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있다.
나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재미있다 싶으면 깊게 빠지는 습성이 있다.
이 드라마를 전 회를 다 시청한 것은 아니지만 꽤 흥미를 가지고 심도 있게 시청을 했더니
그 잔상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이 드라마는 중년의 남녀가 빠지기 쉬운 여러 심리상태를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도 굉장히 전형적인 인물들이라고 하겠다.
우선 대학교수인 홍준표의 인물상이 그렇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있는 화영의 성격이 그러하고
편안하고 베풀기 좋아하는 지수의 캐릭터가 그렇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왜 하필이면 친구의 남편인가?
하고 화영을 매우 못 마땅한 눈으로 흘겼지만
필연적으로 친구의 남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화영의 심리에 내포되어 있다.
가정생활에 아픈 기억을 가진 중년의 여인이 가정에서 성공한 친구를 바라본다면
당연히 자기도 그렇게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전회 다 보았는가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뻔한 공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을 보살펴주는 아내, 늘 양보하고 배려하고 그림자로 비켜서 있던 아내, 그리고
언제나 염려와 관심을 가지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데 더 적극적이었던 여자는
홀대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여자는 편리할지언정 매력적이지는 않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배려하고 늘 침착하게 뒷전에 머물러 있는 자는
존재감이 약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지수가 그러하다.
이러한 캐릭터는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드문 경우가 있다.
그녀들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생활이 영위되고
그녀들의 수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편리함이
존재하는 데도 그것을 간과하는 무리들이 있는데 홍 교수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결국은 타자가 될 뿐인 그들이 그녀들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의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지수이다.
불꽃같고 열정적인 화영이가 주인공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그런 캐릭터는 제2, 제3 등장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수는 베풀기만 하고 자신의 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또 빼앗아 간 친구를
한편으로는 이해하기도 하기에 칠뜨기로 불리기도 한다.
간혹 화영의 불꽃같은 열정이나 그녀의 강한 성격이 세상에 더 필요한 인간형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현대가 창의력이나 자기표현이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사회이기에
그런 착각을 할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이 땅을 지켜 가는 무리는 지수의 무리이다.
화영의 방식을 보면서 자유롭게,
또는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단지 개인적일뿐 더블어의 삶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실패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파멸에 이르고 마는 성격을 가진 화영은 특히 개인적이다.
그녀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녀가 극히 개인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것에서 비극을 띄고 있다.
중년의 열정은 덫일 뿐인가?
그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드리고 소화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화영은 준표가 행한 중절수술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였다.
그녀는 아내도 되고 싶었지만 그 보다도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라는 것은 그녀의 뒤엉킨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마지막 열쇠였다.
준표가 떠나더라도 그녀의 삶을 지탱해줄,
친구의 남편을 빼앗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를 그녀는 잃은 것이다.
아이는 모든 것을 감싸주고 변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홍준표의 캐릭터는 지식을 갖춘 보편적인 한국 남자를 나타낸다.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스스로 믿지만 그는 기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버릴 수가 없다.
그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어머니의 아들이며 아들의 아빠이고 조강지처의 어쩔 없는 남편이다.
이점은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현실이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보다도 경제활동에 책임이 더 크며 사회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가 능력 있고 매력 있는 남자로 화영의 눈에도 비칠 것이기 때문이다.
화영의 캐릭터는 좀 독특해 보인다.
그녀는 개인의 자유와 자신의 삶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 같지만
자신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자유는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또 사회 안에서 자유란 한 개인을 위하여
존재하지도 않는다.
공존과 더블어의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수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자유를 가졌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경로를 밟지 않은 자유는
지속되지도 않는다.
강압적으로 또는 불법으로 자기가 갖고 싶다고 해서 무언가를 빼앗는다면
거기에는 거의 불안이 내포된다.
아니나 다를까 화영은 정신적으로 점점 더 황폐해져 간다.
그 상태가 계속 간다면 아마도 정신병원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다.
준표는 화영과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그가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가 자못 의심스럽다.
그가 화영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화영의 진면목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가
과연 자기중심적인 화영과 천천히 늙어갈 수가 있을까.
파탄이 나기 바로 직전에 나는 그들이 혹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나 않나하고 무척 걱정 했었다.
비록 일탈을 저지른 사람들일지라도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해결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영이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왠지 준표는 더 편안해 보인다. 그것은 내 착각일까?
그는 이제 격정적인 사랑도 경험해 보았다.
그 격정의 경험을 인생의 한 구성이라고 하면 지나친 주장일까.
그런 경험 없이 뭔가를 아쉬워하면서 밋밋한 삶을 살아가는 것 보다는 격정에
몸을 맡긴 경험을 해보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더 차분해 질 것이다.
그리고 더 배려하고 더 이해하고 더 체념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자유를 얻는 인물은 지수 밖에 없다.
지수는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아내라는 것에서 자유를 얻었다.
그녀는 여전히 엄마라는 족쇄를 차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들이 성인이 아니기에 그 족쇄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녀는 가장 상처를 받은 사람이지만 또한 가장 얻은 것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의 사랑은 여전하다. 여전히 친구를 사랑하고 또 남자를 배려하고 사랑한다.
그 사랑에 맹목적이지 않고 끌려가는 것이 아닌
이제 한 단계 높이 서서 바라다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녀는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하여 홀로 사는 삶을 터득한 사람이다.
그녀의 구원은 즉 그녀를 칠뜨기로 몰아갔던 가정과 친우들에 대한 사랑이다.
그녀가 가장 괴로울 때 늘 가족이 함께 있었다. 가족으로 인해 고통 받기도 하나
가족으로 인해 구원을 받는 캐릭터이다.
이제 열정은 지나갔다.
화영과 준표의 싸움 중에 잠깐 나왔던 대화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아니 누가 빼앗고 누가 얻었는가. 그것은 사랑을 끝낸 사람들의 치졸한 대화지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관계를 끝내는 것은 화영이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울 자도 화영이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연민마저도 갖지 못할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러면 준표는 어떠한가.
준표는 중년의 나이에 치명적인 감정을 만났다.
나는 중년에 맞는 이런 감정을 함정내지는 덫이라고 말한다.
그 함정에 접하게 됐을 때 그는 어찌해야 했을까.
중년쯤 되면 삶이 무미건조해지기 마련이다.
편안하고 순탄하게만 삶을 살아온 사람은 더욱더 뭔가 미심쩍은 면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뭔가 열정적인 부분이 자신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준표는 그 열정에 스스로 말하듯이 올인을 했다. 여기서는 준표의 말이 맞겠다.
일탈을 저질렀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올인이다.
화영이와 이별하고도 많은 세월이 지나갈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러 혹 죽음의 문턱에서 오락가락 할 때 그가 자신의 행적을 반성할 것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 든다.
그는 인생을 경험한 것이다. 자신의 삶에 미적지근한 것은 없을 것이다.
비록 가족을 잃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을망정
그는 이리 사는 인생도 있다고 안도하면서 죽어갈 것이다.
여기서 가장 편안한 캐릭터는 여전히 지수이다.
그녀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사랑을 즐길 수는 있어도 사랑에 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남편과 자식 외에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었던 삶에서
이제 고개를 들고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첫댓글 있으면서 안보이고,안보이면서 영향력이 있는,영향을 받으면서 그걸 못 느끼면 정말 잘못 된것이겠죠. 드라마에서의 캐릭터인 홍준표, 저두 보면서 정말 납득 안가는 캐릭터 머리는 있지만 상식이 없는 그러한 인간이기에,,,나쁜**...
나쁜ㄴㄴ^^ 무지개님 반갑습니다.. 잘지내시지요? 안부 올립니다..^^
재밌게 본 드라마예요 이렇게 정리된 글보면 신기해요 전 개인적으로 어느쪽에 치우침은 좋지않다고 생각되요 양쪽다어 놓은면 딱인데...나와 다르기 때문에, 언어적 색다른 표현들에 미있는 드라마 였죠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잠깐씩 쉬어간 드마였어요 정리된 글을 보니 다시금 정리가 됩니다 행복한 웃음 가득요
저두 얼핏얼핏 보았습니다만.. 인간에게서 욕망을 빼면 뭐가 남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흰머리 내지는 주름살만 남지 않을까 ㅎㅎ 싶습니다.. ^^
전이 드라마 몇번 밖에 못보았는데 좀그러네요^^ 참 노래가 너무 좋으네요.. 제목좀 갈켜주세요
Chris De Burgh의 Always On My Mind 입니다.. 음악모음방에 감성의 목소리의 주인공 Chris De Burgh 모음곡 올려놓았습니다.. 즐감하세요..
전 드라마는 대조영밖에 안봐서.....
이드라마 무지무지 싫어합니다 용 ^^ 짜증나유
패랭이님.. 천리향님 들러주셨습니다.. 드라마 저도 거진 잘 안봅니다..ㅎㅎ 소재가 다소 현대인의 이면속에 일상에 파고든 주제라서 올려보았습니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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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바람님 뵙습니다... 모든 동물을 포함한 인간은 회귀본능이 있겠습니다.. 머물던 자리가 아름답고 소중함이겠습니다... 늘 평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