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진주시 금삼면에서 농사를 짓는 고종사촌 여동생이 자신이 지은 농사라며
쌀 두 말(22kg)과 풋고추 한 묶음을 택배로 보내왔다. 요즘 농사 지을 인력이 모자라
외국인을 써야 하는 판에 땀흘려 지은 농사를 먼 친척인 나 한테까지 보내다니 택배를
받자마자 폰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저녁 식탁에 풋고추 몇개를 흐르는 물에 씻어 올렸다. 밥을 한 숟깔 떠 넣고 마트에서
사 온 순창쌈장에 풋고추를 푹 찍어 베어 먹어니 제법 맵삭한 게 맛이 있었다.
내가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한 여름에는 논 매고 밭에 일한다고 바빠서 부직대기(부지갱이)
도 한몫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므로 반찬을 만들 시간도 없었다. 점심이라곤
꽁보리밥 식은밥에다 새미에서 갓 길러온 찬물에 물외를 썰어 넣고 간장을 부어 만든 맥국과
터밭에서 갓 따온 풋고추와 장독에서 퍼 낸 된장이 반찬이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고추는 예전에 우리가 먹던 조선 고추가 아니다. 조선 고추는 맵기도
하지만 맛이 있었는데 시장에 파는 고추는 크기만 크고 맵지도 않고 풋내만 난다. 매운 고추
를 찾으려면 작고 약간 길쭉한 청양고추를 사야 한다. 예전에 조선 고추는 풋고추일 때
끝쪽은 매운 맛이 덜하고 꼭지쪽이 강했는데 손으로 만져서 눌러보면 '꽥'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것은 단단하고 맵다는 의미였다.
이제 백수가 되었으니 시골로 내려가 터밭이나 가꾸고 살까하고 생각하던 차에 작년 가을쯤인가
영양군에서 조선고추 씨앗을 선착순으로 분양한다고 해서 신청하여 한 봉지를 받았었다.
주변 정리를 하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아직 도회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어렵게 구한 조선 고추
씨앗을 심어보지 못했다. 해가 지나면 우선 베란다 화분에라도 심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