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봉봉미미
(지난 이야기)
1. 자취방 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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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묘한 폐지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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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원병원의 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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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년대학생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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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행님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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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할아버지의 손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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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비 오는 날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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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분신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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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동생의 자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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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악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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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받는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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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겪었던 이야기 마무리야.
그럼 바로 시작합니다!!!
절의 신도들 사이에서 나의 평판은
공부도 굉장히 열심히하고 싹싹하기까지한 학생이었어.
절식구들이 많이 예뻐해주셔서
신도님들도 덩달아 좋게 봐주셨지.
그중에 나를 가장 아껴주시던 보살님이 계셨어.
본인 말로는 아들만 3명이라 나같은 딸이 너무너무 갖고 싶었다면서 볼 때마다 말씀하셨어.
나는 '엄마보살님'이라고 부르면서 그 분을 엄청 따랐고
(내가 또 한 넉살하거든.)
그만큼 나를 또 각별히 챙겨주시던 분이셨어.
(절에 올때 몰래 스팸 사주심)
엄마보살님 내외분은 굉장히 금슬이 좋으셨어.
처사님(엄마보살님의 남편분)이 엄마보살님을 얼마나 아끼시는 지
절에 다니는 사람들을 통해 귀가 닳도록 들었지.
절에 올 때 일부러 분위기 좋은 까페에 들렀다 온다던가
예쁜 꽃이 피어있으면 차 세우고 꺾어다가 준다거나,
일하러 다니시다가 엄마보살님 좋아하는 과일 음식 장신구 등등 보이면 챙겨다 주신다던가.
실제로 두 분이서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아직도
서로 좋아죽겠다는 눈빛이어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을 정도였어.
엄마보살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처사님도 나를 예뻐 해주셨어.
살가운 성격은 아니신거 같은데도 일부러 안부 물으러 오신다던가
시내서 맛난 디저트도 사다주셨었고.
실제로 그 부부는 내가 절 생활을 하면서도 언제오시려나 하고
기다리던 다정한 분들이었어.
그 날도 한여름이었던걸로 기억해.
새벽5시(절 기상시간)에 스님이 밖으로 나와보라고 하셔서 나갔는데
간밤에 비가 왔었는지 초목과 공기까지 촉촉한 그런 새벽이었어.
스님이 손으로 가리킨 하늘에 쌍 무지개가 떠있는거야.
신기해하며 보고 있는데 그 시간에 스님폰이 울리더라고.
스님도 의아해하시면서 전화를 받으셨는데...
왠걸.. 엄마보살님의 처사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거야.
부고를 알리면서 장례식끝나고 49재를 지내고 싶다는 용건이었어.
얼마전까지도 나를 보면서 그렇게 흐뭇하게 웃어주시던 분이... 돌아가시다니....
나도 정이 많이 들었던 분이라... 진짜 너무 놀라서 현실같지 않더라고.
비록 공부하러 절에 와있는 거였지만,
정말 뿌옇게 묵은 때가 잔뜩 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먹먹한 기분이었어.
그리고 상복을 입은 엄마보살님의 가족들이 절에 도착했지.
그 까불거리며 장난치던 3명의 오빠들도 다들 얼마나 울었는지 꼴이 말이 아니더라.
엄마보살님은 처사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걸 너무 힘들어 하셨어.
가뜩이나 성정이 여린분이시라 추스릴수 있도록 몇 일간 절에서 지내시기로 하셨지.
49재가 시작됐고 다들 49재에 참석해서 절도 하고 하는데,
나는 거기 끼어서 인사조차 드릴수 없었어.
슬퍼하는 그분의 가족과 친인척 사이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잖아.
완전 남!
저녁 9시쯤에 티타임을 가지는 데
슬픔에 젖어있는 엄마보살님께 스님이 말씀하시더라고.
"아직 못한 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제단에 가서 해라.
우리 눈에만 안보이지. 다 듣고 계신다. 대답해야 되겠다 하면 꿈에서든 뭐든 대답할끼다"
나도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
어쨌든 절에서 인연을 맺고 그 분께 예쁨도 받았으니..
그래서 새벽 1시쯤 됐나? 공부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가
법당으로 살짝 들어갔어.
영가(돌아가신 분들)들 모시는 제단이,
그 처사님 제단이라는게 안믿기더라.
그 제단에 절 올리고 앞에 앉아서 말을 건넸어.
"처사님 좋은 곳으로 가세요. 제가 가족도 아니고 그냥 절에 묵는 애라
49재 진행될 때 정식으로 인사 드릴수가 없네요.
그래도 인사 드리고 싶은 마음에 밤에 찾아왔어요..."
예뻐해주셔서 감사했다, 지내는 동안 엄마보살님이랑 오빠들한테도 잘하겠다 등등
꽤 오랫동안 제단 앞에 조잘조잘 앉아서 이야기 했었어.
그리고 방에 돌아왔는데.. 마음이 좀 가볍더라.
그렇게 잠이 들었고, 꿈을 꿨어.
작은 개다리 소반 2개 위에 양주, 소주, 정종, 맥주...정말 세계의 모든 술이 다 모여있겠다 싶을 만큼
많은 종류의 술과 거기에 맞는 많은 술잔이 가득 차 있었어.
상이 부족해서 바닥까지 술병과 술잔이 놓여있었어.
그리고 술상 앞에는 기분좋게 거나하게 취하신 처사님이 앉아계셨고,
반대편에는 나와 막내오빠가 앉아 있었어.
막내오빠가 술을 따라드리려고 하는데, 막 화를 내시면서
너 술을 안받는다!!! 하시는거야.
그러면서 엄청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생전에 나를 보고 흐뭇하게 웃어주시던 그 미소로
봉봉미미 술 받을꺼다~ 하시면 술잔을 내미시는 거야.
나는 얼떨결에 술을 몇 번이나 따라 드렸고
처사님은 그 술을 얼마나 맛나게 드시고 좋아하시던지..
그게 다였어.
아침 티타임에 그래도 기분 좋은 모습이시라서 좀 마음이 놓이더라며 꿈이야기를 스님께 해드렸어.
그 자리에 있던 엄마보살님은 자기 꿈에는 한번 나오지도 않으면서 봉봉미미 꿈에는 나왔다면서
연신 툴툴거리셨고.ㅋㅋ 그렇게 훈훈하게 티타임이 끝났지.
그런데 마침 그 날이 49재 마지막날이더라고.
나는 법당 앞 시냇물에 앉아서 발 담그고 문제집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살님 한 분이 나를 막 찾으시는거야.
스님께서 양말 신고 오라고 하셨대.
그래서 급하게 방으로 가서 양말 신고 법당으로 갔더니,
스님이 제단에 절 드리라고 하셔서 절 드리고~
잔도 올리라고 하셔서 잔을 올렸지.
그리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어.
얼떨결에 49재 마지막 참석을 하고 온 셈이 된거야.
49재를 마치고 그날 저녁에 스님이 차 한잔 하자고 부르셔서 가니,
스님이 말씀하시더라고.
절에서는 민가와 다르게 술 대신 물을 올리는데,
영가들에게 이 물이 세상의 온갖 술과 온갖 잔이라고 하시더라고.
돌아가신 처사님께서 나한테 술 한잔 받고 가고 싶으셨나보다 해서
스님이 49재 때 일부러 나를 찾으셨다고 하셨어.
그래도 가시기 전에 정식으로 인사드릴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꿈 속에서 뵀던 모습처럼 기분좋게 잘 지내시길 빌어.
그 밖에도 자잘한 신기한 일들이 있긴 했는데
너무 개인적인 부분이라 패스할께!ㅋ
아주 드라마틱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은 아니었지만
직접 겪었던 신비로운 이야기들이라
공유하고 싶었어!!!
아직 들려줄 이야기가 잔뜩 있으니까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줘!!!!!!!!!!
첫댓글 오와,,슬프면서도 넘 맘이 따듯한 일화여,,,,
마지막에 보고싶으셔서 꿈에 오셨나보다,, 진짜 신비로워,,
신비로워
ㅠㅠㅠ 진짜 본인 막내딸같이 생각하셨나보다.. 마지막 술 받으시고 좋은곳으로 극락 왕생 하셨을거야
너무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고마워! 여시맘이 참 예뻐서 여러 신과 영혼께 예쁨받은듯!!!
여시야 어제부터 정주행 잘했어~ 홍콩에 오랜만에 상주하게 해줘서 고마워! 또 올거지?
ㅠㅠ마음이아파..
여시가 참 이쁘고 착한 친구인가보다ㅠㅠ 복도많고... 49재에 참석하게되어서 다행이야.꿈에나타난거도 눈물난다.ㅠ글잘봤어