탠드를 끄고 자리에 누웠어.
내 방 창문 아래로도 지나가는 걸 들었음
왠지 사람이 있다는 기척을 내면
잠금장치고 뭐고 냅다 요사채로 들어올까봐.....
엄청 쫄아있었지.
한참을 요사채를 주변을 돌던 그 발자국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찰나.
...
갑자기 그 소리가 거실에서 들리는거야.
요사채 거실 안에서 거실을 둘러 걷는 소리.
쿵... 쿵... 쿵... 쿵...
아 진짜 까무러칠뻔 했어.
너무 놀라서 2~3초 잠깐 뇌정지왔다가,
후다닥 재빨리 내 방문을 잠궜어.
어떻게 들어왔지? 들어온 소리도 못들었는데?
요사채는 뒷문 앞문 다 잠궜고, 창문까지 다 잠군 거 확인했는데?
내 방문을 확 열어재낄꺼 같아서
그 더운 한여름에 이불 뒤집어 쓰고 얼마나 덜덜 떨었나몰라
그러다가 긴장감에 기절을 했는지 잠이 들었는지
눈뜨니까 아침이더라.
나가보니 요사채 문은 잘 잠겨있는 상태였고,
법당에도 가보니 스님방도 잘 잠겨있었고
법당은 문을 애초에 잠궈두질 않았으니 열려는 있었는데
안에 누가 뒤지거나 침입한 흔적은 없는 거 같고.
내가 꿈을 꿨나 했는데.. 정말 꿈은 아니었거든.ㅠㅠ 억울.
점심즈음에 스님이 오셨어.
그리고
간밤에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설명해 드렸어.
도둑 들었을지도 모르니까 한번 잘 살펴보시라고.
스님은 확인해 보시겠다고 하시고 무서웠겠다면서 달래주시더라고.
점심먹고 차 한잔 하는데 스님께서 그러시더라.
스님도 예전에 늦게까지 불경 공부하고 있을때면 그런 소리를 종종 들으셨대.
그런데 나가보니 아무도 없고.
아마도 절을 지키는 신장님께서 봉봉미미 혼자있으니까
절 주변을 순찰하며 지켜주신 걸꺼라고 하시더라고.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절에 오시는 보살님들 말이
우리 절이 신장님이 그렇게 용하시다고.
뭐, 집주인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하고
그때 당시에는 불심이 굉장히 충만했던 시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갔었어.
그리고 기도타임(=징징타임)에
신장님께 절하면서,
"신장님 지켜주셔서 감사한대요. 진~~~~~짜 무서웠어요.
다음에는 집 안에는 들어오지 말아주세요.ㅠㅠ"
그러고 정말 얼마 안되서 스님께서 또 출장을 가셨어.
이번에는 보살님도 함께 가셨고, 처사님은 퇴근.
그날도 공부하는데 그 쿵쿵거리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런데 기도를 들으셨는지
이번에는 법당이랑 요사채만 도시고 거실에는 안들어오시더라.
아, 정말 신장님이 날 지켜주시려고 경계근무 하시는건가.ㅋ
그 몽글몽글 따뜻한 기분에 안심하고
멀찍히 들려오는 심장소리 같은 쿵쿵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어.
다음날 티타임에 그 썰을 풀었더니
처사님이 엄청 부러워 하시더라고.
"봉봉미미가 우리 절 부처님한테 엄청 이쁨을 받고 있구나!!"
하시면서 말이야.
+
아 번외로,
그 절이 용하다는 썰 중에 진짜 신기했던 이야기 짧게 들려줄께.
나이 40 중반의 주부로 살고 계시던 보살님이
늦었지만 꿈에 다시 도전하시겠다며
임용고시를 준비하셨대.
몇회차 인지는 모르겠는데,
시험 전날 밤,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셔서
일어나서 책을 보라고 하시더래.
개운하게 일어났는데
애매한 새벽이라
그냥 꿈에서 일러준 대로 공부하셨나봐
그런데!
그 새벽에 잠깐 공부한 부분에서
킬러문항이 다수 출제된거야.
그렇게 그 분은 늦은 나이에 교사라는 꿈을 이루셨어.
이건 본인이 직접 들려주셨던 짧은 에피소드!ㅋㅋ
나는 지금도 타인으로 인한 번뇌가 쌓이면
근처 절에 가서 가끔 징징타임 한판 해.
다 쏟아내고 오면 그렇게 맘도 편하고
그 문제가 하찮게 느껴지더라고.
아직 절 이야기는 남았으니까,
내일도 기대해줘!!
이제 일해야겠다.
대표님 진짜 죄송해요. 눈치눈치
첫댓글 오오!! 부럽다ㅎㅎ
오 신기해 절 어딘지 궁금하다
와..... 너무 신기하고 ㅋㅋㅋㅋ 무섭다고 하니까 담부터 안에 안들어오신거 왜이렇게 웃기고 귀여우신지 ㅠㅠㅋㅋㅋㅋㅋ 진짜 가피를 받앗구먼! 완전 부럽다,,,
별개로 저도 절 어딘지 궁금하네요 큼큼..
와 너무 흥미롭다..
대박신기방기다
존잼ㅋㅋㅋㅋㅋ
징징타임 ㅎㅎㅎㅎ 귀엽다.
대박 신기항데 진짜 무서웠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너무신기하다 신장님이 지켜주시다니ㅋㅋ
너무신기해 나도 이런거 홍시랑 신은 다르지만 똑같은걸 경험해봐서 그런가 너무신기하고 내가 다 기쁘고 설레인다 너무신기혀.🥹🥹🥹
으와 사랑받는구 너무 부랍궁! 멋져!!
스윗 신장님…
우와 너무 재밌고 신기하고 따뜻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